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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와의 이별 본문
싱클레어와의 이별
열여섯 되던 해! 그날은 봄방학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온 동네가 흡사 폭격을 맞은 것처럼 풍비박산된 처참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 집 마당 자리의 파란 타일만이 건물 잔해 속에서 모진 햇살을 받아 힘없이 반짝이고 있다.
여기저기 웅성대는 동네 어른들의 모습 중에 넋이 반쯤 나가버린 옆집 성기 엄마에게 어머니의 행방을 조심스레 묻자 한 동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다 상봉동 할머니 댁으로 가 계시니 어서 가 보라며 휘휘 손을 내 젓고는 이내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이 40년 지난 지금까지 눈앞에 선하다.
그날 이후! 한 겨울이 지나는 시점에 춥다는 느낌이 잦아들고, 언뜻 부드러운 햇살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2월이 오면 내 몸에 자연스레 다가오는 특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그 변화라는 게 제일 먼저 콧 속을 달큼하게 휘도는 감각을 시작으로 온몸에 약간의 미열을 동반하며 내 의지와는 아랑곳없이 안 피우던 담배 한 개비를 깊숙이 빨아 들일 때 동반되는 짧은 몽롱함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증상이다. 어느 순간 그 증상이 의식되면 그날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며 며칠간은 갑갑함을 속으로 삭이며 지내야 한다.
그런 증상을 안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던 어느 한 지점에서 겪었던 성장통 하나가 거울처럼 되살아 난다. 그날 역시 통과의례처럼 맹맹한 기운이 머리통을 휘돌고 예의 달큼한 냄새가 콧속을 헤집던 날이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에다 톱밥 속에서 기화된 톨루엔의 강한 마취 기운이 운무처럼 떠 다니는 열악한 작업장의 한 귀퉁이에서 발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서 있는 내가 보인다.
왼발을 관통하고 불쑥 솟아 오른 대못 하나와 그 못의 끄트머리에 머금은 빨간 핏방울 하나. 그리고 통증처럼 밀려오는 그 달큼한 콧 냄새, 하지만 발바닥을 꿰뚫린 아픔보다 그곳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처지가 더 아팠던 그날에야 나는 비로소 하나의 알을 깨고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던 싱클레어가 되었다.
그 증상은 결혼을 하고 생활이 안정된 이후 슬며시 내 의식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근 이십 년간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지내다 내 인생의 커다란 변화가 생겼던 두 어번의 시점에 슬그머니 다가와 나를 깨워 그때마다 하나씩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한 동안 잊고 있던 그 증세가 근 한 달 전부터 다시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여태껏 다가오던 그 느낌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 답십리의 아린 기억이나 영문모를 갑갑함은 배제되고 단지 콧속을 돌아다니는 달큼함과 짝처럼 다가오던 몽롱한 느낌에 어린 시절의 부드러운 기억이 추억으로 다가왔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도 아주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고, 단지 강렬했던 기억이 세월을 타고 흐르며 옅게 희석된 것으로 보면 위안이 되겠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시련을 겪게 될 때가 있고 그 시련을 헤쳐 나가다 보면 하나의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듯이 그해 2월 평범한 소년이었던 나는 타의에 의해 또 다른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되었고, 깨달음을 얻었으며, 그렇게 겪었던 일련의 시련들이 나의 의식 속에 자리 잡아 지금까지 살아 가는데 하나의 근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시련을 견디며 조금씩 숙성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이 번 콧속의 달큼함이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하던 일련의 그 느낌과 다르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품에 안고 또 다른 세상을 찾아 세상을 부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내 가슴과 머리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긴 세월을 돌아 이제야 나는 싱클레어와 이별해야 할 준비가 되었나 보다.
201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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