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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햇살품은 봄날, 푸르름에 대한 기대 본문

내이야기

햇살품은 봄날, 푸르름에 대한 기대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12:21

햇살품은 봄날, 푸르름에 대한 기대

이번 겨울 동안 기경이와 다소 소원하게 지낸 것이 마음에 걸린다. 강민이 결혼식 청첩 임무를 맡아 열심히 통지를 했건만 기경이가 생각하던 만큼의 사람들이 오지를 않고 몇 사람에게 통지를 못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연락의 임무를 맡았던 내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모습이 밉살스러워 툴툴댔더니 소식이 뜸해졌다.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밴댕이 같은 마음으로 소원하게 지낸 지 벌써 3개월이 지나간다. 사내들 간에 서로의 믿음이 이렇듯 얇아서야 어찌 친구라 할 수 있을까! 이번 쉬는 날에는 오래간만에 소주 한잔 하면서 한 겨울 동안 묵은 마음을 풀어야겠다.

두열이와 만나 본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저 전화로만 잘 지내느냐 안부만 묻고서 할 도리를 다 한 것처럼 지낸 지가 벌써 2개월 가량이 지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살가움과 은근함을 표현하며 지내왔는데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진한 아쉬움이 가슴속에 피어오른다.

생각해 보니 미안한 친구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미 머릿속에는 광진이와 정구, 순상이까지 순식간에 스쳐지나고, 몇 분 형님들과, 후배들의 얼굴들이 두더지 게임에서 튀어 오르는 두더지 인형처럼 불쑥불쑥 솟아오르고 있다. 이 분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다며 얼굴을 붉히고 마음을 내주어야 할까 적이 걱정된다.

올해 겨울은 왠지 모르게 별 의미 없이 설렁설렁 삶을 낭비하며 지낸 태가 역력하다. 스케줄 근무를 핑계대기에는 조금 궁색해 보이고 그렇다고 친구들을 안 만나며 지낸 것도 아닌데 가만 보면 만나야 할 사람들의 범위가 자꾸 넓어지다 보니 이해의 폭이 넓은 친한 친구들은 당연히 이해해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만남의 순서를 미루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는 삶의 깊이는 못 얻고 궁금증만 얻어서 이런 마음이 들었나 보다.

이 부분이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 중의 하나인데 그 원칙을 무너뜨리며 잘못된 생각으로 이 겨울을 지냈기에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 허전한 기분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업 실패 후 절실하게 경험하고 깨달아 교훈으로 삼았던 "만남의 폭은 줄이고 깊이를 중히 하자"는 스스로 정한 원칙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콧등을 후려치던 아린 겨울이 지나 절기는 이미 봄이라지만 그동안은 바람만 불면 선뜻한 기운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며 봄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멈추게 만들었으나, 오늘의 공기는 아주 따스하여 얼굴에 스쳐가는 느낌이 아주 부드럽다. 비로소 봄이라는 계절과 악수를 할 정도가 되었다.

새로움과 생기가 솟아나는 햇살 좋은 봄날들이 다가오는 오늘! 친구들과의 만남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깨달았으니 행동해야 할 일만 남았다.. 기경이를 시작으로 그간 소원하게 지내던 내 좋은 친구들을 찬찬히 만나가며 겨우 내 움츠렸던 응어리를 하나하나 벗어던지며 푸르름에 대한 기대를 해 봐야겠다.

2012 - 3 - 2 


* 햇살 좋은 봄날, 푸르름에 대한 기대라는 글을 사무실에 걸려있는 3월의 달력에 쓰여 있는 글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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