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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서른한 살 인턴의 기술 본문
서른한 살 인턴의 기술
형과니이야기/도화동성가대사진과글
2010-02-09 22:33:54
자기개발분야 최우수작글|강소연 행정인턴 해양경찰청 국제협력관실 국제회의TF팀
“행정인턴들, 3개월 후에는 우리 부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어야 할 겁니다.” 국제협력관실 행정인턴 멘티-멘토 결연식 때 과장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인턴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냥 조용히 눈치만 보고 있던 내게 과장님의 말씀은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뛰어 들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오히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마저 들게 했다. 인턴 근무 5개월 째, 나는 국제협력관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는가? 나의 대답은 이미 확실하지만, 지금부터 시작될 해양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인턴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이 직접 판단해 보시길 바란다. 동시에 가슴 설레는 날들의 이 기록이 다른 동료들의 인턴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Mission 1 지금까지 모든 회의 기록을 번역하라
해양경찰청 국제협력관이 준비하는 국제회의 중 가장 큰 회의는 북태평양해상치안기관장 회의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6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이 회의는 일 년에 한 번씩 전문가회의와 기관장회의로 나누어 두 차례로 열린다. 그 회의의 영문 기록을 번역해야 하는 것이다. 협정서, 양해각서, 다자회의 등의 회의용어는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모르는 단어들이었고, TAG, MMEX, HSDN 등의 해상치안 용어는 도무지 그 뜻을 짐작할 수도 없었다. 제2차 회의 기록의 첫 페이지를 읽는 데도 끝이 없을 것 같았는데, 내가 번역해야 할 총 분량은 300쪽이 넘는 정도였다. 나만의 체계적인 절차를 세워서 인내심을 갖고 하나씩 해 나가기로 했다.
첫째, 전문용어정리. 낯선 약어들과, 생소한 해양용어를 접할 때마다 따로 엑셀로 정리하여 사전처럼 만든다. 인터넷을 이용해도 답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5개씩 묶어서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만의 용어사전을 이용하여 번역이 더 수월해졌고, 나중에는 저절로 외워져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현재, 언제든 필요한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편집해 놓았다.
둘째, 내용 숙지를 위한 반복학습. 북태평양 회의에 관한 국문 자료를 모아서 읽고,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국문 회의 용어와 해상 용어부터 바로 알아야 영문 자료를 번역할 수 있는 것은 당연했고, 회의 기록에 주로 쓰는 표현들을 익히기 위하여 자료의 통독과 정독을 번갈아 반복했다.
셋째, 회의 기록은 곧 역사다. 회의체의 발전을 위하여 회의는 늘 이전 회의의 반성과 차기 회의의 기대가 있다. 그것은 평가와 계획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데, 둘 다 회원국의 더 긴밀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회의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항상 이 논리를 기억하면서 회의 기록을 읽으면 이해가 더 잘 되고, 내 머릿속에서 지난 회의들이 생생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런 단계를 거쳐서, 한 달 만에 약 300쪽 분량의 번역 업무를 끝냈다. 책 한 권을 낸 기분이었다. 임무 완수의 보람은 그저 뿌듯함에서 끝나지 않았다. 번역을 하는 동안, 북태평양 회의의 시작부터 9차까지 모든 내용을 샅샅이 알게 된 것이었다. 직원들끼리 지난 회의에 대해 의문이 생겼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었고, 그 무렵, 새로 발령 받아 온 직원들이 내게 질문을 해 오기 시작했으며, 내 손으로 직접 번역해 놓은 자료들을 읽었다. 만일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이 일을 포기했거나, 혹은 나한테 기대하지 않으려니 하며 대충 대충 했다면 내 존재감은 생기려다 말았을 것이고, 앞으로 소개할 일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Mission 2_ 북태평양을 항해하라 <제10차 NPCGF 전문가회의>
3월 23일~27일, 제10차 북태평양해상치안기관 전문가회의, 장소는? 대한민국 서울! 그렇다. 10주년을 맞이하는 이 회의가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이다. 나의 업무는 각 국의 대표단 명단부터 대표단의 입·출국 시 의전을 위한 비행스케줄과 개인정보관리, 각국 연락관과의 연락, 동시통역사 관리, 브로슈어 내용 작성 등 다양한 일들이었다. 대표단의 인원이나 일정은 끊임없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회의 기간 동안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행정안전부 사이버교육을 통해 의전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DAY-1 | 드디어 회의가 시작되고 남산 하얏트 호텔에 77명의 대표단이 모였다. 대표단에게 해양경찰이 인턴으로서 일하면서 외국어특채를 준비하고 있다고 나를 소개하면, 국가에 상관없이 모두 반가워했고 다음 회의 때 꼭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DAY-2 | 본격적인 그룹별 회의가 시작되고, 나는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빔 프로젝터와 컴퓨터가 잘 작동되는지 점검하고, 대표단들의 계속 되는 질문에 대답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이었던 사무국 그룹의 발표 자료가 새벽 2시가 넘어서 완료되었고, 발표 자료를 취합하여 주제별, 언어별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동시통역사에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나 역시 늦게까지 사무국을 떠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였다.
DAY-3 | 다음 날 아침, 사무국에서 전 세계 모든 언어가 들리는 것만 같았고, 우리 직원들이 통역하는 소리와 무전기에서 들리는 호출소리, 사무실 전화벨소리,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혼이 빠져 나갈 것 같았다. 아, 전날 밤 밤새도록 자료 정리를 한 보람이 있었다. 본회의는 다섯 시간동안 계속되었다. 우리나라 사무국 발표자와 해상보안 그룹의 의장국인 일본 발표자는 영어로 발표했다. 자국어로 발표하는 발표자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유가 궁금하여 옆에 있던 중국의 한 대표단에게 물어보니, 국제회의에서 자국어로 발표하는 것이 자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일본대표단의 한 단원은 이제 영어는 특정 나라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 공통어로 쓰이므로 세계 공통어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둘 다 맞는 말 같았고, 분명한 것은 두 가지 생각이 모두 공존하면서 회의가 진행된다는 것을 참고하기로 했다.
DAY-4 | 문화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대표단들은 인사동에서 경험한 사찰음식과 경복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고, 곧 환송만찬이 이어졌다. 일본의 다케치는 내게 영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물었고 백발이 멋졌던 캐나다의 스나이더는 행정인턴제도에 대하여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였다. 환송만찬은 내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밤을 맞이한 대표단들은 지난 3일 동안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소소한 일들을 처리해 준 한국의 행정인턴을 잊지 않고 있었다. 대표단들은 일부러 내게 다가와 며칠 동안 너무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많은 찬사를 보내주었다. 마지막 날, 직원들은 모두가 일주일 동안 자신의 생활을 버리고 고생하여 피로한 모습이었지만, 서로 어깨를 쓸어주며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눴다. 그 때의 감동은 인턴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Mission 3 _ 인턴을 교육하는 인턴
어느 날, 인사팀에서 호출이 왔다. 영어강사 경력이 있으니, 인턴 영어수업을 맡아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였다.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인턴들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턴이 자기 경력을 살려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것, 얼마나 경제적이고 효율적인가! ‘그런데, 그걸 왜 내가?’ 자신이 없었지만, 인사팀 직원들의 진지한 권유로 용기를 내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주일에 두 번은 텝스 수업을, 한 번은 영어인터뷰 수업을 계획하였고, 현재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 수업을 맡게 된 이후로 본청에서 나는 ‘인턴을 교육하는 인턴’이라는 이명을 얻었다.
Mission 4 _ 혼자 보기 아까운 프레젠테이션
행정인턴들이 한 달에 한 명씩 해양경찰청과 관련하여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여 발표하라는 과장님의 지시가 있었다. 나의 발표는 6월에 있을 예정이며, 이미 ‘세계해상치안기관들의 녹색성장 활동’을 주제로 정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 주제는 아직 나만의 비밀이다. 아시아 해상치안 초청연초청연수 때아시아 각 국 발표를 참관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6월을 기대하시라
Mission 5_ 타 국제행사 파견근무
국제기획팀의 한 직원은 오는 8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세계환경포럼에 국제협력관실 인턴을 파견하는 것을 기획 중이다. 나를 포함한 국제협력관실 세 명의 인턴은 세계환경포럼에 파견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운영위원 선발 인터뷰를 준비 중이다.
Mission 6 _ 2010년 복귀의 약속
2004년 여경 채용 시험에서 최종 불합격한 후 힘든 맘에 수험생활을 뛰쳐나와 일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확실해 지는 것은 난 외사 경찰이 꼭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양경찰청 행정인턴 외국어부문에 지원한 것은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펼치기 위해서였다. 인턴 근무로 얻은 것은 기대 이상이었고 분명, 누구의 기대든 초월했을 것이다. 인턴으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해양경찰에 국제협력관실이 있는지도, 국제협력관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똑같은 고민을 반복했을 테지만, 지금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고 그 일이 바로 해양경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경험으로 이끌어 낸 의지와 능력을 바로 이 곳, 해양경찰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채용 준비를 더 튼튼히 하여 내년 해양경찰 특채에 꼭 합격하고 싶다.
이제, 앞서 말했던 ‘국제협력관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한다면, 나는 국제협력관실 뿐 아니라 해양경찰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하겠다. 이렇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무럭무럭 자라는 나의 존재감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더 잘하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국제협력관실 국장님과 과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 공모에 응모하기 위해 글을 쓴 이유도 무엇보다 그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다. 현장에서 또는 사무실에서 인턴에게 좋은 기회를 마련하고 그 기회를 활용하여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창조적인 일을 멈추지 않는 국제협력관실의 모든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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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인턴이 20일짜리 심사분석 업무 하루로 단축시켜
출처 : 대한민국 행복이
글쓴이 : 대한민국 행복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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