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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그래 우리 이제 나이가 드나 보다.' 본문
https://youtu.be/iLoP_XjFWhA?si=7o_m7j8GAwFR3O-c
오늘 우리 만나는 날..
일주일 전부터 천성이 밝은 굴업도 민정누나의 표정이 카톡에 밝게 묻어 나왔는데 어제 인천으로 나온다더니 어느 순간 바람이 불어 배가 안 뜬다는 말과 함께 절망의 이모티콘을 보낸다. 은남 누나가 우리 만나는 내일은 괜찮을 거라며 위로를 하길래 얼른 내일의 바다날씨를 체크해 보았더니 다행스레 중부 앞바다의 풍속이 줄어 내일 배 뜨는 데는 이상이 없을 거라 알려 주었더니 그제야 마음을 놓고 파도가 일고 있는 굴업도해변의 사진을 보내며 안도의 미소를 보낸다.
그 시간 또 한 사람 영일형님께서 꽃게 칼국수를 먹는 모습과 선상 주꾸미숙회 파티를 한다면서 이작도에서의 즐거운 풍경을 보내왔는데, 형님일행도 기상 때문에 인천에 못 올 뻔했다며 오늘 만남에서 지나가듯 속내를 보였다.
공기 좋은 섬에서의 생활이 몸에 맞는지 달포만에 보는 민정누나의 얼굴에 뽀얗게 살이 올랐다. 지난번에 만날 때는 홀쭉 빠진 얼굴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무슨 병을 앓고 있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는데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모처럼 옥이네로 발길을 향했다. 늘 먹는 익숙한 메뉴들을 주문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꽃 피는데 은남 누나의 잔 비우는 속도가 전과 같지 않고 시원찮다. 영일형님도 지난번 반 정도의 주량을 보이는데. 가만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두 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호경형님은 늘 단단한 모습과 변함없는 위트로 간간 일행의 웃음을 책임지고 막내인 나는 열심히 형님누님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오래된 잘 익은 만남은 늘 평안함을 준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속내가 무엇인지 금세 알아듣고 끄덕이며 공감하는 시간들 속에 우정은 깊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들이 그윽해진다. 풋풋한 청년시절 도화동성당에서의 첫 만남 이후 근 50년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되어 만나면서도 젊음을 얘기하는 이 분위기들과 앞으로 남은 삶을 유추하며 생의 마무리마저 농담의 소재로 삼아 껄껄댈 수 있는 형님과 누님들이 정말 좋다.
'그래 우리 이제 나이가 드나 보다.'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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