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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부고[訃告]를 받고 본문
오늘 새벽네 순애 누님으로부터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연락을 받았다. 장의업체가 만들어 보내 준 부고는 아주 성의 없고 고인의 죽음을 상술로 이용하려는 몰염치가 뚝뚝 흐르는 것이 얄밉기까지 하였다. 부고문을 조금 손 보고 도화동분들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호경형님부터 고인에게 조문의 예를 표하셨다. 엊저녁 늦은 시간에 돌아가셔서 짧은 상이 되었다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즈음 용권이와 희원이 어머님 그리고 인수 예훈이의 장모 장인께서 한 달 상간으로 선종하셨다. 대부분 장수를 하셨기에 애잔한 슬픔들보다는 저 세상에서 평안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자식으로서의 마음들이 애틋하다.
내 어머니처럼 근 십년간을 한 평짜리 병원감옥에서 생각을 잃고 느낌 없이 지내다 가시는 분들도 많다는데 어머니 돌아가시던 연세에 장가계를 다녀오시고 심장판막증세로 불과 3일전에 병원에 입원 하셨는데 엊저녁 갑자기 아파서 돌아가셨다는 순애누님의 이야기에 상대적으로 참으로 복 받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떠나는 마음들을 기억하다 보니 문득 작년에 돌아가신 감성마을 촌장 이외수님의 생전에 나는 죽어서 식물이 되리라며 언질을 해 두었던 글이 떠오른다. 초여름 논물위를 떠도는 개구리밥이나 어두운 바다 밑에서 일렁이는 초록파래, 아니면, 깊은 산간 아무도 오지 않는 숲 속에서 아주 작은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그리 자유스러운 느낌이었는지 새삼스레 가슴 한 편으로 다가온다.
죽어서 무엇이 될까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저 꿈일 뿐인가! 그래도 한 번은 지금까지의 삶을 되짚어 보며 대비해 보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방편이겠지만 아직은 조금 이른 생각인 듯하여 일단 보류다.
바다가 내려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뒷산 숲 속과 대나뭇잎 사이를 빠져나가는 새소리와 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깨는, 간간이 친구들 불러 박주산채 조촐한 술상 마주앉아 이야기꽃 피우는 그런 전원생활 속에 세월을 낚다 한 세상 보내고픈 비현실적인 꿈이 아직도 뭉그러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저녁에 몇 분이나 함께 연도를 바칠 수 있을까? 202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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