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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남은 시간에 대하여 본문
남은 시간에 대하여
‘인생 묻다’의 저자 ‘그레고리 스톡’ 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앞으로 20년 동안 아주 행복하게 살고, 정확히 20년 뒤 삶을 마감한다면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처음엔 잠시 머뭇거렸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껏 쌓아온 것들을 떠올리며 아쉽고 미련이 남을 테니까. 삶의 무게와 욕심이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니, 여기저기 성한 곳 없는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특히 심장에 문제가 생긴 이후로는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럴 때 "앞으로 20년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은 마치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운명,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야 할 제안처럼 여겨졌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시력이 나빠져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 책장을 넘기며 글자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던 시간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글이 흐릿하게 보이니 자연스레 글쓰기도 멀어졌다. 손끝에서 문장이 태어나는 그 짜릿한 감정을 더 자주 느끼지 못하는 게 아쉽다.
또 하나, 예전처럼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누며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그 시간들은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자리였다. 웃고 떠들고 때로는 진지하게 침묵하던 그 순간들이 그립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아쉬움에만 머물 수는 없다. 지금 이 삶을, 이 순간을 의미 있게 채우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그래서 조금씩 방향을 틀기로 했다. 책을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듣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오디오북.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눈으로 읽던 책이 귀로 전해질 때, 그 속도와 리듬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작은 화면에서 글자를 확대해 읽는 일도 시도해보았다. 도구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어쩌면 나이를 받아들이는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변화를 주었다. 꼭 술이 있어야만 이야기꽃이 피는 건 아니니까. 모임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거나 따뜻한 차 한 잔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때로는 맛집을 찾아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사진을 꺼내어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도 가지다 보니. 함께 웃고 울었던 그날들이 다시 살아나는 듯해 마음이 따뜻해진다.
새로운 취미도 조금씩 시작해본다. 가벼운 산책을 하며 동네의 나무와 꽃을 바라보고, 집 안의 작은 화분에 물을 주며 하루를 열기도 한다. 식물이 자라는 걸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정적인 하루에 작은 생기가 피어난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작사나 작곡 같은 창작 활동에 마음이 끌린다. 손쉽게 악기를 다루거나 멜로디를 그려내는 건 어렵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가득하다. 시간은 느려졌지만, 마음의 속도는 그대로다. 그 속도를 존중하며 천천히, 조금씩 나를 꺼내어본다.
중요한 건 남은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육체적인 제약과 이따금 밀려오는 허무함 속에서도 삶의 기쁨은 여전히 존재한다. 때로는 아주 사소한 곳에, 때로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감정 속에 숨어 있다.
나는 앞으로의 시간을 감사함으로 채우고 싶다. 주어진 날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자주 얼굴을 맞대고, 어제보다 오늘을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다.
만약 20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약속된다면, 나는 그 시간 동안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일이 기쁘고, 매일 밤 잠드는 일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그 안에 슬픔도 있고 외로움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랑과 웃음, 나눔이 함께하기를..
삶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나는 한 걸음 더 내딛는다. 20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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