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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소무의도 꿈결처럼 본문

일상이야기

소무의도 꿈결처럼

김현관- 그루터기 2026. 6. 3. 01:52

https://youtu.be/gSyFjncMV0Q?si=wG1eKidOrlbb49Ls

 

소무의도 꿈결처럼 / 김현관

푸른 바다, 고요한 섬
춤추던 선녀의 전설 속
하늘빛 바람에 스치는
소무의도의 추억

느릿한 걸음, 낙원의 길
따뜻한 마음으로 물드는 섬
언제나 변함없이
꿈결 같은 소무의도

소로 따라 돌배나무
햇살 아래 낡은 집들
추억 속의 떼무리
전어의 향기 가득

낡은 교실의 바람 소리
잡초 속 농구대의 꿈
정지된 시간 속에서도
우린 다시 찾아오리

느릿한 걸음, 낙원의 길
따뜻한 마음으로 물드는 섬
언제나 변함없이
꿈결 같은 소무의도

별빛 아래 물결 속으로
추억 따라 흘러가는 마음
소무의도야, 안녕이라 해도
너는 늘 여기 있겠지

 

 

이양주 향기처럼 고왔던 하루, 소무의도 바다에서 만난 오랜 기억들

 ‘배다리 다행’의 모임날이다. 이번에는 영식이 아들내미의 혼인과 겹치는 바람에, 다행 식구들에게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고 날짜를 조금 늦추었다. 푸르른 30일, 소무의도로 향하기 위해 우리는 공항 자기 부상열차역에 옹기종기 모였다. 유찬 씨가 가장 먼저 도착해 반갑게 맞아주었고, 뒤이어 나와 강 선생님, 도영 씨, 소영 씨가 차례로 모이면서 소무의도를 향한 설레는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자기 부상열차’를 처음 타본다며 맑게 웃던 도영 씨와 소영 씨의 수줍은 표정이, 마치 소풍을 앞둔 아이들 같아 여행길에 짓궂은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모처럼 올라 탄 열차 창밖으로 마주한 하늘이 참 맑다. 사진을 담기에는 햇살이 조금 과할 정도로 환했지만, 그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모여 앉아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밝은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용유역에 내려 긴 기다림 끝에 마을버스를 타고 소무의도 입구인 광명항에 도착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인도교를 한 걸음씩 내딛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 고여 있던 옛 추억들이 새삼스레 밀려왔다.

공항에서 근무하던 시절 직원들과 함께 나누었던 시간, 동창들과 부부 동반으로 찾았던 소무의도의 기억들이 기분 좋은 바람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운 기수 형님과 함께 걸었던 길이 생각나,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신 형님의 얼굴이 그려져 마음 한편이 아릿하고 애틋하다.

아주 오래전 출장소에서 근무할 당시, 행정선을 타고 이 섬을 오가던 내 젊은 날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선거사무원으로 일할 때는 섬이라는 특성상 기상이변을 대비해 투표일 사흘 전에 미리 투표함을 싣고 들어와야 했다. 파출소 지소 무기고에 투표함을 안전하게 보관해 두고, 이틀 동안 이 고요한 섬에서 무위도식하며 즐겁게 지내던 낭만 가득한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 정을 나누었던 통장님 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가게를 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통장님 부부께서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이제는 따님이 물려받아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옛이야기를 슬며시 꺼냈더니, 따님께서 너무나 고마워하며 두 손을 꼭 잡아주시는 바람에 외려 말을 건넨 내가 미안하고 뭉클할 지경이었다.

소무의도를 한 바퀴 돌아보며, 셔터를 누르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여정은 참 따스했다. 마침 제철을 맞은 자연산 광어회의 쫄깃함에 입안 가득 행복이 퍼졌고, 곁들이로 나온 박대 껍질로 만들어 낸 이곳의 특산물 벌버리묵의 탱글탱글한 탄력에 모두가 감탄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하게 한 것은 소영 씨의 정성이었다. 오늘 아침에 정성껏 빚어왔다는 순도 높고 맑은 ‘이양주’의 품격 있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귀한 술을 제대로 내려오느라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헐레벌떡 달려왔다는 소영 씨의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술 한 모금에 따뜻한 온기가 마음까지 번졌다.

소무의도 해변에 자리한 문화 공간 ‘스토리움(옛 섬이야기박물관)’에 발걸음을 들였다. 밖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은은한 빛과 감각적인 창틀의 조화가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연신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스토리움은 소무의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소박하고도 깊은 공간이었다. 이 섬이 품고 있는 오랜 역사와 자원, 그리고 이곳을 살아간 주민들의 애틋한 삶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소무의도를 찾으면서도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곳인데, 오늘 이 더운 날씨 덕분에 쉬어 가려 들어섰다가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행운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예전과 달리 바닷가 주변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자연스러운 멋은 조금 덜하지만, 길목마다 자리 잡은 오밀조밀한 카페와 예쁜 소품들이 감성을 찾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게 만든다. 다만, 이미 폐교되어 폐허가 된 ‘소무의분교’ 운동장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콘크리트 더미들의 삭막한 모습은, 아련한 추억을 그리며 찾아온 이들의 마음에 작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도교에서 바라본 차분하게 가라앉은 해녀도의 정취가 마음을 달래주었다. 이곳이 처음이라며 연신 고마워하는 소영 씨의 맑은 표현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고, 언제나 변함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사진을 가르쳐주시는 강 선생님의 다정함도 감사했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유찬 씨의 정겨운 이야기보따리는 여행의 지치지 않는 활력이 되어주었고, 도영 씨가 아이스박스에 고이 담아 온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정성스레 볶아온 번데기의 고소한 맛은 오늘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였다.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참 고마운 하루. 마음의 필름에 오늘의 행복을 가득 담아두며, 벌써 조용히 기대해 본다.
다음에는 또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2026.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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