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부산]세 친구와 가을여행을..(4부:빗속의 불꽃축제 마지막3분의 감동) 본문

여행이야기

[부산]세 친구와 가을여행을..(4부:빗속의 불꽃축제 마지막3분의 감동)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1. 00:38

 

 

빗속의 불꽃축제! 마지막 3분의 감동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거제에서 거가대교를 건너는 동안 어젯밤 잠을 설친 은찬이가 뒷좌석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어느덧 낙동강을 지나는데 강변의 억새들이 기분 좋게 바람에 흔들리며 부산을 찾는 우리를 반겨 준다. 강바람에 잠을 깬 은찬이가 느닷없이 " 처녀뱃사공"의 첫 구절을 불러 젖히자 세 친구 함께 " 낙도-옹 가~앙~~ "을 흥얼거리며 군인 간 오라비를 찾는 처녀의 기다림을 생각해 보았다.

톨-게이트를 벗어 나기도 전에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병목현상으로 인한 엄청난 교통체증이다. 교통 대책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여유를 갖고 떠난 여행이라 그러려니 마음먹자 견디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루함에 서로 부산에 대한 추억들.. 특히 태종대에 얽힌 얘기를 하며 그 시간을 현명하게 넘겼다.나는 두 친구에게 신흔 여행 중에 태종대에서 만나 송도유원지에서 함께 배를 타고 결국은 같은 호텔에 투숙하여 만화도 나눠 보고 돌아오는 열차까지 함께 타고 온 발랄한 부부 얘기를 해 주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관람객들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은찬이 친구가 운영하는 사상구청 근처의 요양원에 차를 주차시키고, 광안리까지 전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장장 17 정거장의 거리를 이동하며 두 친구는 곤히 잠이 들었다.

광안리해수욕장 역에서 정차하자 거의 모든 승객이 하차했는데,  역 구내부터 사람들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저 물결 위에 떠 있는 부초처럼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도로 전체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대로 해수욕장에 들어 서자 행사 두 시간 전인데도 이미 움직일 틈도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경찰들이 인파를 통제하며 광안리 전체의 관중들을 간신히 이동통로만 남기고 모래사장부터 도로까지 차곡차곡 채워간다.

눈치 빠른 놈이 절에서도 새우젓 얻어먹는다고 어찌어찌 그럴듯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그예 빗줄기가 바다를 덮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꿈쩍도 안 하고 오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전야행사를 즐기고 있다.

이윽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8만발의 불꽃이 깜깜한 하늘을 뒤덮는다.

"우와~"

"야~"

우산을 들고 혹은 우비를 걸쳐 입은 사람들 속에서 연신 탄성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종국에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가득 덮은 190만여명이 인파 속에서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런 대 파노라마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요. 순간순간 몸안에 흐르는 엄청난 감동을 조그만 기계에 담아내려고 시도한다는 자체가 애초에 무의미하다. 그냥 2시간 동안 광안리해수욕장의 앞바다를 대낮같이 밝히며 숨 쉴틈 없이 명멸하며 쏟아지는 불꽃의 향연은 자연스레 전해오는 짜릿한 오르가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넋 놓고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마지막 3분여의 순간에 여름날 장대비처럼 쏟아지며 하늘과 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눈동자를 뒤덮는 불꽃들이 주었던 희열은 일주일이 흐른 지금 지극히 일부만 촬영해 온 보잘 것 없는 동영상을 보기만 해도 그 날 그 자리로 되돌아 간 듯 생생히 감동의 현장으로 이끌어 간다. 현장을 체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불꽃이 사그러지며 "2011년 부산 불꽃축제"의 막이 내렸다.환희에 가득찬 군중들이 광안리에서 썰물처럼 밀려 나간다.축제가 끝났으니 우리도 예외 없이 군중들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세 친구는 또 다른 여행지를 찾아 늦은 밤의 고속도로를  찾아든다. 

2011 - 10 - 29      - 그루터기 -

동영상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