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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가장이라는 굴레 본문
가장이라는 굴레
아버지의 어깨에는 가장이라는 견장이 붙어 있습니다. 누가 붙여준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선택한 책임의 굴레입니다. 굴레는 자유로움을 구속하고 몸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런데 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그 굴레를 기쁜 마음으로 쓰려고 하고 또 메고 있는지 참 불가사의합니다.
견장은 계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사회라는 조직에서는 각자의 능력과 역량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일의 분배와 리더로의 위치와 구성원의 위치로 나뉩니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견장에는 사회처럼 등급이 매겨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의무가 얹혀 있을 뿐입니다. 세상에는 스스로 선택한 가장으로서의 사랑과 의무를 성심으로 다하면서, 사회에서도 열심히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살아가시는 분이 참으로 많습니다.
오래전 일본인들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고 있을 때에는 가장의 도리보다 국민 된 입장으로서의 의무가 더 클 수밖에 없었고 많은 분들이 그 의무를 다해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에 몸과 마음을 다하셨습니다. 그분들의 애씀으로 인해 나라를 되찾았을 때의 기쁨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몇 년 뒤의 한국전쟁에서도 국민의 의무를 필요로 하였고 , 또 많은 분들께서 그 역할을 훌륭히 해 주셨으며 , 지금까지 그 책무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내 아버지께서는 저런 질곡의 세월 한가운데서 살아오시며 수많은 인간적인 갈등을 겪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빼앗긴 나라에서 태어나 청년시절을 보내고, 소시민으로 전쟁 중에 한강철교를 못 넘어 어쩔 수 없이 부역자로서의 낙인찍힌 삶을 살면서 의지처 없이 홀로 고뇌하며 뼈아픈 자괴감과 앞 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거칠고 힘든 시절을 보내던 아버지의 고통이 얼마나 컷을까 싶습니다.
그런 고통으로 인해 가장으로서의 견장이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무게로 느껴지지 않았겠지만, 그 심적인 압박감의 표출로 인해 제게 커다란 아픔을 주었고, 내 젊은 시절까지도 그 나약함을 보여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부역자의 아들에게는 정부에서 연좌제라는 사슬까지 옥죄어 주었습니다. 방산업체와 항공사의 입사시험을 보고 면접까지 통과된 뒤 신원조회에서 연이어 탈락되는 좌절을 겪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 동안 그 상처를 의도적으로 잊으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잊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잊고 피해 가며 지내야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흉금을 털어놓고 서로의 이해를 구해야 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나는 자신의 상처만 생각했지, 말 못 하고 아들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큰 고통을 전혀 헤아려 보지 못한 어리석음 속에 살아온 것입니다. 참으로 바보 같고 후회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벌써 돌아가신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아버지의 비통함을 내 가슴에서 지워버렸던 불효자임을 깨닫습니다.. 아주 늦게 아버지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이해한 지금이라도 지하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들된 도리이자 가장의 의무일 것입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까지 휴전상태가 지속되고. 전쟁의 위험성도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답답한 상태가 계속될지 모르지만 어떤 어려움이 올지라도 이데올로기를 모르며 살던 내 아버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는 세상을 내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노력하겠습니다. 평범한 가장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가족의 행복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굴레를 쓴 가장의 역할일 것입니다.
2010 - 06 - 13
아버지 자리
아버지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역할과 의미를 창출해가는 것이다. 아버지 노릇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일생에서 그것은 어떤 경험으로 자리매김되는가. 남자들은 자아를 향한 그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버지들은 자신의 침묵,그 베일에 가려진 마음에 넌지시 다가가 어루만져 볼 일이다. - 김찬호의《생애의 발견》중에서 -
* 아버지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닙니다. 천하장사도 아니고 높고 높은 태산도 아닙니다. 때로는 너무 약하고 쉬 지쳐서 누군가가 어루만져야 겨우 일어설 수 있는 연약한 한 인간일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자리는 막중합니다.그 집안의 모든 것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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