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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trot. male vocal. 60bpm. piano. cello. orchestra. lyrical. languid.
- 인학사무실#참우럭#놀래미#도미#금문고량주#두열#제물포#마장동고깃집#마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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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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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bpm
- uptempo
- 70-80bpm
- fork. male vocal. 75 bpm.piano. cello. lyrical. lively.
- blues&jazz
- male base vo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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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의 깊이가 다른 말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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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Charlie Haden - Nocturne 본문
비로소 만나는 명음반
Charlie Haden - Nocturne
한 밤에 불을 끄고, 스탠더의 엷은 불빛만 남겨둔채 이 앨범을 들으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보통 재즈가 전해주는 진하고 뜨거운 그런 느낌이 아닌... 아주 낮게 가라앉은 중저음의 일률적 편성인 이 앨범에서는 전율스러울 정도의 침묵이 흐른다고나 할까요? 규칙적으로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의 흐느낌.. 아마 수 년후, 혹은 수 십년후에 재즈매니아들이 빼놓을 수 없는 명반으로 꼽을 앨범이라 생각됩니다..
베이스의 찰리 헤이든, 그리고 피아노에는 곤잘로 루발카바, 기타에는 펫 메쓰니.. 그야말로 재즈의 신성들이 모두 모여 만든 재즈 명음반 입니다.. '야상곡'이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따로 한 곡만 뽑아서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모든곡들이 하나의 레파토리를 구성하며 앨범 전체가 마치 긴 한 곡을 감상하는 느낌을 줍니다... 재즈를 즐기는 매니아나 이제 막 재즈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초보자분들 모두에게 좋은 앨범입니다..
Charlie Haden - Nocturne 앨범 전곡 감상 (Click!!)
1. En La Orilla Del Mundo (At The Edge Of The World)
(마르틴 로야스)는 쿠반 피아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유럽의 두 거장 쇼팽과 드뷔시 사이를 오가는 루발카바의 전주곡으로 적절하게 시작된다. 바이올린의 등장은 우리들을 피아졸라의 탱고의 분위기로 안내하고 있으며 그 멜로디는 경이롭게 조 로바노의 테너 색소폰 연주로 이동한다. 로바노의 솔로는 그 누구에든 '블라인드 테스트'용으로 내놓을 만 하다.베이스의 프리리듬이 유지되는 가운데 피아노, 색소폰, 바이올린이 이뤄내는 대위법은 다음 주제로 안내한다.
2. Noche De Ronda (Night Of Wandering)
(마리아 테레사 라라)는 팻 맷스니의 어쿠스틱 기타에 의해 연주된다. 그는 전형적인 레퀸토(requinto:멕시칸 삼중주단이 관습적으로 연주하는 기타 독주) 사운드를 다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맷스니의 독주를 들어보라. 옥타브에 대한 그의 지적인 운용과 피아노와의 인터플레이는 르그나시오 베로아에 의한 일종의 미니멀리스틱한 리듬으로 환원되고 있다. 맷스니의 다채로운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의 즉흥적인 독주에 감탄할 것이다.
3. Nocturnal (사브레 말로퀸, 호세 모이카)는 루발카바에게 하나의 방향타 구실을 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정결하고 내성적인 독주는 늘 선율로부터 시작되지만 매우 창조적인 침묵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단지 소리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요소일 뿐만이 아니라 정시에 찰리 헤이든의 독주로 이어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중주로 연주된 음반 (Montreal Tapes)에 담긴 찰리 헤이든 작품 'Silence'는 이러한 방식의 좋은 선례이다.
4. Moonlight (Claro De Luna)
(찰리 헤이든)은 테너 색소폰의 선율로 시작된다. 이 선율에는 작은 편성의 쿠반 캄보들 사이에서 매우 유행했던 볼레로-비긴(bolero-beguine) 리듬이 간직되어 있다. 옛 쿨재즈를 생각하게 하는 테너 색소폰과 피아노의 솔로는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이 찰리 헤이든의 작품은 고전음악에서의 볼레로를 전형적으로 들려주고 있으며 동시에 극단적으로 자유스러운 베이스 반주도 들어볼 만 하다.
5. Yo Sin Ti (Me Without You)
(아르투로 카스트로)는 바이올린 선율이 곁들여진 인상주의적인 피아노 전주로 시작되어 루발카바와 브리토스의 독주로 이어진다. 브리토스는 하모닉스로 부터 두 개의 현을 이용한 페시지까지 악기의 모든 수단과 음역을 사용하고 있으며 때때로 볼레로의 멜로드라마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블루노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이 멕시칸 볼레로에서 매우 특별하게 사용된다.
6. No Te Empenes Mas (Don't Try Anymore)
(마르타 발데스)는 전형적인 볼레로-필링(bolero-feeling)으로 미세한 선율의 변형과 화성에 있어서 고전적인 볼레로보다 한층 앞선 특징을 지니고 있다. 데이빗 산체스의 테너 색소폰이 편안한 느낌의 즉흥 연주로 멜로디를 제시하면 곧이어 로바노와 루발카바의 서정주의가 간결한 양식과 좋은 풍미의 보기들을 들려준다.
7. Transparence
다시 로바노의 테너로 시작하는 (곤잘로 루발카바)는 박자에 대한 자유로운 개념과 조성, 화성영역에 대한 탐구를 통해 다소 동떨어져 있는 작품이다. 사운드에 대한 광시곡풍의 처리와 신디사이저의 미묘한 사용을 통해 만들어낸 이러한 분위기는 텍스트 없이 연주한 볼레로를 암시해 주고 있다.
8. El Ciego (The Blind)
(아르만도 만자네로)는 전주가 등장하자 마자 특별히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애조 띤 부분을 통해 극적인 측면을 펼쳐 보인다. 이 멜로드라마와 같은 효과는 브리토스가 연주하는 재즈풍의 아이러니로 그 분위기가 깨진다. 루발카바가 연주하는 삽입악절의 리듬은 쿠바음악의 또 다른 장르인 차차차(chachacha)를 그 모델로 삼은 것으로 여기에는 대중적이었던 쿠바음악의 또 다른 장르이자 19세기 멕시코인들에 의해 수용되었던 단손(danzon)에 어울리는 선율의 형식과 나른함이 섞여 있다.
9. Nightfall
(챨리 헤이든)은 야상곡에 대한 헤이든의 새로운 언급으로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한 베이스의 독주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아울러 여기에는 끊입없는 서정성과 논리성, 역동성이 작곡가이자 베이스 주자인 그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위해 공헌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인 'Moonlight'와 달리 이 작품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볼레로는 아니지만 일종의 명상곡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점이 이 음악의 정수이다. 아울러 이 곡은 대가적인 솜씨를 지닌 연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3중주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는 한 보기이기도 하다.
10. Tres Palabras (Three Words)
(오스발도 파레스)는 데이빗 산체스의 테너 색소폰을 통해 고전적인 볼레로의 테마를 들려준다. 그는 이 주제를 스트레이트하게 연주하다가 명상적인 톤의 즉흥연주로 옮겨간다. 'Summertime'의 일부분을 인용한 루발카 바의 연주와 두 독주자의 연주 끝 부분에는 볼레로의 분위기에 완벽히 들어맞는 블르스 악절이 등장하면서 애조 띤 분위기는 멈추는데, 대신 오스발도 파레스의 장난기 어린 브람스풍의 선율이 등장한다. (주제의 여덟 번째 마디와 열두 번째 마디 사이에 브람스의 작품이 축약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11. Contigo En La Distancia/En Nosotros (With You In The Distance/In Us)
(세자르 포르틸로 데 라 루즈)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자주 연주되는 볼레로-필링곡 중 하나로, 교향악단은 물론이고 카탈로니아 피아니스트인 고(故) 테테 몽톨류와 같은 재즈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던 곡이다. 여기서의 연주는 피아노와 베이스, 테너 색소폰의 대화를 담고 있는데 이 주제는 루발카바가 또 다른 볼레로-필링 곡인 'En Nostoros'(타니아 카스텔라노스)로 옮겨가기까지 계속된다. 이 곡은 시적인 분위기를 지닌, 볼레로-필링 스타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Charlie Haden - Nocturne (앨범설명)
다재다능은 확실히 챨리 헤이든 특성중의 하나이며 또한 곤잘로 루발카바의 성격 중 일부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Nocturne'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뛰어난 음반에 등장하는 모든 뮤지션들의 자질이기도 하다. 이 한 장의 음반은 재즈의 내부와 외부 모두에게 부과되었던 딱지들과 분류들을 거부하고 있다.
이 음반에는 재즈계의 인물들중 비범한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 하나의 어법과 내면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공통의 약속을 위해 그들의 화려한 연주는 자제되고 있다. 그것은 억제된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비르투오소 그룹은 두 곡의 찰리 헤이든의 작품과 한 곡의 곤잘로 루발카바의 작품을 포함해서, 헤이든과 루발카바가 고른 레퍼토리를 통해 진정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나머지 곡들 중 다섯 곡은 쿠바 작곡가들의 볼레로이며 네 곡은 멕시코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당신은 이 음악을 어떻게 규정하겠는가? 라틴 재즈? 발라드? 노래? 월드뮤직?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단일한 딱지는 여기서 만족을 줄 수 없는데 특히 이 음악들을 가능하게 만든 음악적 유산들은 지극히 광범위하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등장하는 음악적인 경험들은 스타일 별로, 유럽의 고전음악과 아프로-라틴 리듬은 물론이고 블르스, 포크, 컨트리, 비밥, 프리재즈 등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미로처럼 연결된 이 통로들을 면밀히 추척한다면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대중음악의 공통적인 조상들과 그들의 내적인 관계들을 하나의 지도 속에서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쿠바 노래가 변형된 한 향태인 볼레로는 20세기 초엽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로 건너갔고 이후 콜롬비아와 나머지 남미 지역으로 확산되었는데 이것이 이 음반의 지배적인 음악적 형식이다.
쿠바의 연가 하바네라(Habanera)가 19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볼레로는 20세기 전체를 통해서 라틴 아메리카(그리고 그 외의 지역까지)의 음악적 공용어였다.
수세기 동안 아바나는 미대륙의 모든 항구들을 연결하는 카리브해의 교차로였다는 사실을 우린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항구 도시는 뉴올리언즈로부터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를 연결했고 스페인과 그 밖의 유럽지역까지를 연결했다.
볼레로는 논리상으로 카리브 지역에서 그들의 고향을 지켜왔다. 식민지 시대동안 그곳에서는 커다란 혼혈문화가 생성되었는데 이 크리올 문화는 스페인계, 프랑스계, 네덜란드계, 영국계 카리브인들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 문화는 결국 카리브 지역을 넘어 아메리카 대륙으로까지 뻗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물론 뉴올리언즈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이후 재즈의 발생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식민지 시대 쿠바의 쿼드릴(Quadrille)과 하바네라가 아르헨티나의 탱고나 미국의 래그타임과 같은 명백히 구별되는 동떨어진 형식과 리듬의 음악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1870년대 혹은 80년대 약 10년 동안에 등장했던 쿠바의 볼레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리오 데 자네이로와 같은 남쪽에서도 번성했으며 대중매체의 덕택으로 로스엔젤레스와 뉴욕에 이르는 서쪽과 북쪽에까지 퍼져 나갔다.
1930년대 재즈 빅밴드들과 크루너(crooner)들은 'Green Eyes'와 같은 느린 폭스트롯(foxtrot)을 연주했다. 이 'Green Eyes'는 토미 도시가 히트시킨 곡으로, 원래는 뉴욕 틴판앨리에서 활약했던 큐바 피아니스트 닐로 멘데즈가 작곡한 'Aquellos Ojos Verdes'라는 제목의 볼레로 작품이다.
그리고 사라 본이 50년대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를 녹음할 때 그녀는 멕시코의 마리아 그리베르가 작곡한 'Cuando Vuelva a Tu lado'를 부르고 있었다.
필링(Feeling) 혹은 필린(Filin)이라고 불리던 볼레로의 한 변형은 40년대와 50년대 아바나에서 출현했는데 50년대 뉴 멕시칸 볼레로와 6-년대 브라질 보사노바의 선조격이다. 브라질 음악과 쿨 재즈의 접목이었던 이 보사노바는 우리가 범 아메리카 또는 더욱 좋게 표현하자면, 아메리카 국가간의 음악적 연결과 교류 그리고 차용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이 음반은 이 점에 대한 더욱 명백한 증거이다.
여기 담긴 곡들을 위해 찰리 헤이든과 곤잘로 루발카바가 지켜낸 주제는 원래 선율을 존중하면서 그것을 충실하게 연주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가능한 가장 자유스런 재즈 즉흥연주를 하는 경우에도 이 점은 그 근원을 제시해준다.
Charlie Haden / Nocturne
볼레로의 처연함으로 노래하는 야상곡
진실한 휴머니스트 찰리 헤이든. 어느덧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되어버린 쿠바의 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 '20세기의 예수', '우리 시대 최후의 휴머니스트'라는 표현과 함께 했던 체 게바라 만큼이나 혁명의 뜨거운 불덩이를 가슴에 안고, 또한 그 가슴에는 시와 낭만을 함께 품고 있었던 재즈 아티스트가 있다.
그는 지난 1969년 자신이 조직한 리벌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Liberation Music Orchestra)를 통해 체 게바라에게 헌정하는 'Song For Che'라는 작품을 작곡한 바 있는 찰리 헤이든이다. 현대 재즈 씬에서 가장 혁명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그는 1969년 여성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와 함께 리벌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자신의 음악 속에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과 제 3세계의 혁명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담고 있었다.
재즈 아티스트의 권익을 주장하는 JCOA의 열성 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쿠바의 지도자 카스트로의 요청에 의해 쿠바 방문과 초대를 받는 반 체제 인사로 인식되어 있다. 덕분에 그는 1970년대 FBI의 특별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그의 앨범은 해당 레코드사의 카탈로그에서 삭제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포르투갈에서는 'Song For Che'를 연주하다 체포와 강제 출국되기도 했다.
1960년대 몸담았던 오넷 콜맨 밴드의 옛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올드 앤 뉴 드림스(Old & New Dreams)' 앨범에서는 중국의 공산당 주석 모택동에게 헌사하는 'Chairman Mao'라는 곡을 통해 선연한 파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진보와 혁명의 관점만으로 찰리 헤이든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은 찰리 헤이든의 음악의 일부분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전술한 반골 기질에 반하는, 가장 낭만적이고 관조적인 테마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나긋하고 감미롭고 편안한 음악으로 각인되어 있는 팻 맷스니와의 듀오 앨범처럼 그의 음악에는 낭만과 서정, 향수를 노래하는 또 하나의 감성이 있다. '리벌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로 특화되었던 강인한 정치적 입장의 맞은 편에 서 있는 낭만주의자 찰리 헤이든의 모습은 1980년대 중반 어니 왓츠, 알란 브론드벤트, 빌리 히긴스와 함께 조직했던 캄보 '쿼텟 웨스트(Quartet West)'로 구체화되었다.
재즈의 탐미성과 낭만과 서정에 의한 주제 의식을 그대로 채용하고, 아름다운 음악 그 자체에 몰입했던 그의 이면은 유난히 빈번했던 듀오 작업(행크 존스, 케니 배런, 팻 메스니, 크리스 앤더슨 등)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음악적 주제였다. 혁명과 진보를 향한 투철한 정치적 신의, 그리고 강한 투사의 사상을 지배하는 낭만과 서정, 관조와 향수의 감성이 공존하는 찰리 헤이든의 음악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염원', '휴머니즘'이라는 큰 뿌리에서 맺힌 열매였음을 기억하고 싶다.
Nocturne
1937년생으로 어느덧 육순의 나이를 훌쩍 넘긴 찰리 헤이든의 2001년 신작은 앞서 제시했던 그의 음악적 한 축인 낭만과 서정, 관조와 향수라는 측면에서 기술된, 또 하나의 온건한 음악이다. 이 앨범에서는 스페인, 라틴 아메리카의 비감 어린 댄스 음악 볼레로 (Bolero)를 유럽의 낭만적인 클래식 음악인 녹턴(Nocturne, 야상곡)의 정서를 융화,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볼레로는 스페인어 Volar(뛴다)에서 유래된 말로서, 원래 스페인 민속 무용곡의 한 형식으로 프랑스의 현대 음악 작곡가 모리스 라벨에 의해 단순한 반복으로 활용되는 독창적인 무용곡으로 발전되었다.
유럽의 클래식 음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라틴 볼레로는 1800년대 중반 쿠바에서 태어났는데, 아히티에서 이주해 온 아프리카인들에 의해 쿠바의 산티아고에 도입된 무용 음악 형식으로 유래되어 훗날 2/4 박자의 쿠바 볼레로, 보다 감성적인 푸에르토리코 볼레로, 열정적인 멕시코 볼레로로 분화되었다. .한편, 라틴어 '녹스'에서 파생되어 로마 시대에 '밤의 신'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녹턴'이라는 음악적 형식은 아일랜드 출신의 작곡가 존 필드에 시작되었다.
그는 녹턴의 기원과 명칭을 로마 카톨릭 교회의 '밤의 기도(녹턴)'에서 찾아내며, '야상곡(夜想曲)'이라는 특별한 용도를 마련하였다. 단순 화음으로 된 화성적인 반주 위에 마치 밤의 적막에 꿈꾸는 듯한 마음을 표현하는 우아하고 우울한 선율의 고음부가 덧입혀지는 음악이다. 후에 존 필드의 녹턴은 낭만파 시대에 주로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소품으로 환영받았으며, 쇼팽, 멘델스존, 보로딘의 작품 등을 의해 오늘날까지 가장 낭만적이고 애상적인 클래식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찰리 헤이든의 의도는 라틴 볼레로의 고유한 음악적 내용과 형식을 녹턴과의 유사성을 추출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바램은 찰리 헤이든이 데뷔 초기부터 후견인을 자청하며 발 굴했던 쿠바 출신의 걸출한 재즈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로부터 구체화될 수 있다. 두 사람의 결연은 찰리 헤이든이 쿠바의 서방 세계와의 단절성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던 (곤잘로 루발카바라는 보물을 찾아내었던)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찰리 헤이든은 곤잘로 루발카바의 앨범 (1990), (1991), (1992), [Imagine](1993-94)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1998년 몬트리얼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찰리 헤이든의 트리오 작업 일환에 곤잘로 루발카바가 우정어린 성원을 바치는 것으로 이어졌다((1998)). 라틴 볼레로의 출원지인 쿠바에서 태어난 곤잘로 루발카바이기에 그는 보다 분석적이고 용이하게 라틴 볼레로를 현대 재즈의 감각으로 이식시킬 수 있었다. 11개의 수록곡의 기본 골격은 곤잘로 루발카바(피아노)-찰리 헤이든(베이스)-이그나시오 베로아(드럼)의 피아노 트리오 형식위에 각 곡마다에 새로운 아티스트가 덧붙여지는 형식이다. 드럼의 이그나시오 베로아는 곤잘로 루발카바의 1998년작 이후 곤잘로 루발카바 트리오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쿠바 출신의 드러머이다. 그는 부드러움과 강세가 교차하는 스네어 드럼, 민감한 브러쉬 플레이를 통해 보다 섬세하고 리듬 양식으로 앨범 전체에 흐르는 무드와 감미로움의 밑그림을 그려 놓는다.
'야상곡'이라는 주제가 부착된 앨범의 의도를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는 시작곡 'En La Orilla Del Mundo'에는 트리오 형식에 테너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와 바이올리니스트 페데리코 브리토스 루이즈가 가세하고, 이 다섯 명의 조합 뒤에는 곤잘로 루발카바가 직조해 놓은 현악 오케스트라의 선율미가 흐른다. 마치 꿈을 꾸는 듯이 흐르는 고결한 피아노 인트로에 비장함을 가득 안은 바이올린의 선율과 조 로바노의 격조 높은 비브라토에 의한 테너 색소폰이 어울리는 도입 부분에서 이미 앨범의 의도는 분명해 진다.
곤잘로 루발카바가 구사하는 피아노 프레이즈 양식은 분산화음(分散和音)의 반주를 타고 느린 속도로 꿈을 꾸는 듯한 오른손의 선율이 흐르는 녹턴의 피아노 스타일의 응용이다. 볼레로에 깃든 처연한 서정과 유장한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깊은 상념에 빠진 밤 하늘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어지는 'Noche De Ronda'는 라틴 볼레로의 거장 어거스틴 라라의 작곡으로 냇 킹 콜, 티토 푸엔테의 연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쿠바 볼레로의 명곡. 여기에는 찰리 헤이든의 친우 팻 메스니의 사색적이고 은은한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이 더해진다.
1973년 오넷 콜맨 밴드에서 처음 조우한 이래 팻 메스니의 리더작 <80/81>(1980), (1983), (1985), (1992), 그리고 1997년 두 사람의 오랫 우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어우러졌던 듀오 앨범 에 이르기까지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신의는 깊고 두텁다. 비록 이그나시오 베로아가 풀어내는 라틴 리듬의 정형 속에서도 팻 메스니의 고유한 이미지 새김과 찰리 헤이든의 한없이 너그러운 베이스의 만남을 재현하듯, 지난 날의 추억을 따스하게 회상하는 노스탤지어의 향기로 가득하다.
피아노 트리오로 연주된 볼레로와 녹턴의 유기적 결합 'Nocturnal'에 이어지는 찰리 헤이든의 오리지널 'Moonlight'에는 다시 한번 조 로바노가 참가한다. 찰리 헤이든과는 1990년 리벌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의 에 참가했고, 곤잘로 루발카바와는 1997년 공동 리더작 를 통해 두터운 교류를 나누었던 조 로바노이기에 두 사람의 의중을 헤아리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콜맨 호킨스를 연상케 하는 두터운 색소폰 톤과 레스터 영의 부드러운 프레이즈를 흡수하고 있는 조 로바노의 육감적이지만, 결코 가볍게 부유하지 않는 무드 색소폰은 표제로 명시된 '달빛'의 아름다움과 서정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조 로바노는 곤잘로 루발카바가 1992년 에서 발표한 바 있는 작곡 'Transparence'와 마지막 트랙 'Contigo En La Distancia/En Nosostros'에서 다시 한번 여유로운 발라드의 이완 속에서도 모던한 감각과 품위를 잃지 않는 테너 색소폰을 선사한다.
다섯 번째 'Yo Sin Ti'는 3/4 박자 볼레로의 비트감을 지속적으로 실어 나르는 드럼과 퍼커션의 리듬 위로 페데리코 브리토스 루츠의 애처러운 바이올린의 선율과 곤잘로 루발카바의 맑은 피아노의 터치가 밀애를 나누는 듯한 정경이 묘사된다.
'No Te Empenes Mas'와 'Tres Palabras'에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테너 색소포니스트 데이빗 산체스가 참가한다. 그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가 라틴 볼레로의 명소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데이빗 산체스의 참가 또한 현명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아프로쿠반 재즈 스타일에 비 밥을 접목시키는 것이기에, 데이빗 산체스는 마치 고향의 포크 송을 연주하듯 친숙한 환경에서 고즈넉하고 감미로운 향미료를 밤 하늘에 흩뿌려 놓는다.
곤잘로 루발카바의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몽환적인 조 로바노의 테너 색소폰과 섞여 고도의 응집된 우울함을 빚어내는'Transparence'에 이어지는 8번째 트랙 'El Ciego'는 멕시코의 로맨틱한 작곡가 아르만도 만자네로의 볼레로 작품으로, 페데리코 브리토스 루이즈의 바이올린은 흡사 탱고와 집시 음악의 애절한 비장미를 옮겨 놓은 듯 하다. 밤 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을 회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찰리 헤이든의 작곡 'Nightfall'은 피아노 트리오로 연주된다. 이 트랙에서도 강조되고, 앨범 전체에서도 한결같이 유지되는 베이스 플레이어 찰리 헤이든의 입장은 '중용과 절제'를 향하고 있다.
그는 결코 많은 음을 구사하지 않지만, 두텁고 풍부한 공간 음을 자아내는 베이스 피치카토로 전체 사운드를 훈훈하게 감싸고, 무게 중심을 잡아 준다. 이 곡에서 베이스 솔로에서 멜로디를 표현할 때에도 그는 손가락과 베이스 현이 미세하게 부딪히는 음과 지판이 닿는 소리가 더욱 극적인 음악적 요소로 표현될 수 있도록 크고 묵직한 베이스의 선을 지키고 있다.
바비 허처슨, 칼 제이더, 조 헨더슨, 케니 버렐, 추초 발데스 등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거쳐갔던 레로의 명곡 'Tres Palabras'에서는 이봉조를 연상케 하는 데이빗 산체스의 사색과 낭만적인 색소폰 톤이 우울하게 흐른다. 라틴 볼레로의 비감과 낭만을 밤의 적막함을 위무해 줄 수 있는 현대의 야상곡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앨범의 대미는 멕시코 볼레로의 명곡 'Contigo En La Distancia'와 'En Nosostros'의 접속곡으로 닫아진다.
절약된 한음 한음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말하는 능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찰리 헤이든의 베이스 솔로, 곤잘로 루바라바의 상상력 가득한 프레이즈의 연결, 쉼 없는 생명력과 사운드의 입체감을 전해주는 이그노시아 베로아의 리듬, 그리고 이 한없이 여유로운 리듬 위에 자유롭게 활공하는 조 로바노의 색소폰의 조화를 듣고 있는 밤이라면,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앨범 전체는 시종일관 이완된 분위기로 이어지며, 감미로운 여성적인 악상과 과다한 낭만과 서정으로 자칫 졸립고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찰리 헤이든의 의도는 바로 그것이다. 찰리 헤이든이 이 앨범에서 뜻하는 것은 그렇게 아름답고, 나른하고 지루한 발라드 음악의 모음을 '밤'이라는 시제와 '사색'이라는 주제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강인한 의식과 철학으로무장한 전사와 온화한 로맨티스트의 가슴으로 양립된 면을 하나의 음악으로 풀어가는 찰리헤이든이기에 그의 한없이 탐미적인 제언도 진실한 소리,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노력으로 이해된다. 올 한 해.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드는 밤에는 찰리 헤이든이 선물한 야상곡이 곁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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