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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장가계] 대협곡,유리다리 본문

여행이야기

[장가계] 대협곡,유리다리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3. 00:19

https://youtu.be/OYCR0IFXEqg?si=sU73lHo8jqMJYfe0

 

대협곡, 유리 다리

삼일 내내 먹을만한 음식이 별로 없어 죽이 제일 맛있다는 멘트를 하는 아내의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하게 하는 대성산수호텔의 조식으로 건성건성 아침을 때우고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교각 없이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리 다리와 대협곡을 건넌 뒤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산 꼭대기에 올라 계곡 위를 리프트로 건너 천문산사엘 들리고 동편 귀곡잔도에서 장가계의 절경을 내려다보는 여유와 한편으로  유리잔도의 스릴을 만끽하고 난 뒤 유명한 999계단을 9단계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면서 장가계 시내에서도 보이는 천문동의 거대함을 직접 느끼고 그 풍경을 직접 볼 예정이다. 그리고 난 뒤 구곡양장처럼 놓인 통천대도를 셔틀버스로 내려오는 험하고 지난한 일정이다.

대협곡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 이제 교각 없이 설치된 세계에서 제일 긴 유리 다리(길이 460M)를 건너 대협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를 유발하며 다리를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서운 곳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대협곡으로 내려갈 수 있게 하는 다리일 뿐이다. 다리 위에는 공포를 느끼는 이들과 그네들을 놀이감 삼아 놀려 대는 짓궂은 청년들의 모습이 유쾌해 보인다. 수십 명이 유리 다리 위에서 삥 둘러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다정하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아내에게 이 다리는 매우 불안하였는데 다행스럽게 큰 공포심을 덜고 함께 텅 빈 유리 공간 위에서 사진을 찍는 모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얼마나 대견한지..

유리 다리에서 내려다보니 절벽을 휘돌아 설치해 놓은  대협곡으로 내려가는 좁고 경사가 가파른 계단길이 더 험하고 아찔해 보인다. 이 계단 역시 무릎이 아픈 사람들은 걷기 힘들 테지만 다행스레 아직 슬개골이 멀쩡하여 힘은 덜 들고 사진도 찍어 가며 내려올 수 있었는데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위험한 계단길이다. 계단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중간에 돈을 내고 대리석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도 있어 자그만 재미를 준다. 계단과 미끄럼 길을 타고 아래 광장으로 내려오면 지금까지 지나온 유리 다리가 하늘 위에 떠 있고 계단길도 아득하다. 광장을 지나 풍치 좋은 화장실을 지나면 절벽의 중간 틈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인공폭포가 보인다.

그곳으로부터 대협곡의 시작이다. 좁은 개울 속에는 이끼 낀 바위들이 차가운 바위들을 감싸 안고 위로 뻗대며 서 있는 암벽들 사이로 폭 좁은 햇살이 눈앞의 시야를 가린다. 잘 닦아 놓는 나무길을 따라 그늘을 만들어 준 암벽 사잇길이 여태 보지 못한 별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머리를 숙이고 바위 아래를 지나고 자그만 폭포로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걷다 보니 검정 실잠자리도 보이고 커다란  황금빛 왕나비가 눈앞에서 안내를 하면서 날고 있다. 어느새 물빛은 옥색으로 변해 또 다른 신비감을 북돋는다.

실개천으로 시작되어 한 시간여를 오르내리며 걷자 어느새 널찍한 강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 주며 '장가계항'이라고 쓰인 표식을 달고 있는 배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배를 타고 잠시 지친 다리를 쉬노라니 어느새 대협곡의 끄트머리 포구에 닿았다. 이번 코스는 유리 다리보다는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계단의 위험스러움이 긴장을 느끼게 하였고 계곡의 낯섦이 주는 풍경에 동화됨이 계곡을 새로이 보게 하기는 하였으나 버스에 오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유리 다리의 규모는 그런대로 양해하겠지만 이 정도의 작은 계곡을 대협곡이라 칭하는 중국인들의 허풍이 새삼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