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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그리고 북성부두 본문

여행이야기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그리고 북성부두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7. 01:29

인천의 추억 속에서

수창이가 전화를 하였다. 백수의 나날 속에서 이런 연락이 주는 기쁨은 크다. 오랜만에 팟알에 들러 차를 마신다. 향긋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니, 인천의 풍경이 서서히 마음속에 스며든다. 한때 내 청춘을 소진했던 이곳 중구청 일대는 이제는 낯선 듯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시절의 따스한 기억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골목마다 묻어 있는 살뜰한 사연들이 마치 솜털처럼 가볍게 일어나, 내 마음을 감싸 안는다.

초년 시절, 풋내기 시절의 나는 김 문호 반장님 댁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 그분의 다정한 챙김 속에서 나 역시 조금씩 성숙해 갔다. 집 앞 낡은 계단은 이제 하얗게 페인트칠이 되어 골목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치 여름날 맑은 햇살처럼, 그 밝음이 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진다.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 사이의 작은 골목들에는 새로운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은 중앙기둥의 의연한 모습에서 차분하게 사라진다. 파란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이 주는 평안함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처럼 포근하다.

동화마을의 벽화에는 아기 사슴과 스컹크가 조잘대고, 그 옆을 날아가는 참새가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골목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들 속에서 나는 문득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되새긴다. 동화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피정의 집에서 청년시절을 보냈던 수창이는 지금도 그곳을 회상하며 물고기의 색이 바랬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금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분은 지난 시절의 색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

송월시장이 주차장으로 변한 모습을 보며, 시간의 흐름이 얼마나 빠른지 새삼 깨닫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내 손에 든 카메라로 담아낸 풍경들은 어쩐지 그 시절의 정서를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수창이가 찍은 사진은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내는데, 내가 찍은 사진은 왜 그리도 밋밋할까?  갤럭시보다 아이폰이 더 나아서 그런가? 하는 웃음 섞인 생각이 든다.

육교를 넘어 북성부두로 가는 벽에 '웃음만북'이라는 글귀가 써 있다  '만복'이라는 명칭이 낯설지만. 몇 년 뒤, 중구와 동구가 합쳐지면 만석동과 북성동도 새로운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벽화를 그린이의 '만북'이라는 작명에 센스가 보인다. 이곳 외국인묘지 뒷담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과거의 기억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영화 촬영지였던 이곳,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가 맞는지 가물가물하다. 기억이 점점 흐려지면서, 이 좁은 골목길에도 오래된 추억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

보옥 아줌마가 차려 주던 굴밥 한 그릇이 그립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 따스함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멋쟁이 통장님 치선 아저씨의 모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백바지에 백구두를 즐겨 신으며, 동네를 배회하던 그의 모습은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그가 있던 이층 집은 나른하게 햇빛 아래 졸고 있는 듯하다.

조그만 조선소옆에 오래된 굴막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는 정리되어야 할 시간이 왔다. 그곳에 팻말 하나라도 세워두었으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아쉽다. 예전의 포구는 이제 사라져 가고, 갯벌은 속절없이 메워지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해가 지고, 노을이 물들어 가는 북성부두를 뒤로하며,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서서히 기억들이 저물어 간다.

총각 시절, 이곳 하인천 일대를 다니며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되살아난다. 그 시절의 아련한 감성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속에 다시금 피어난다. 인천의 추억은 내게 있어 여전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21-05-20 

 

팟알 내부..

초년 시절 풋내 나는 새내기를 살뜰하게 챙겨 주시던 김 문호 반장님 댁

헤이루체에서 어느새 블루하라로 상호가 바뀌었다.

하양색의 계단이 골목의 얼굴을 빛나게 한다. 마치 여름날 맑은 햇살처럼..

자유공원과 차이나 타운 중간골목에 낯 선 카페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만 아니면 더 많은 가게들이 들어설 텐데..

나선형 계단이 주는 긴장감도 잠시, 중앙기둥의 의연한 모습이 푸른 하늘을 향해 호령을 하며 평안함을 퍼트린다.

아기 사슴과 스컹크의 조잘거림이 조용한 숲 속을 깨운다. 날아가는 참새는 둘의 대화가 궁금한가 보다.

분홍색 지붕의 초콜릿 체험장이 주민들의 민원으로 작년 2월에 문을 닫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정숙 씨의 마음이 참 아프겠다.

날아라 익룡아~푸른 하늘을..

고양이 뒤 담벼락에 누구누구 몇 월 며칠, 요래 조래 써 놓은 친구들~ 나는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

후배가 피정의 집에 다니던 청년시절을 회고하더니 물고기의 색이 바랬다는데..
이 거리의 대빵 원석 씨~ 슬슬 채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지 점검을 시작해 봐야겠다..

송월시장이 언제 주차장이 되었을까? 눈 한번 감고 뜨면 뚝딱뚝딱 잘도 없어지는구나.

후배님은 멋지게 잘도 찍었는데 내가 찍으면 태가 안 나는 것은 무슨 조홧속일까..
맞아! 갤럭시보다 아이폰이 좋아서 그럴 거야..

만석동과 북성동을 합쳐 만북 동이라 하나 보다. 참 멋진 작명이라..
외국인묘지 뒷담에 웃음이 가득하네..

영화 촬영지~ 그런데 '고양이를 부탁해'가 맞나?
점점 기억력이 쇠하며 헷갈리네..

처마가 맞닿은 골목!
두 사람 걷기도 번잡스러운 곳..
길은 좁아도 이곳 분들 마음은 차 암~ 넓을 거야..

보옥 아줌마~ 나 왔는데 굴밥 한 그릇 주셔야죠..

멋쟁이 치선 아저씨네..
세월의 뒤켠에 잠시 틈이 벌어지던 어느 날! 동구 만석동과 중구 북성동의 경계가 모호한 그곳의 삼거리에  한 때  " 멋쟁이 해결사"로 불리던 분이 살던 낡은 이층 집이 한 여름의 뙤약 빛에 졸고 있다. 이층 집 처마 그늘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마에 솟는 땀방울을 닦아 내고 있자니 문득 옛 기억 속에 침잠되어 있던 그분이 떠 오른다....

백바지와 백구두를 즐겨 신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훤칠한 키와 호남형의 멋쟁이 해결사 치선 아저씨! 환갑이 지난 연세에도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시원스레 처리해 주면서 대부분 어려운 처지의 그곳 분들로부터 신망을 한 몸에 받던 멋진 분, 치선 아저씨가 눈에 차 오른다.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은 동네지만 간혹 출장길에 얼굴을 알아보는 분들이 손을 잡아끌며 막소주 대접을 안기는 정이 담뿍 담긴 곳, 이곳저곳에서 금세 따뜻한 밥 한 끼에 철 따라 잔 생선구이거나 혹은 우럭 찌개나 탕 등속을 차려 내는 시골 같은 인심이 푸짐한 이곳이 만석동과 북성동이 어우러지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아~~ 찔레꽃!
얘는 왜 이리 이름을 잘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의 굴막...
이제는 가지런하게 정리를 하고 이곳이 굴막자리라는 팻말 하나 붙여 놨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안 되면 청소라도 해 놓던지.. 이 꼴이 뭐니?

북성부두 가는 길..

여우네.. 그리고 태호네.

볼썽사납고
마음 아프고,
요게 얼마나 된다고 이리 갯벌을 막고 벅구재비를 하는지 화가 나고..

호젓한 포구가에 어부의 손놀림 분주하고, 
갯 갈매기 노랫소리엔  그물 가득 퍼득이는 조기들 몸짓이 요란하던 그런 곳이었는데...

해가 지고
노을이 지고..
북성부두도 지고..
다감스러운 내 마음도 져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