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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안동] 안동여행 본문
코로나로 인해 일상을 통제받으며 옴치고 뛰지 못하던 답답한 여름을 보내고, 잠시 가을맞이 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마음이 정돈되지 않다 보면 모래가 신발 속을 헤집고 들어 오듯 이런저런 유혹들이 가슴속에 치대고 들어와 삶을 괴롭히는데 그럴 때는 길을 떠나 낯선 공기를 맡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게 약이 됩니다.
물 좋고 바람 좋은 안동에서 보낸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안동하면 떠 오르는 하회마을을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 하회마을을 조망하는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멋들어진 풍경과 조금씩 저물어가는 핑크 뮬리의 눈부신 분홍빛 향연의 끝자락에 손을 담가도 보고,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월영교에서 쏟아지는 인공폭포의 시원함과 다리 한 가운데 풍치를 감상하려고 지어 놓은 월영정의 은근한 야경에 취해도 보고, 다리 아래에서 강 주변을 돌아다니는 월선들의 깜박이는 불빛들이 객들의 마음을 안온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퇴계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산서원과 서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건너의 시사단 풍경이 그윽한데 너럭바위의 맑은 계곡물과 시원스러운 송암 폭포의 정겨운 낙수 소리에 취해도 보며 아내와 외나무다리에서 손을 잡고 포즈를 잡아 보았던 만휴정의 숲 속 정경도 다정했습니다.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민들이 정착한 예끼마을의 안타까움을 담아낸 벽화를 감상하고 수상길을 걸으며 하늘거리는 강바람에 가을을 흠뻑 맞이하고 왔습니다.
빛 좋은 가을을 맞이하여 백수의 일탈을 도와 준 아내가 빈 공간을 채워 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비움을 채웠으니 그득한 마음으로 남은 한 해를 평안하게 지내야겠습니다.
2021-10-04 23: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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