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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본문
#그 날 천지를 가르는 듯한 고대생들의 우악거리는 거친 목청들이 사방을 울려댔다. 4살박이였던 나는 평소와 다르게 고대생들이 천둥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개천가를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에 세발자전거를 탄채로 문앞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 "피의 화요일" 이라 불리우는 1960년 4월 19일,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선언문을 낭독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에 시민들도 학생들의 대열에 합류했고, 서울시내는 온통 민주를 외치는 시위대열로 뒤덮혔다. 혁명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자, 자유당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사건 무마에 온 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사태수습이 불가능함을 알아차린 이승만 대통령은 4월 26일 하야 성명을 발표하게 된다.
# 수십년 지나 이상을 꿈꾸던 젊은이들은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세상에 대한 미안함을 뒷주머니에 넣어둔 채 자기만의 세상에 안주하였다. 그리고 지금, 바로 오늘,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과 열정을 갈아 넣었던 혁명이 바꾸어 놓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1960년대 <블루벨스> 4중창단이 멕시코 출신의 트리오 Los Tres Diamantes가 부른 <Luna Llena, 보름달>를 번안하여 부른 가요 제목으로, 이 노래는 떠나간 옛사랑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노랫말과 함께 애절한 멜로디로 당시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독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가요 제목을 시 제목으로 가져옴으로써 이 시가 담고 있는 반성과 회한을 쉽게 공감하게 만든다. 제목부터가 이미 18년이 흘러 다시는 오지 못하는 젊은 날의 열정과 추억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잘 담겨 있지 않은가
2022-04-19 00:10:27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 지성사, 1990.
![](https://blog.kakaocdn.net/dn/dusSOh/btrYSDsdkMh/u7AVBk40CtKeQ8XiKJ4Tk1/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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