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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Antonio Patella - Cielo 본문
가슴을 뒤흔드는 슬픈 음악
Antonio Patella - Cielo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카르미네 파텔라... 이 앨범은 모두 안토니오의 자작곡이며 그의 솔로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가 40여년 인생에서 느낀 여러 감흥들을 바탕으로 작곡하였으며, 그의 감정을 터치하는 순간에 만들어진 곡으로 풍부한 음악적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죠..
이 음악들을 발표하며 그는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불려지며, 사람들은 그의 곡들을 앙드레 가뇽이나 조지 윈스턴과 같은 뉴에이지 뮤지션들의 곡들과 비교를 시도하는데 그 자신은 사실 뉴에이지 뮤지션이라 단정지어지거나 그들과 비교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그의 음악 또한 그들과의 음악과는 다르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사실 그의 음악은 조용하고 잔잔한 정통 뉴에이지 음악과는 좀 다른 데가 있습니다.. 이런 잔잔한 음악들이 맑고 가볍고 밝은 느낌의 곡과 터치로 듣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반면 그의 음악은 그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기쁘거나 슬프거나 안타깝거나 하는 심리 상태를 많이 표현한 것으로 듣는 이들이 곡을 따라 그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의 삶 또한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대부분의 곡들이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 콧노래로 따라 흥얼거릴 수도 있죠... 또한 그의 음악은 곡의 구성이나 연주 기법의 측면에서도 사실 그냥 뉴에이지 음악이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재즈, 블루스, 팝, 락, 클래식 등이 많이 가미되어 어우러져 있는 점을 고려해 크로스오버 뉴에이지라고 하는 것이 그의 음악을 표현하기에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앨범전곡감상
1. Un Amour Infinie (무한한 사랑)
만일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나요?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피아니스트는 음악으로 그 대답을 들려주고 있다. 무한한 사랑은 아름다우나 슬프고, 외롭고도 고통스러우며, 그렇기에 더욱 고결하게 빛난다는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음반에 담긴 모든 곡들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Cielo (하늘)
나무 그늘에 앉아 무심코 바라본 푸른 하늘. 한없이 푸르고 투명하기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슬퍼지는 하늘을 기억한다면, 파텔라의 음악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평이하게 흐르며, 멜로디도 단순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시각적인 느림의 정한을 청각으로 옮겨 놓고 있다.
3. Giorgio (조르지오)
비오는 날, 차가운 빗방울 사이로 지나가는 추억과 같은 음악이다. 처음 제시된 슬픈 멜로디는 재즈적인 변주를 거치는데, 멜리즈마의 음형이 불규칙하게 흩부리는 빗방울을 연상시킨다. 쇼팽의 재즈화라고나 할까? 처음의 멜로디를 아련하게 회상하며 곡을 끝맺는다.
4. L'angelo (천사)
처음 제시되는 멜로디는 ‘Fly to the Moon’을 연상시키는데, 마치 멀리 날아가는 아련한 천사의 뒷모습을 보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몽롱함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음악이다. 현실에서는 잡을 수 없는 그 무엇, 그렇기에 슬프기도 한 것들에 대한 조용한 성찰을 느낄 수 있다.
5. Mito (신화)
무용음악의 대가답게, 리듬감이 무척 탁월한 곡이다. 피아니스틱한 울림도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고, 신화와 전설의 세계를 동화의 영역으로 옮겨놓은 듯한 아르페지오와 블루스적인 리듬의 약동에 의한 전개가 곡의 특징을 이룬다. 인상주의의 한 대목을 옮겨놓은 듯한 몽롱한 시정도 독특하다.
6. Forever (영원히)
앞의 곡에서 약동하는 리듬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원하자던 맹세가 시간이 지나며 슬퍼지는 이유는, 아마 시간이란 것이 지닌 속성이 영원함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피아노는 아련함을 담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7. Se (쎄)
음반 전체를 통해 가장 열정적이면서도 우리네 한과도 같은 정서를 담고 있는 곡이다. 바닷가에 내놓은 피아노가 밀려오는 파도와 맞서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으로 마치 협주곡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듯하다.
8. Miopadre (나의 아버지)
아버지의 정은 어머니의 정만큼 쉽게 깨닫기 힘들지만, 뒤늦게 마음에 와 닿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리고 은근히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 눌러오기 마련이다. 음악으로 추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짧은 단상이다.
9. For John (존을 위하여)
영국의 세계적인 팝 가수인 엘튼 존에 대한 그의 기억을 그린 곡이다. 엘튼 존은 안토니오에게 항상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던 뮤지션이었다. 수록된 곡들 중에 가장 밝고 희망찬 곡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반복적인 음형을 사용하고 있으며, 노래와 같은 구성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간부에서의 변주적인 변형은 단순한 음악의 전개를 탈피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한 층 더 강하게 하고 있다.
10. Pensiero (나의 생각)
잠이 오지 않는 적막한 밤, 검푸른 밤의 색깔만큼이나 고독을 되씹고 있는 듯한 고요를 선사하는 곡이다. 소리가 있으나, 오히려 그 소리로 하여 고요와 고독의 색깔이 더욱 진하게 배어 나온다고나 할까?
11. Ouverture D'amour (사랑의 서곡)
음반전체에서 가장 힘을 주어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담은 곡이다. 사랑의 감정이 고조되고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온 몸을 훑고 지나간 후에, 아직 가깝지 않은 사랑은 여러 가지의 의문을 던진다.
12. Nostalgia (노스텔지어)
끊임없는 갈구는 끊임없는 고독을 낳고, 그렇게 이상 속의 바다 위, 하늘을 날아오르다 끝없이 추락하는 한 작은 고독 덩어리의 성찰과도 같은 곡이다. 영원히 잡을 수 없기에, 더욱더 아름다운 그 무엇에 대한, 그리고 그것을 가슴에 안고 사는 인간들에 대한 애가(哀歌).
13. Il Gabbiano (갈매기)
앞에 ‘하늘’과 일맥상통하는 정서를 가진 곡으로 역시 ‘망중한(忙中閑)’의 서정을 노래한다. 억지로 채우려고 하면 자꾸 비워지기에, 비우고 또 비워 그 속에 세상을 채우는 달관의 경지까지 엿보일 만큼 동양적인 사고에도 가까운 곡이다.
듣는 이의 가슴을 절절하게 터치하는 가을과 겨울의 음악….
안토니오 파텔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그는 이탈리아의 음악가이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고, 그의 어머니는 프랑스인 인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리용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4세 때 아버지의 고향인 이탈리아 카스텔라네타로 이주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프랑스의 인상주의와 이탈리아의 멜로디, 이 두 가지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의 울림소리의 맑음과 재즈적인 리듬의 변용이 추가되어 피아니스틱한 정서와 무용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반영한 것이 이번 음반에 담긴 음악들의 대체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이 다른 뉴에이지 음악가들의 음악과 차별화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 그의 음악은 연주하기에 쉽지 않고, 아주 단순해 금방 이해가 되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무척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음악가라는 점은 그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으며,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13개의 곡들은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니며,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뉴에이지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 한편 그의 음악은 대체적으로 슬픔의 정서를 담고 있어 우리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온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하나하나 따로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큰 흐름의 틀 안에 배치되어 있다. 앨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히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감흥을 자아내는 그의 음악들은 우리의 정서에 딱 들어맞는다.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서정적이면서도 애절한 선율은 때로 듣는 이를 눈물을 흘리게도 한다.
특히 감성적인 멜로디와 로맨틱한 분위기의 첫번째 곡(un amour infinie /infinite love 끝없는 사랑)은 듣는 이로 하여금 슬픈 사랑의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듣는 이의 감성을 절절하게 터치하는 풍요로운 선율의 연주는 그의 숨겨진 명곡이랄 수 있다. 반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il gabbiano/갈매기’는 두 번째곡 ‘Sky/하늘’과 일맥 상통하는데 자연이 지닌 아름다운 요소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곡으로 마치 한 편의 서정시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그의 음악에서는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진다.안토니오 파텔라가 보여주는 음악세계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동안 잊고 살았던 수많은 기억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싸늘한 바람에 옷 깃을 여미게 되는 그런 가을과 겨울에 자신의 일상을 뒤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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