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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마르게리따를 위한 협주곡 (1976년)중 5번 봄 / 리카르도 꼬치안떼 본문
Riccardo Cocciante - 05 Primavera - concerto per margherita ( il giradischi )
리카르도 꼬치안떼(Riccardo Cocciante의 「소녀 마르게리따를 위한 협주곡 Concerto Per Margherita (1976년)
사라진 격정,
우아하고 쓸쓸한 흔적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고 이형기 시인이 남긴 낙화의 첫 구절은 아마도 이 세상의 일원으로 태어난 사실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본 모든 이에게, 오래된 격정과 도피의 우아하고 쓸쓸한 부호로 남아 있습니다. 시에 절대적 가치란 없으며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팔자를 타고난 자들이 시인이라고, 세계와의 화해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절망을 확인할 때만 꿈은 꿈으로써 존재한다고 시인은 설파하고서 영원히 자유로운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한때 시인의 인생을 꿈꾸던 음악 칼럼니스트의 저렴한 귀와 심장에 못질을 하는 듯한 이 알 수 없는 동통은 먼 옛날 언젠가 격정을 인내한 사랑의 마지막 흔적조차 사라지는 소리일까요. 아니, 기껏해야 낡아서 입지 못할 옷처럼 마음속 깊이 담아 두었던 연민과 집착의 그림자가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이 세상의 불가해함에 대하여, 거미줄 같은 인연의 잔인함에 대하여, 그러나 독배처럼 피할 수 없던 그 달콤한 충동과 과장의 유혹에 대하여 읊고 싶어 터질 듯하던 열망이 벼랑 끝에서 제풀에 무너지는 몰락의 소리 같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근사하게 추락하고 싶은 타나토스의 열망이 바로 허망하되 자유로운 청춘의 모습입니다. 아무도 못 말리는 80년대의 시대정신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빚진 채 그늘에 숨어 21세기를 영위하는 동안 그 못 말리는 에너지와 고집은 이전에 떠나 간 소년기의 뒤를 따라 추억의 귀향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격정과 자유와 사랑의 이름으로 헌신하던 시간의 찬란함과 유치함에 이젠 좀 관대한 마음으로 건배.
세계와의 화해를 거부하고 절망을 확인하며 꿈을 꿈으로 지키는자가 시인이라고 말한 저 낙화의 시인에게, 그리고 그 절망의 역설에 동참하는 젊음들에게 귀띔하고 싶은 음악이 있습니다.
가파른 운명의 벼랑에서 자유와 사랑에 목말라 노래하고 춤추던 이국 청년들의 풍경을 생각해 봅니다. 1970년대 이탈리아는 트로츠키에 매혹된 문학 청년들, 노동자들의 열정과, 자유에 목마른 낭만주의자들이 펼친 예술이 꽃피거나 혹은 좌절한 시대입니다. 이른바 아트 록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시기입니다. 실험적인 사운드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칸초네 음악 못지않게 지중해의 감성으로 음유하던 시인의 음성, 비관적으로 절규하던 염세주의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뛰어난 예술적 영감으로 수많은 곡을 만들어 부르던깐따또우레(음유시인)들이 혁명 정신으로 뜨거운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촉촉하게, 또는 불처럼 휘감았습니다. 압제와 권위와 전통을 혁파하려는 자유정신이 기막힌 은유와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노래에 실려 분수처럼 솟아오르던 아트 록의 향연 한쪽에, 리카르도 꼬치안떼Riccardo Cocciante가 있습니다.
70년대 초, 이탈리아 공동체의 비전을 고뇌한 젊은 이상주의자이자, 넘치는 음악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졌기에 남들이 가는 길에서 늘 벗어났던 외골수, 사회적 긴장이 압축된 음악 속에는 열악한 현실에 비해 넘치는 이상이 늘 불균형이던 유럽 청년의 뜨거움이 담겨 있고 록을 노래하는 빅토르 하라Victor Jara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현실주의자 혹은 혁명가가 되기에는 너무 자유로운 몽상가의 영혼을 가진 그는 압제로 회귀한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에 정착해서 뮤지컬과 영화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뮤지컬로 각색한 『노트르담의 꼽추 Notre-Dame de Pari」의 음악을 발표한 그의 이름은 새롭고 낯선 뮤지컬 음악가로 환생했습니다. 한때 이탈리아 아트 록을 조용히 꽃피운, 그러나 이제는 이탈리아를 버린 그가 작곡한 뮤지컬은 서울에서도 공연되었지요. 어쩌면 '리카르도 꼬치안떼에서 '리샤르 꼬시앙뜨'로 바뀐 어감만큼 세월도, 음악도 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1976년에 발표한 「소녀 마르게리따를 위한 협주곡 Concerto Per Margherita 은 그리스 음악가 반젤리스의 도움을 받아, 클래식과 일렉트로니카의 교배라는 실험정신으로 만들어진 지중해의 서정시로, 시대를 앞서갔던 외롭고 빛나는 표지입니다. 지중해의 소녀 마르게리따에게 바치는, 혹은 「폭력 Violenza」의 세월을 비웃는 「봄 Primavera」과 「겨울 Inverno」의 찬란하고 우아한 노래들, 「아직 Ancora」 완전히 오지 않은 자유와 우리 모두의 옛날을 위해 한 번 더 건배..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음악 칼럼니스트 강 민석 산문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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