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레메디오스 / 영화 「러브레터' O.S.T. Remedios / Love Letter O.S.T. (King Records Japan) 본문

음악이야기/영화음악

레메디오스 / 영화 「러브레터' O.S.T. Remedios / Love Letter O.S.T. (King Records Japan)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27. 00:44

레메디오스 / 영화 「러브레터' O.S.T. Remedios / Love Letter O.S.T. (King Records Japan)

https://youtu.be/1q-8xgX9ldo

Love Letter ORIGINAL SOUNDTRACK / REMEDIOS

 

그곳도 안녕하신가요 / 홋카이도

홋카이도, 우리에게는 북해도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는 이곳은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것 같다. 지리적으로 도쿄나 오사카 등 주요 대도시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이곳에 토착 원주민들이 거주했다는 역사적인 배경 때문일 수도 있다. 대도시에 비하면 홋카이도는 꽤나 심심한 여행지처럼 느껴지겠지만 겨우내 볼 수 있는 눈과 세계 어디와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는 온천이 있으니 여행을 떠나기엔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홋카이도는 '죽음'에 꽤 가까이 닿아 있다. 실제로 홋카이도 사람들에게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눈에 얽힌 민담이나 전설은 물론이고, 홋카이도 곳곳의 유적지 안내문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죽음은 모든 것이 스러지고, 시간과 함께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홋카이도에서 말하는 죽음의 의미는 일반적인 뜻과는 약간 다른 것 같다. 홋카이도에서 죽음은 모든 것이 사라진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과정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소설 「실낙원에서 주인공 남녀가 최후로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그 죽음을 사랑의 완성으로 볼 것인지, 사랑의 덧없음으로 볼 것인지는 의견이 다르겠지만 ・・・・・・.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장소가 바로 홋카이도다. 영화로 「실낙원」을 보고 나서, 나는 홋카이도가 심심하고 별 매력도 없는 그저 그런 일본의 지명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 또는 종말에 어울리는 곳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홋카이도를 향한 나의 로망은 어쩌면 영화 실낙원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죽음'과 함께 홋카이도를 상징하는 단어를 하나 더 대라면, 죽음과 맞닿아 있는 단어로 '그리움'을 꼽을 것이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속에 살아 숨 쉰다. 홋카이도에서는 죽음으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을 기리는 제식 같은 행위가 유난히 많다. 특히 사별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행위는 성스러운 것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아오키 씨. 그가 순례길을 걷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리고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가 깃든 사적이고도 숭고한 행위였다.

산등성이에 싸인 아담한 마을 아세보에서 만난 아오키 씨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생장에서 부르고스까지, 약 삼분의 일 정도 되는 구간을 걸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여름날의 까미노에 마음을 빼앗긴 초로의 부부는 휴가 기간이 짧아 부르고스에서 미완의 순례에 잠시 방점을 찍고, 그다음 해 여름에 다시 부르고스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아오키 씨의 아내에게 암이 발견되었고, 일 년 가까이 투병하던 아오키 씨의 아내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임종 직전 아오키 씨의 아내가 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함께 까미노를 다시 걷기로 한 약속, 잊지 마세요"였다고한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까미노를 다시 걷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오키 씨는 이곳을 걷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그저 덤덤하게, 때때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특히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곁에 없는 아내의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아내의 사진과 유품을 이곳 아세보에 도착하기 직전에 있는 철십자가Cruz de Ferro에놓고 왔다고 했다. 그는 혼자 걷는 게 아니었다.

아오키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렸다. 까미노를 걸으며 죽은 아내를 기리는 아오키 씨의 심정이 약혼자를 떠나보낸 주인공,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의 마음같지 않았을까. 히로코는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머물렀던 아오모리로 간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숨결이 배어 있는 산을 향해 크게 외친다. "잘 있나요? 저도 잘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하는 이를 부르는 이 장면은 오래도록 관객들의 마음에 남았다.

「러브레터」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찾아보니 남쪽은 고베, 위로 올라가면 아오모리, 그리고 영화의 절반가량은 홋카이도가 배경인 듯하다. 특히 영화 중반부 이후부터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도시는 홋카이도에서도 유독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오타루다. 삿포로가 도쿄 같은 이미지라면, 오타루는 교토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오타루의 명물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재활용을 기본으로 한다. 오타루를 관통하는 오래된 운하는 이제 더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그 주변은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소담스레 눈이 쌓인 운하 주변 정경은 유독 사랑스럽다. 

러브 레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눈내리는 홋카이도 정경에 레메디오스 Remedias의 음악이 더해진다면 홋카이도는 더욱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온천으로 유명한 계곡 이름이 '지옥 계곡'이라 한들, 그곳에 죽음과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교차된다 한들, 홋카이도는 사랑이 완성되는 곳이고, 완성된 사랑을 평생 그리워하는 곳이 될 것이다.

 

첫사랑의 순애보와 동명이인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낸 이와이 슌지의 영화 「러브 레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영화 속에 레메디오스의 음악이 흐를 때마다 햇살에 부서지는 순백색의 눈꽃은 영롱하게 반짝인다. 1995년 영화 개봉 이후 음반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00:00] 01. His Smile

[04:56] 02. Childhood Days

[06:34] 03. Flow In The Wind

[08:02] 04. Letter Of No Return

[09:20] 05. Sweet Rumors

[12:29] 06. Forgive Me

[16:41] 07. Fading

[17:52] 08. Frozen Summer

[21:44] 09. The Flight

[23:28] 10. He Loves You So

[26:12] 11. A Winter Story

[29:32] 12. Eccentric Love Parade

[31:11] 13. Soil Of His Tears

[33:57] 14. Gateway To Heaven

[37:37] 15. Small Happ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