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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Will you love me tomorrow? / Carole King & James Taylor 본문
40년 동안 아름답게 걸려 있는 태피스트리 / 권오섭
Will you love me tomorrow? / Carole King & James Taylor
친한 후배이자 기타리스트인 M이 급히 상의할 것이 있다며 심야에 내 작업실을 방문했다. M은 당시 아름다운 연상의 여인에게 푹 빠져 있었는데, 연애가 시작되고 도무지 M의 얼굴을 구경할 수 없었기에 팔불출' 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던 처지였다. M과 사귀던 누나는 나보다도 2 ~ 3 살이 많은 유능한 커리어우먼이었다. 나이보다 5~6살 어려보이는 것은 물론, 여성스럽고 똑똑하고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기까지 한 흠잡을 데없는 여성이었다. 게다가 자수성가해서 경제적인 여유까지 있었으니, 대략 궁핍하고도 '찌질한 우리 뮤지션들이 늘 찾아 헤매는 이상형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M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곧 다가올 그녀의 생일에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른 후 반지를 주며 프러포즈를하고 싶은데,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면 좋겠느냐는 상담을 받기 위함이었다. 록 밴드 출신인 M의 기타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던 바였지만 신은 공평한 법. 그의 노래 실력은 가까스로 음치만 면한 정도였으니 그날 밤 우리는 머리를 싸매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가창력을 요하지 않는, 그러나 평생 기억될 만한 그런 노래를 찾아 때 아닌 CD와 LP 대탐험을 해야만 했다. 대략 30개쯤의 명곡들이 퇴짜를 맞자 슬슬 짜증이 밀려와 "프러포즈 포기하고 그냥 혼자 살아라!"라고 종용하려던 무렵, 번개처럼 생각난 노래가 바로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 의 <Will You Love Me Tomorrow?>였으니, 딱 안성맞춤의 노래였다. M과 나는 만족스럽게 그날 밤의 긴급회의를 마칠 수 있었고, 얼마 후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축하하며 근사한 일식집에서 좋아하는 회를 실컷 대접받은 기억이 난다.
좋은 노래란 무엇일까? 음악은 상대적이고도 주관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노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곡가와 가수는 은퇴하고 잊혀도, 노래는 수십 년 수백 년을 장수하기도 한다. 정규방송이 끝나고 흘러나오는 애국가를 끝까지 듣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올림픽 시상식장에서의 애국가는 눈물샘을 자극하며, 시끄럽고 유치해서 평소에는 듣지도 않는 최신 댄스음악도 노래방에서 같이 어울려 부를 때는 사람들을 광분시킨다. 구닥다리 옛날 노래 역시 촌스럽고 식상해 보여도 어느 순간 마술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싱어 송 라이터 캐롤 킹autole King은 마술사의 반열에 오른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위에서 언급한 <Will You Love Me Tomorrow?>처럼 그녀가 작곡한, 혹은 그녀가 노래한 수많은 음악들이 30~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리고 들리며, 사람들을 마법에 걸리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프러포즈용으로도 쓰인다.
캐롤 킹은 1942년에 퀸즈에서 태어나 자란 뉴욕 토박이다.퀸즈 대학을 다니며, 훗날 그녀만큼 유명해진 싱어 송 라이터폴 사이먼 Paul Simon, 닐 세다카Neil Serlaka 등과 친하게 지냈다.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을 걷던 그녀는 1959년 닐 세다카가 부른 Oh Carol이 히트하면서 뜨기도 전에 이미 뜬' 유명인사가 되기도 한다.
캐롤 킹은 이미 20대 초반에 남편이자 공동 작곡가인 제리고핀Gerry Goffin과 함께 수많은 가수들의 작업을 하며 자신들의 레이블을 차릴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히트곡도 여럿 냈는데, 그녀 자신을 슈퍼스타로 만든 것은 역시 1971년의 솔로 앨범 《Tapestry》다. 이 앨범은 포크뿐만 아니라 팝, 록, 재즈에서도 중요하게 자리매김한 이정표 같은 앨범이다.
사실 캐롤 킹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녔다거나 황홀한 테크닉의 연주를 보여 주는 뮤지션은 아니다. 도리어 내가 보기에
(Tapestry》의 깨지지 않는 기록
캐롤 킹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기도 했던 《Taupestry》는 1971년 빌보드 차트에서무려 15주나 1등을 차지했고, 그 이후 6년간이나 차트에 머물러 있었다. 이 기록은 여자 가수가 세운 기록으로는 유일무이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있다.
최악의 〈You've Got A Friend)는 캐롤 킹 자신이 부른 버전인것 같다. 캐롤 킹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킹은 별 특색이없는 탁한 음색의 가수다. 그러나 그녀는 싱어 송 라이터다. 자신의 곡을 자신이 직접 노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음악의 요소이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멜로디와 가사가 뇌리에 남아 잊히지 않는다. 이것이 포크 음악의 매력인 것이다. 보컬과 연주, 편곡과 녹음에 앞서 작곡의 중요성을 알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으로 밥 딜런이나 레너드 코헨의 가창력도 그래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1971년 (Tapestry)가 발매되자 따끈따끈한 신곡인 (It's TooLate〉, 〈So Far Away), (I Feel The Earth Move>가 줄줄이 히트했으며, 그녀가 작곡하고 다른 가수들이 불러 이미 히트를 쳤던 보석 같은 노래 〈Will You Love Me Tomorrow?〉, 〈You've Got A Friend), (A Natural Woman), (Smac kwater Jack) 등도 작곡가 본인의 따뜻하고도 풋풋한 목소리로 일종의 언플러그드 전자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화가 되어 나름 그 빛을 더욱 발하게 되었다.
여성이 가수가 아닌 작곡가로서 인기를 얻고 인정받는 일은 지금도 흔한 일이 아닌데, 그 시절에 이토록 맹활약한 것을보면, 대중문화 역사에서 캐롤 킹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캐롤 킹과 함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싱어 송 라이터로 꼽히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Tapestry》에 코러스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캐롤 킹 이 포크적이고 대중적이었다면, 조니 미첼은 좀 더 재즈적이고 작가적인 성향의 작곡가라 잘 연결이 되지 않지만, <Will You Love Me Tomorrow?)에서 들리는 두 사람의 하모니는 신선하고도 멋지다. 물론 약방의 감초인 제임스 테일러Janes Taylor도 하모니를 거들고 있다.
어쨌거나 늘 느끼는 바이지만, 《Tapestry》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예쁘고 듣기 좋다. 버릴 곡이 없다. 앨범 제목 [Tapestry 여러 가지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처럼 마치 조각조각 예쁜 무늬가 장식된 태피스트리를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이 곡들을 자신들의 앨범에서 다시 부르고 있으며, 1995년에 비 지스Bee Gees,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 에이미 그랜트Amy Grant, 맨해튼 트랜스퍼 Manhattan Transfer 등 당대의 가수들이 아예 캐롤 킹에게 바치는 (Tapestry Revisited)라는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Will You Love Me Tomorrow?)는 로버타 플랙이, (You've Got A Friend)는 제임스 테일러가, <A Natural Woman)은 아레사 프랭클린이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하지만, 그것이 캐롤 킹에게 별로 누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캐롤 킹이 미드에 출연했다고?
나는 늘 캐롤 킹이 할리우드의 거물급 배우 글렌 클로즈Glenn Close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캐롤 킹도 영화는 아니지만 TV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 꽤 인기있었던 미드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에 CD 가게 여주인으로 몇 차례 나왔었는데, 킹의 곡인 〈Where You Lead)가 이 드라마의 주제가였던 것이 계기였다고도 한다.
화려하거나 복잡하거나 정교하거나 강렬하지 않고도 40년 동안 꾸준히 진화하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든 킹 아줌마가 존경스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한편, 멋진 기타 연주와 어눌하지만 사랑스러운 보컬의 (WillYou Love Me Tomorrow?)로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했던 기타리스트 M, 프러포즈와는 아무 상관없이 몇 년 후 그 연상의 여인과 헤어지더니 지금껏 화려한 싱글로 살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면 그날 밤 (Will You Love Me Tomorrow?) 대신 〈You've Got A Friend〉를 골라줬어야 하는 건데………. 그랬다면 우리 모두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며 즐겁게 오순도순 잘 살았을 테니말이다. 일식집도 가끔 가고,
- 캐롤 킹의 노익장
2010년 캐롤 킹은 그녀의 평생 음악친구인 제임스 테일러와 함께 LA의 트로바도Troubadour 극장에서 콘서트를 가진다. 1970년에 같은 자리에서 둘이 함께 공연한 지 무려 40년 만이었다. 이 둘이 석 달간 호주와 미국을 돌며 가진 재결합투어 (Troubadour Reunion Tour)는 엄청난 관객들을 불러 모아 그 어느 팝 가수나 록 밴드의 공연보다도 성공적이었다. 기세를 몰아 킹은 2011년 겨울, 캐럴 앨범도 발표해 히트한다. 한국 나이로 칠순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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