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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D단조 본문

음악이야기/클래식 & 크로스오버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D단조

김현관- 그루터기 2023. 3. 1. 00:13

https://youtu.be/-wP64LlZEDY

Shubert Serenade (arr. Liszt) - Beka Lagadze

가곡의 왕'이 만든 <세레나데 D단조〉
연가곡 <백조의 노래> 중 제 4곡 슈베르트

이 세상에 흥겨운 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슈베르트

 

처음 저녁의 음악이었다가 사랑을 구하는 음악으로 알려진 세레나데는 '저녁의 음악'을 뜻한다.

문헌상 이탈리아어로 저녁을 뜻하는 Sera와 옥외에서란 뜻의 Sereno에 그 어원을 둔 세레나데는 기악과 성악 모두에 적용되는 음악 양식이다.

원래 이 용어는 저녁에 연주한다는 의미 이상을 뜻하지 않았다. 어둠이 깔리고 난 후 달 밝은 밤에 연인의 창가에서 간단한 반주 악기와 함께 바람에 실려 오는 재스민 향기와도 같이 부드럽고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고전파 시대에 널리 성행했고, 사랑을 구애하는 보편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저녁 때 연인의 집 창가에서 부르는 노래에 내포하는 <저녁 때>, <야외>, <바치는 노래>와 같은 의미에서 파생한 각종 예술음악을 총칭한다. 야곡(曲), 또는 소야곡으로도 불린다. 악곡의 형식을 규정하지 않은 연주방법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한 세레나데는 저녁 때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창밑에서 사랑을 호소하는 일종의 연가다. 연인을 찬미하며 부르는 곡은 단순하고 민요풍인 것에서 중창곡까지 다양하다.구애하는 사람이 류트, 기타, 만돌린 등으로 반주하는 경우가 흔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 전체에 보급된 관습이었다.

오페라나 칸타타에 가까운 대규모의 성악곡으로서17~18세기에 고위층 인사에 대한 경의표시와 공적인 축하행사를 목적으로 하던 세레나데도 있었으며 오스트리아 제국을 중심으로 유행한다악장의 협주곡과 오케스트라 곡으로 특정한 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기악곡으로서의 세레나데도 있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세레나데를 작곡했다. 우리가 많이 접한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모차르트, 엘가, 드보르자크, 차이코프스키와 구노, 토스티, A. 쇤베르크, L. 베리오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곡가의 곡이 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나의 마음을 시적 정서로 이끄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에 짙은향수와 애정을 갖는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만들어진 배경

이전의 고전파 시대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가곡이라는 예술 부문이 슈베르트에 의해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에 힘입어 독립된 중요한 음악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초기 낭만파 작곡가의 한사람으로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가 유쾌한 젊은이들을 데리고 베링가를 지나고 있었는데, 친구인 티체가 비아자크라는 카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 일행들을 데리고 거기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티체는 책을 펴놓고 있었는데, 슈베르트가 그 책 페이지를 넘기다가 한 시를 나지막이 읽기 시작하다가 불쑥 외친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떠올랐어, 5선지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때 친구가 손님이 놓고 간 계산서를 발견하고 슈베르트는 그것을 뒤집어 뒷면에 오선을 긋고 저 미묘한 세레나데를 썼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써 내리는 슈베르트의 음악은 때로 어딘지 모르게 안정성이 없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그의 음악의 아름다움은 다른 작곡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겁지 않으면서 의미가 깊은 반주, 가사의 감정적 내용에 대응하는 조바꿈 등이 슈만, 브람스, 말러의 예술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D단조

서둘러 달려오느라 놓쳐버린 풍경들이 아쉬울 때, 붉은 벽돌의 이층집에서 흘러나오던 소녀의 피아노 소리에 매료되어 가슴 설레던 그때가 얇은 습자지처럼 펄럭일 때, 폐부 깊숙이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싶을 때, 내 안에 자라던 사랑이 혹시 불로 타오를 수 있을까 막연할 때, 플레이어에 음반을 걸어놓고 바이올린 선율에 농익은 슈베르트의 가곡 세레나데에 빠져든다.

세레나데….

수많은 세레나데가 있지만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동경에 가득찬 노래는 드물다. 낭만파 음악의 대가답게 개인의 자유로운 사상과 시적인 노래이며, 자유로운 감정을 추구하는 주관적인 노래이다. 평온한 느낌, 느리고 단순하면서도 선율이 아주 부드럽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원래 가곡이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라는 제목이 붙은 가곡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세레나데 D단조>이고 또 하나는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이다. <세레나데 D단조>는 <가곡의 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슈베르트답게 샘솟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에 로맨틱하고 풍부한 정서를 담고 있으며, 슈베르트 최후의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에 수록된 네 번째 곡이다. 1882년 여름 독일 낭만파 시인 렐시타프의 일곱 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중의 하나다.

그가 죽은 후에 편집된 <백조의 노래>의 근간을 이룬다.

부드럽게 간청하라 나의 노래야

밤을 가로질러 당신에게

고요한 아래쪽 작은 숲으로,

귀여운 사람아, 오라 나에게!

속삭이며 날씬한 나무의 높은 곳이 살랑거린다.

달빛 속에서;

배반자의 절대적인 엿듣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사랑스런 사람아.

당신의 마음도 감동되게 하시오.

사랑스런 사람아, 내 말을 들어다오!

몹시 떨며 기다린다 나는 당신을!

오라, 행복하게 해다오 나를!

_슈베르트 세레나데 중



이렇게 아름다운 노랫말과 어울리는 선율은 단조의 우울함과 함께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한 번쯤은 레스토랑이나드라마 배경음악으로 들어봤을 이 노래는 비발디의 <사계> 만큼이나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타고난 성격으로 인해 그의 음악에는 항상 깊은 우수와 어두운 면이 감돈다. 내성적이고 어두운 그의 성격이 곡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슈베르트의 성격에 새삼 놀란다.

세레나데, 그 아름다운, 때로는 몽상적이고 서정적인, 자연과 인간의 내면의 흐름을 이렇게 고운 선율로 묘사한 그의 저변에 도사리고 있던 어두움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요절한 사내 슈베르트의 애정을 들여다본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 테레즈는 그의 평생 동반자로서 사랑했지만 생계를 꾸릴 형편이 되지 못하여 떠나보냈고 사교계에서도 그는 여성을 바라볼 때, 의식적으로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는 고백하는 쪽보다는 가슴에 담아두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환경은 정인이 있었음에도 가정을 가질 만한 여력이 없을 정도로 불우했다.

극도의 소심함이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었을까.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죽음의 순간에도 피아노를 연주한 그는 철저한 예술가였다.

"천재는 요절한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평소에 그는 “이 세상에 흥겨운 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세상을 비관적이며 고통스럽게 바라본 염세주의 작곡가였다. 그의 내성적이고 염세적이며 어두운 성격이 사랑의 노래라는 뜻을 가진 세레나데에도 비통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른 작곡가들이 따뜻하고 희망에 넘치며 사랑스러운 세레나데를 썼다면 슈베르트는 비통한 애상조의 세레나데를 썼다.

모든 예술가가 그랬겠지만 가장 고뇌하고, 죽을 때까지 한번도 정착하지 못했으며 그의 음악의 가치에 비해 너무도 힘든 생활을 한 슈베르트, 그 무한한 재능을 두고 31세라는 짧은 생을 마친 슈베르트,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 그는 음악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모든 예술은 결핍의 산물이다.

모든 예술가들은 개인의 판타지를 세상과 공유하는 수단으로서 예술행위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그 무엇도 간섭할 수 없는 주관적인 세계. 이 시간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라는 음악의 강물 속으로 유영한다.

슈베르트의 많은 소리를 듣는다. 영혼에 울림하는 영혼의소리를 듣는다. 마음에 대답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내몸의 어둠이 어둠을 밀어내는 소리를 듣는다. 인간들이 가두어 놓은 생각들을 거두어 내는 소리를 듣는다.

열린 시각으로 주위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다. 한 통의 전화, 한 줄의 편지, 한 번의 만남, 한 옥타브의 선율에도 있다.

아파트먼트라는 회색의 창을 열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내 작은 심장이 속수무책, 이 고운 선율을 따라 깊은 강속으로 흐르고 있다고….

세. 레·나·데·

 

치유의 음악 권 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