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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로시니는 정말 송로버섯 때문에 은퇴했을까? 본문
Rossini : 오페라 <cenerentola(신데렐라)> 중<cenerentola(신데렐라)>
〈Nacqui all'affano... Non piu mesta (슬픔과 눈물 속에 태어나 더 이상 울지 않으리)>
로시니는 정말 송로버섯 때문에 은퇴했을까?
눈물겨운 걸작, 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초연은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네토르 극장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그런데 베토벤은 30년 동안 구상했고 12년 동안 작업한 이 필생의 역작을 빈에서 발표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의 인기를 의식해서였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에 베토벤 연주회의 흥행은 로시니의 오페라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비슷한 시기, 한 도시에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나 <도둑까치>와 경쟁하면 흥행참패가 불을 보듯 뻔했던 거지요. 로시니의 인기는 빈뿐 아니라 로마, 파리, 런던에서도 대단했습니다. 특히 런던에 방문했을 때는 왕실로부터 환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유럽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로시니가 1830년 <빌헬름 텔>을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합니다. 정점에 올라 있는 예술가가 잠시 쉬며 충전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은퇴를 선언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요. 더 놀라운 것은 그때 로시니의 나이가 불과 서른여덟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흔여섯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정말로 단 한 편의 오페라도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절필을 한 것입니다.
당연히 무성한 소문이 뒤따랐습니다. 그중엔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로시니는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를 기르려고 오페라를 접었다.' 돼지를 기르려고 절필했다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데, 돼지면 돼지지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라니 대체 무슨 소릴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돼지가 아니라 송로버섯입니다. 송로버섯을 프랑스에서는 트뤼프(truffe)라고 하는데 푸아그라, 캐비아와 더불어 유럽의 3대 진미로 꼽힙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한 와인 마스터가 9백 그램짜리 송로버섯 한 송이를 1억 6천만 원에 구입해서 화제에 오른 적도 있지요. 얼마나 귀하고 비싼지 '땅속의 다아이몬드'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송로버섯은 다른 버섯처럼 지상이 아니라 지하 10~30센티미터 지점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채취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신 톡 쏘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걸 찾아내는 데 암퇘지가 제격이라고 합니다. 암퇘지는 후각이 뛰어난 데다, 송로버섯 냄새를 맡으면 극도로 흥분해서 주둥이와 발굽으로 땅을 헤집어 기어코 송로버섯을 찾아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송로버섯을 좋아하는 로시니가 평소에 이런 말을 자주했던 것입니다. "진미와 요리를 즐기면서 송로버섯을 찾는 암퇘지를 키우며 지내고 싶다."
그가 정말로 송로버섯을 찾는 암퇘지를 키웠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송로버섯 요리를 즐겨 먹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먹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송로버섯을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를 개발했지요. 만약 프랑스 고급식당의 메뉴판에서 '로시니(Rossini)'가 붙은 이름을 본다면 로시니가 개발한 송로버섯 요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투르도 로시니(Tournedos Rossini)'라고 하면 거위 간에 송로버섯을 곁들인 스테이크, '필레 드 뵈프 로시니(Filet de Boeuf Rossini)'라고 하면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을 곁들인 쇠고기 안심스테이크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로시니가 아무리 송로버섯을 좋아했기로서니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를 키우려고 은퇴한 것 같진 않습니다.
은퇴를 결심한 데는 그보다 복잡한 배경이 있지요. 그는 1824년부터 파리로 이주해 살았는데 프랑스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대가로 연금과보수를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1830년 왕정복고에 저항하는 7월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배경이 바로 그 7월 혁명이지요. 승리를 거둔 혁명세력은 로시니가 구체제 때 파리극장과 맺은 계약을 무효화했습니다. 이에 로시니는 은퇴를 결심하는데 '음악은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신념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로시니는 바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볼로냐에 몇 년간 머무른 것을 제외하고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파리에 줄곧 살았습니다. 당시에 이탈리아의 상황도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나폴레옹이 병합한 약소국들이 1814년 빈회의에서 유럽 열강의 먹잇감으로 올랐고 여기에는 이탈리아의 공국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회의 결과가 이탈리아에 어떤 파란을 몰고 왔는지는 회의를 주도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재상 메테르니히가 한 말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란 말은 단지 지리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반정부 봉기가 일어날 때마다 무자비한 탄압이 이어졌고 1848년 사르디니아 공국과 합스부르크 제국 간의 이탈리아 독립(통일)전쟁이 시작됩니다. 이때 로시니는 상당한 액수를 군자금으로 기부했지만 독립전쟁 세력은 액수가 적다면서 로시니를 부자들의 반동분자라고 매도했다고 하지요. 1860 년 드디어 이탈리아 통일이 이루어졌지만 로시니는 돌아가지 않았고 파리의 저택과 파시의 별장에서 즐겁게 살았습니다.
오페라는 작곡하지 않았지만 피아노 소품과 노래를 작곡했고 종종 친구들을 불러 자신이 개발한 송로버섯 요리를 함께 시식했습니다. 이때 초대한 친구들 중에는 스탕달과 발자크, 바그너가 있었다고 하지요.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은퇴 후의 삶입니다. 그러나 한창일에 몰두할 나이인 서른여덟에 은퇴를 결심하고 두 번 다시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은 데는 소식과 비슷한, '삶에 대한 허무주의'가 깔려있습니다. 소식은 꺾였고, 로시니는 스스로 꺾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둘 다 허무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전과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해서 '잘' 살았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꼭 꿈이 좌절됐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이 식도락에 빠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외롭고 우울하면 왜 더 많이 먹을까?' 편에 언급했던 것처럼 엄마 품에 안긴 것과 같은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멀지 않을 것입니다. 성격이 불과 같았던 소식과 로시니였습니다. 꿈이 좌절된 후에 한동안은 화병을 앓았을 것입니다. 그 시절에 소식에게는 돼지고기
가, 로시니에게는 송로버섯이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은 심리적 안정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Filet de Boeuf Rossini 거위 간에 송로버섯을 곁들인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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