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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분야의 일본어(2) 본문
당구 분야의 일본어(2)
知識 ,知慧 ,生活/당구에 대하여 2010-01-19 14:57:26
당구 분야의 일본어(1) 글쓴이 박용찬(국림국어연구원)(malteo)
이 자리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당구 분야의 일본어를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 호에서는 당구 기술과 관련된 용어만을 살펴보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당구 기술 용어를 제외하고, 자주 쓰이는 몇 가지 예를 선정하여 이에 대한 순화어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사가리(픽사리)[さがり(下がり)] → 헛치기
우리가 당구장에 들어가서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일본어가 ‘픽사리’이다. ‘픽사리’는 흰 공[白球=手球]으로 빨간 공[赤球=的球]을 맞추기 위해 당구봉(=큐)으로 흰 공을 칠 때, 당구봉을 잘못 조절하여 헛치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픽사리’를 하게 되면 점수를 잃는다. ‘픽사리’의 원래 말은 일본어 ‘사가리[さがり(下がり)]’로 점수를 잃어 점수가 내려가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가리’의 첫 음절을 ‘픽’으로 바꾸어 ‘픽사리’라 한다. 이때의 ‘픽’은 당구봉으로 흰 공을 헛칠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낸 것일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픽사리’가 ‘점수가 내려 가는 것’이 아닌 ‘당구봉으로 흰 공을 헛치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에서는 이 점을 고려하여 ‘사가리(픽사리)’를 ‘헛치기’로 순화하였다.
시로(히로)[しろ(白)] → 흰공맞기
당구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는 ‘히로’이다. ‘히로’는 당구봉으로 친 흰 공이 빨간 공을 맞추지 않고 또 다른 흰 공을 잘못 맞추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히로’는 원래 일본어 ‘시로[しろ(白)]’에서 온 말인데 ‘시로’는 ‘색이 흰 것’ 즉 당구에서 흰 공을 가리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흰 공’보다는 ‘흰 공을 맞추는 것’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시로’도 ‘히로’로 바뀌었는데 일본어의 ‘시로’가 ‘히로’로 바뀐 것은 역구개음화 현상에 따른 것이다. 국어의 일부 방언에서 ‘형님’이 ‘성님’으로 바뀌는 것(지난 호에 다루었던 ‘히네리’, ‘힛카케’가 ‘시네리’, ‘시카키’로 소리나는 것도 마찬가지임.)을 구개음화라 하는데 이러한 구개음화 현상이 반대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을 역구개음화 현상이라 한다. ‘시로(히로)’의 순화어는 ‘흰공맞기’이다.
기레이[きれい(奇麗)] → 좋아
이 밖에 당구 전문 용어라 할 수는 없지만 당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 ‘기레이’가 있다. 이는 상대가 공을 잘 쳤을 때 감탄하는 말로, 일본어 ‘きれい(奇麗)’에서 온 것이다. ‘솜씨나 기술 따위가 훌륭하고 멋짐’을 뜻한다. 이는 순화어인 ‘좋아’로 대신하여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으로 지난 호에 이어 당구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본어에 대해 그 의미와 순화어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일본어들은 적당한 우리말로 순화하여 쓸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순화어를 쓰도록 노력해야만 일본어식 용어들이 영원히 우리나라의 당구장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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