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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이야기

당구 분야의 일본어(1)

김현관- 그루터기 2023. 4. 28. 00:50

당구 분야의 일본어(1)

知識 ,知慧 ,生活/당구에 대하여 2010-01-19 14:56:02

당구 분야의 일본어(1) 글쓴이 박용찬(국림국어연구원)(malteo)

당구는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레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당구장에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당혹스러워진다. 당구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대부분이 일본어 일색(一色)이어서 혹 여기가 일본 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당구장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가운데 기술과 관련된 용어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순화어들을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마와시[まわし()] 돌리기

다음 예는 당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당구 기술과 관련된 일본어들이다.

가라쿠, 갸쿠, 나메(나미), 니주마와시, 마와시, 오마와시, 오시, 우라마와시, 하코마와시, 히네리, 히키, 힛카케(시카키)

 

위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당구 용어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일본어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당구 기술과 관련된 용어는 거의 100%가 일본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마와시[まわし()]’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구 경기가 인기가 있다. 4구 경기는 흰 공, 빨간 공 각각 두 개씩 총 4개의 공으로 하는 경기로, 흰 공[白球=手球]으로 두 개의 빨간 공[赤球=的球]을 연달아 맞추면 점수를 얻게 된다. 그런데 마와시는 흰 공으로 첫 번째 빨간 공을 맞춘 후, 근거리에 있는 두 번째 빨간 공을 직접 맞추지 않고 반대쪽으로 돌려 맞추는 것을 가리킨다. , ‘돌리기기술을 말한다. “일본어투 생활용어 순화집”(1995, 문화체육부)에서는 이를 돌리기로 순화하였다. 이러한 돌리기 기술에는 니주마와시[にじゅうまわし(二重廻)]’, ‘오마와시[おおまわし(大廻)]’, ‘우라마와시[うらまわし(裏廻)]’, ‘하코마와시[はこまわし(箱廻)]’ 등이 있다. 이들은 마와시를 생략한 채 니주’, ‘우라’, ‘하코라 하기도 한다.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는 이들을 각각 이중돌리기’, ‘크게돌리기’, ‘뒤돌리기’, ‘귀돌리기로 순화한 바 있다.

가라쿠[から()+cushion] 민쿠션치기

당구 기술 용어 가운데에는 가라쿠는 특이하게 조어된 말이다. 일본어의 가라[から()]’에 영어 cushion의 첫 음절 cu-을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이 말은 가락으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가라쿠3(three cushion)에서 흰 공으로 3회 이상 쿠션에 부딪치게 한 후, 두 개의 빨간 공을 연달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3구는 흰 공으로 첫 번째 빨간 공을 맞춘 다음 3회 이상 쿠션에 부딪치게 한 다음 두 번째 빨간 공을 맞추게 되어 있다. 즉 흰 공으로 첫 번째 빨간 공을 직접 맞추지 않고 쿠션부터 부딪치게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3구에서 첫 번째 과정이 빠진다. 이로 인해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문화체육부)에서는 이를 민쿠션치기로 순화하였다. 국어에서 -’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그것이 없음’, 또는 그것이 없는 것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일본어의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가라-’으로 대신한 것이다. 결국 접두사 -’쿠션치기를 결합하여 새로운 신어를 만들어 내었다.

이 밖에 당구 기술 용어로는 갸쿠[ぎゃく()]’, ‘나메(나미)[なめ()]’, ‘오시[おし()]’, ‘히네리[ひねり()]’, ‘히키[ひき()]’, ‘힛카케(시카키)[ひっかけ(引掛)]’, ‘리쿠(니쿠)[りく()]’ 등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반대치기’, ‘얇게치기’, ‘밀어치기’, ‘틀어치기’, ‘끌어치기’, ‘걸어치기’, ‘겹쳐밀기로 바꿔 쓸 수 있다.

위에 제시한 당구 기술과 관련된 용어들은 어느 정도 정부 차원에서 순화하여 고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당구장에서는 여전히 일본어들이 더 널리 쓰이고 있다. 몇몇 당구장에서는 당구 용어를 자체적으로 순화하여 홍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나 순화된 용어가 각기 달라 혼선을 빚는 경우가 없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순화어가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채 사장(死藏)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당구를 치러 갈 때마다 일본어 대신 순화된 용어를 하나씩 바꿔서 사용하는 노력을 한다면 당구장에서 일본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