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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The Godfather 대부 - 1972 본문

영화이야기

The Godfather 대부 - 1972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9. 00:27

The Godfather 대부 - 1972

知識 ,知慧 ,生活/영화이야기
2022-04-22 10:50:01

# 대부의 진실을 말해볼까?

대부 | The Godfather | 1972
강헌 |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소장

멀쩡하다가도 영화만 보면 잠이 온다. 빡빡머리 중학생 때 줄서서 들어갔던 단체관람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한창 시가 어떻고 노래가 어떻고 나불대던 사춘기 고등학생 때도 거역할 수 없는 초저녁 잠 때문에 고 정영일 씨가 유려하게 인도해 주던 토요일 명화극장 시간에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소파에서 전사(?)하기 일쑤였다.

지성의 요람이라던 대학에 와서도 이 증세는 더욱 악화됐는데, 특히 수많은 한국 영화의 열혈남아들을 배출했던 프랑스 문화원에선 해석도 되지 않는 영어 자막을 한 10분쯤 쫓아가다가 스스로 레드카드를 내리고 퇴장한 경험이 있고, 그 정도는 알아야 된다는 에이젠슈테인이나 타르코프스키가 대학 축제에서 상영될 때는 아예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80년대 중·후반, 드디어 자취하던 아파트에 VCR이 입성했을 때도 상황은 거의 변함없었다. 열 편의 테이프를 빌리면 여지없이 일고여덟 편은 15분을 넘기지 못하고 보다 잠들어 버리니, 본전 생각에 반납을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불량고객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법칙과 징후가 그러하듯이 수많은 예외도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초년까지 나를 흥분시킨 이소룡 영화들은 지정 좌석도 없는 개봉관에서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보았고(다 커서 다시 보니 내가 왜저 영화들에 감동했는지 도무지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의 센티멘털리즘은 닥터 지바고>를 조조부터 마지막 회 상영까지 한 자리에서 네 번이나 보게 만들었다(이 역시 재수할 때 파스테르나크의 두꺼운 원작 소설을 읽고 데이비드 린의 영화는 너무 앙상하다며 실망하고 말았지만).

사정이 이러하니 두 번 이상 본 영화는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도 못할 정도다. 그런데 과연 영화의 무엇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5년간을 영화판에 뛰어들게 했는지 아무리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상영나가서 영사기 옆에 앉아 있어야 했던 장산곶매 시절의 영화를 제외하면, 다섯 번 이상을 본 영화는 ET><대부>(그것도 1편만)밖에 없다. 그중에서 <대부>만은 어림잡아도 근 열다섯 번은 본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 두 편의 영화는 대학가의 허름한 재개봉관에서, 겨울이면 난로를 피우고 어디선가 구토의 오물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며 듬성듬성한 객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그런 극장에서 처음 보았다. <E.T>를 위시한 간교하기 그지없는(?)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연유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언젠가 친한 벗인 문학평론가 서영채가 군에서 휴가를 나와 <인디애나 존스>를 보고 극장을 나섰을 때, 군복을 입은 그는 멍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이 없군.”

그러나 <대부>는 다르다. 나는 그 영화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비록 그 영화의 스태프나 조역급 배우들의 이름은 외우지 못할지라도 그들 모두가 일필휘지로 내지른 그 단호하고 음영이 깊으며 여유만만한 현실적 상상력을 나는 경외한다. <대부>를 놓고 미국 자본주의의 내면을 정치하게 분석한 글도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영화광들은 한결같이 속편인 <대부 2>를 선호한다고 해도 나는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대부 2>는 이른바'작가'가 되려는 감독의 선량한 의도가 너무 속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 콜레오네의 젊은 날을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의 열연이 전편의 압도적인 연기에 비할 때 이상하게도 내게는 너무 왜소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대부>'전통적인 연기자들의 영화이다.나는 말로만 알고 있었던 말론 브랜도를 처음 보았고 다이앤 키튼 역시 처음 보았으며 저 배우가 제임스 칸이며 로버트 듀발이라는 사실 또한 처음 알았지만, 시나리오부터 촬영까지 튼실한 스태프들의 토대 위에 연기자들이 저렇게 비상한 빛을 뿜어낼 수 있다는 마법의 경험을 그 뒤로는 불행하게도 갖지 못했다. 내가 만에 하나라도, 혹은 꿈속에서라도 영화를 다시 만든다면 그런 영화를 찍고 혼자서 감동해 버리고 싶다.

이 영화는 어두운 실내에서 대부에게 청탁을 하러 온 이탈리아 출신 장의사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나는 미국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알 파치노와 다이앤 키튼의대화로 마무리 짓는다. “이번 한 번만 진실을 말해주지.” “그것이 사실이에요?" "아니!" 이때 옆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누나 같은 애인이 나에게 속삭였다. “당신도 저런 것 좀 배워!” 저 음흉한 것을 배우라니? 갓 대학 1년생이었던 나는 이 마지막 신에서 한없는 열등감을 맛보았다.

만약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국에 가게 된다면 롱아일랜드 어디에 있다는, 맏아들 소니가 벌집이 돼서 죽는 톨게이트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 철없는 소리긴 하지만,

The Godfather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 출연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