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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One Fine Spring Day / 2001 본문
봄날은 간다 / One Fine Spring Day / 2001
知識 ,知慧 ,生活/영화이야기
2022-05-12 11:16:18
https://youtu.be/DMvb_NOETdE?si=KAVDCQRz8quJs2Cr
글쎄, 사랑도 변하더라니까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 2001
최영아 SBS 아나운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금요컬쳐클럽>
사실 그날 밤 우리가 왜 다퉜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대개의 부부싸움이 그렇듯이 싸우다 보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말다툼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공간에서 마음속에 높은 담을 쌓은 채 누군가가 먼저 말 걸어 주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화풀이 상대로 고른 텔레비전만 뚫어지게 보다가 혹시 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워 봐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말 한마디만 하면 나도 모른 척 넘어갈 텐데, 미안하다고 말할 텐데, 1분 1초가 흐르는 것조차 셀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가는 시간 앞에 헛기침 한번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가 잠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무력감과 허탈감. 나는 속상해서 죽을 지경인데 잠이 오나? 정말 야속하다.
<봄날은 간다>를 토요일 밤, 하필이면 남편과 싸운 그날 밤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쌩하니 아렸다. 특히 상우가 은수에게 했던, 혼잣말 같은 말은 큰소리가 되어 한참을 머릿속에 뱅뱅 돌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결혼하기 전 어느 해인가 많은 눈이 내렸던 12월 31일. 그는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내 얼굴 한번 보겠다며 연휴 근무를 선배와 바꾸고 목포에서 서울까지 길이 얼어 차가 빙빙 돌고 갓길로 처박히는 무시무시한 고속도로로 차를 끌고 온 적이 있다. 서울에 도착해 그가 내게 열심히 삐삐를 쳤던 그 시간에 나는 입사 동기들과 종로 거리를 헤매느라 그가 온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가 다시는 나를 만나지 않겠다며 그날 밤 목포로 돌아가 버린 사실을 이튿날 알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는 연락 한번 없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다잡은 물고기(?)라고 이럴 수가 있나?
누구든 그랬겠지만 적어도 내 사랑은 남들과 다르다고 믿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우리의 사랑은 처음 그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아니 그것도 모자라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우리 또 결혼하자고 했었는데, 다 철없을 때의 이야기인가? 그날 밤 내린 결론. 그래, 우리의 사랑도 변했다! 그렇게 영화는 완전한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 사랑이 변하면 끝장나는 거야.
난 <봄날은 간다>가 상우의 열병 같은 첫사랑을 담담하게 군더더기 없이 그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대나무 숲에서 들리는 소소하지만 부드러운 바람 소리가 좋았다. 초등학교 다닐 적 하늘처럼 높은 대나무들이 해남 외갓집 담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댓잎을 꺾어 조리를 만들고 입으로 피리를 불어 봤지만 풀풀 거리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또 외할아버지 제사 때마다 일가친척이 다 모여 하얀 쌀떡을 조청에 찍어 먹던 기억과 깨끗한 적삼 저고리를 입고 은비녀를 꽂은 외할머니의 단아한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은 여든을 훌쩍 넘기신 외할머니가 세월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간혹 정신을 놓으신다는 엄마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었었지.
내 봄날은 영화와는 조금 다를지 모른다. 영화에서의 봄날은 사랑이 지나가 버린 기억 속의 그것이지만, 내 봄날은 끝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흘러 내 감정도 내일상도 봄을 지나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날 어느 하루쯤에 와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누가 먼저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변한 것 같다.
다음날 회사에서 방송을 준비하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그의 목소리, "영아야, 지금 나 출근하는데 비가 내리네. 우산 안 가지고 왔지? 나 회사 앞에 와 있어. 지금 바로 내려와”퉁명스럽던 내 목소리가 자꾸만 작아지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룻밤 뒤척이면서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연분홍치마처럼 휙 하니 날아가 버린다.
봄날은 간다
감독 허진호 출연 이영애,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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