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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내 이름은 튜니티 / 1971, 서유기 선리기연 / 1994 본문

영화이야기

내 이름은 튜니티 / 1971, 서유기 선리기연 / 1994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9. 00:40

내 이름은 튜니티 / 1971, 서유기 선리기연 / 1994

知識 ,知慧 ,生活/영화이야기
2022-04-28 01:05:31

https://youtu.be/-NqYlu6vi4k

 

튜니티처럼, 주성치처럼

내 이름은 튜니티 | My Name Is Trinity | 1971
서유기 선리기연 | A Chinese Odyssey2: Cinderella | 1994

김정영 | 청년필름 프로듀서

제목 한번 거창하군, 인생의 영화라니. 아이고, 인생까지 들먹거릴 정도로 대단한 그 무엇인가를 꼭 써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제길 써지지도 않잖아. 그래서 나는 다리만 덜덜 떨다가 단골 술집으로 갔다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분명 머리가 팽팽 돌아가 잘 써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곳은 신촌의 한 구석탱이에 있는 작은 술집이지. 오래된 단골들만 북적거리는 곳. 베개에 눌린 머리를 한 채 슬리퍼 신고 혼자 앉아서 홀짝 술을 들이켜는, 나와 비슷한 군상의 손님들이 많은 곳. 토요일 주말에도 남녀 한 쌍씩 들어오는 손님은 없고 혼자 아니면 추리닝 바람의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만 와서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자신들을 음악 속으로 몰아 버리는 그곳은 정말이지 패잔병들의 쉼터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야. 초콜릿 파는 할머니는 오늘도 초콜릿 안 팔고 저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구먼, 또 자기 아들래미 자랑하면서 말이야.

난 이곳을 동생들이랑 자주 오지. 우리는 이곳의 사람들을 좋아해. 내 동생들은 위대한 술꾼들이지. 술꾼은 우리 집안 내력인가. 아버지도 술을 좋아하셨는데, 그분이 가장 좋아하던 영화는 <내 이름은 튜니티 >였어. 키키키, 튜니티라, 정말 기억만 하면 땀에 전 더러운 얼굴에 비열한 웃음, 하지만 모든 비열한 행동을 용서해 줄 수 있는 푸르고 착한 눈(여기서 눈은 펄펄 눈이 아니라 눈알이야) 등이 기억나. 세상에, 아버지는 멋있고 비장한 여러 서부극들도 있는데 왜 그토록 비열한 주인공이 황당하게 활약하는 이 마카로니웨스턴을 그리도 좋아했을까? 혹 반미주의자? 아냐, 아냐, 냉정을 되찾자.

아버지와 함께 캬캬거리며 그 영화를 보았던 우리는 지금도 비디오 가게를 돌아다니며 튜니티 시리즈를 찾아보곤 하지. 튜니티를 좋아하던 우리는 성장해서 그것에 필적할 만한 인물을 찾아냈지. 정확히 말하자면 내 남동생 녀석이 열광하면서 좋아하던 주인공인데, 어느덧 내 여동생과 나도 헤헤거리며 좋아하게 되었어. 아버지는 튜니티에 남동생은 주성치에 카, 이런 우리 집안 남자들의 심미안은 정말 자랑스러워. 우리 집은 동화 속 거인의 집처럼 6년 동안 손질 안 된 정원과 개똥 지뢰밭을 지나 현관을 들어서게 되어 있는데, 내 생각에는 우리 집 개도 주성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맞아, 우리가 사랑하는 인물은 바로 주성치야. 우리 3남매는 벌써 30대 전후의 성장한 어른인데도 누구 하나 결혼을 해서 나가지 않고 토요일, 일요일을 굳건하게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똘똘 뭉쳐 살고 있지. 내 남동생과 동네 슬리퍼 친구들은 술을 마시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우리와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고 개랑 놀아주기도 하지.

우리 집은 이름하여 '역삼 객잔 이야. 이런 주말이면 우리는 모두 TV 앞에 모여 잘 나가는 녀석들을 시기하며 독설을 퍼붓지. 이럴 즈음 주성치를 빌려와 낄낄거리며 보다가 아쉽게 자리를 끝내기도 하지. <서유기 선리기연, 가유희사, 식신, 심사관, 파괴지왕), 심지어는 주성치가 카메오로 나오는 성룡의 영화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기까지 하지. 짧은 출연에 아쉬워하며, 우리 3남매는 줄곧 주성치의 캐릭터에 푹 빠져 주말을 온통 날려 버리는 거야. 맥주를 홀짝거리며 말이야. 내 생각에 우리 3남매는 그 시간 동안 어린 시절 튜니티를 보던 푸근한 향수에 젖는 것 같아. 이제는 옆에서 들리던 아버지의 감탄사만 들리지 않을 뿐이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로 뒤늦게 7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는데(남들은 군대 갔다온 줄 안다니까) 첫 직장이 운 좋게도 이른바 좋은 영화를 푸는 곳이었지. 그린 파파야 향기, 길버트 그레이프, , 8요일, 샤인등등. 기자 시사회나 평론가 시사회를 들락거리고 보도자료를 써 대면서 조금은 우쭐거리기도 했지. “고급 영화 보급의 선봉이 되었다이러며 하늘을 찌를 듯이 잘난 척을 하고 다녔던 것 같아. 내가 푸는 이외의 영화는 우습게보면서 말이지. 하지만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차이는 무어지. 이런 바보 같은 이분법 논리로 아마도 나는 문화적 경쟁 심리의 허를 이용한 마케팅을 아주 잘했던 거 같아, 알고 보니 난 사기꾼이었던 것 같아. , 싫다.

왜냐하면 밖에선 그러고 다니면서 집에선 눈물 흘리며 주성치를 보고 끊임없이 만화책을 사다 모으곤 했으니 말이야. 이런 이율배반적인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과감히 회사 생활을 접은 지 이제 1년이 되었어. 동생들은 축하해 주었지(의료보험 카드가 없어지는 건 아쉬워했지만), 나의 소속은 청년 서른세 살의 선택치고는 황당하지만, 뭐 어때, 이제 시작인걸, 그리고 이곳엔 주성치를 아주 좋아하는 악취미의 여장부 장모 양도 있는데 말이야. 튜니티와 주성치처럼 조금은 비겁하고 힘도 없고 안 씻고(특히 이 부분이 맘에 들어) 그렇다고 극단적인 나쁜 길로 빠지지도 않는, 그래서 묘한 패배감과 안도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 그들은 영화 속 인물이지만 관객들은 거기서 남동생을, 아버지를, 나 자신을 만난다고, 그래, 사람이 곧 영화인데 말이야.

어이, 제목 바꾸라고. 내 인생의 영화가 뭐냐고, 그리고 영화제에 주성치 좀 초청하라고,

감독 엔조 바보니 | 출연 테렌스 힐, 버드 스펜서

감독 유진위 | 출연 주성치, 막문위

https://youtu.be/cGxzsN9ch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