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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옛 성인식 '관례' 본문
옛 성인식 '관례'
知識 ,知慧 ,生活/쉼터
2022-06-30 00:03:25
옛 성인식 '관례'
인생에서 성인이 된다는 것
성년의 날 남자 친구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키스(27.4%), 향수(17.7%), 장미(14.4%), 커플반지 (10.7%), 애완동물(5.6%), 속옷(5.1%), 화장품(2.8%). 몇 해 전부산 지역의 한 백화점에서 여직원과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가장 해보고 싶은 일로는 배낭 여행(42.3%), 부모를 벗어난 독립생활(17.7%), 사회봉사(15.3%), 연애(12.6%)등이 꼽혔다. 만약 조선 시대에 이런 설문조사를 했다면 어떤 응답이 나왔을까?
조선 시대에 성인식은 유교에서 인생의 통과 의례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관혼상제(冠婚喪祭) 가운데 관에 해당한다. 남자는 15살에서 20살, 여자는 대개 15살 무렵에 관례(여자의 경우는 계례라고 부른다)를 행했다. 조선 시대에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성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조선 시대 성인식의 가장 큰 특징은 엄숙함이다. 관례를 치를 때는 천주교의 대부와 같은 빈객(여자인 경우에는 어머니의 친한 친구)을 청하는데, 그는 주인 대신 모든 의식을 주관한다. 사흘 전에 미리 사당에 관례가 있음을 고하고, 당일에 빈객이 도착하면 식을 거행한다. 첫 단계는 머리를 빗어 상투를 틀어 올리고 옷을 갈아입는 가례이다. 여자는 머리를 빗고 비녀를 꽂는다. 그다음 술로써 예를 행하는 초례를 행하고, 마지막으로 성년이 된 사람에게 성인이 되었다는 표시로 빈객이 자(字)를 지어주는 자관의례를 행한다.
.실제 과정은 훨씬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절차는 이처럼 가례 · 초례 · 자관의례의 세 단계로 되어 있다. 여자의 경우에도 빈객으로 초청된 부인이 자를 지어준다. 관례가 끝나면 관계자들은 사당에 가서 조상에게 성년이 되었음을 알린다. 이 모든 과정은 엄숙하게 치러졌고, 성년식을 치르고 나면 주위에서도 대접이 달라졌다. 우선 남자는 상투를 올리고 갓을 쓰며, 여자는 쪽을 지어 비녀를 꽂는 등 겉모습부터가 완연히 달라져 진짜 성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관례는 오늘날 거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조선의 풍습과는 달리 만 20살이 되는 해 5월에 일률적으로 '성년의 날' 이라는 것을 정해 두고 있고, 그나마 특정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혼 풍습 때문에 조선 시대에는 그런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혼 풍습은 원래 한국인의 것왕족들은 십대 초반에 혼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고, 양반들도 15살을 전후해서 혼인했다. 고려 시대에 처녀들을 조공하라는 원의 요구(13, 14세기 약 80년에 걸쳐 총 51회의 요구가 있었음) 때문에 딸들을 서둘러 시집보내다가 조혼 풍습이 생겼다는 설도 있지만, 조선 시대에 들어서서도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원래 한국인은 조혼 풍습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유학자들이 주자의 《가례>에 근거하여 남자는 16에서30살 사이, 여자는 14살에서 20살 사이에 결혼하도록 권하고 나라에서도 이를 장려했지만 조혼 풍습은 없어지지 않았다. 세종 때에는 남자는 16살, 여자는 11살이 넘으면 결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국대전》은 남자는 15살, 여자는 14살로 고쳐 정했지만 다시 철회하여 남자는 14살, 여자는 13살로 연령을 낮췄고, 나중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결혼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도 조속히 대를 이어 가계를 안정시키려 했던 조선의 가족 제도 자체가 가진 특징 때문인 것 같다.
얘기가 좀 길어졌지만 아무튼 조혼이 일반화하다 보니 관례와 혼례가 겹치게 되었고, 이 때문에 혼례를 앞두거나 혼례를 예정하고 있는 집안에서는 별도의 관례를 치를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관례는 자연스럽게 혼례에 접목되었다가, 상투와 갓이 사라진 이후에는 관례의 흔적마저 사라지게 된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성인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성년의 날은 그저 선물이나 주고받고, 어른들의 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것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전통 성년의례인 관례를 되살리자는 움직임도있지만, 무엇보다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성년의 의미를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폭풍우가 몰아치는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아. 세상은끊임없이 너의 믿음을 저버릴 것이요, 쉴 새 없이 너를 다치게 할 것이다. 그때 기억해다오. 집은 언제라도 돌아와 세상에 맞서 싸울 힘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소설가 최인호가 성년이 된 아들에게 주었던 글.) 김경훈 / 상상 밖의 역사 우리 풍속 엿보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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