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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야기

신포동 산책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1. 3. 11:25

돌아오지 않는 것들은 언제나 그립다. 잃어버린 꿈과 시간, 잃어버린 사랑과 산천. 떠나간 것들은 더욱 그립다. 소꿉동무의 작은 손, 고향의 늙은 소나무, 어머니의 땀 냄새, 그리고 앞개울에서 반짝이던 송사리 떼. 기다리는 것들 역시 그리움을 안겨준다.

시인 한 용운님은 “그리운 것은 모두 님”이라 말했다. 이 님이라는 대상은 하느님,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 친구, 고향, 그리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그리운 마음이 있고, 기다리는 대상이 있을 때, 인간은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 친구가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오자, 광명 친구가 답했다. “그리워지면 늦으니 오늘 만나 점심 먹자^^”라는 말에 부천 친구도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네 명의 친구들이 인천의 이름난 생선구이집에서 다시 만났다.

고등어구이와 굴비구이, 돼지 두루치기와 갈치조림이 테이블에 가득했다. 그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온기가 더 따뜻했다. 그리워할 것들이 많지만,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신포동 거리를 휘적이며 걸었다. 묵은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가끔은 진지해지기도 했다.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따금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파올 때도 있지만, 이렇게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 그 그리움마저 따뜻해진다.

세상을 떠난 친구, 그리고 너무 먼 곳에 있어 쉽게 만날 수 없는 친구들. 그들이 그리울 때면, 오늘처럼 가까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그리움을 달래야겠다. 결국, 친구는 그냥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리움이 깊어지기 전에, 마음이 다치기 전에, 그리운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웃는 것이 삶의 큰 기쁨임을 깨달았다.

오늘 만난 네 친구, 우리는 그렇게 또 하루의 소중함을 나누었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간직하되, 함께할 수 있는 이 순간들을 더없이 소중히 여길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리움을 품은 채, 때로는 무작정 만나 웃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 친구란, 그리워할 때보다 지금 당장 만나야 더 빛나는 존재니까.   201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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