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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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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주둥이 닥쳐라

김현관- 그루터기 2024. 4. 9. 15:29

주둥이 닥쳐라

"합취구구 合取狗口 하라.

" '개 狗 주둥이 口 닥치라 合取 '는 말로, 약산 선사藥山禪師가 조주 선사에게 권했던 화두이다.

무엇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저 그냥 합취구구/合取狗口하라.고 대지르고 말라는 것이다. 선가禪家에서는 그러고도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날마다 사는 일이 소스라치는 일상에서 이런 언사를 썼다간 날마다 멱살잡이에 휘말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 막무가내로 주워섬기는 주둥이를 만났을 때 미친개가 짓는 소리로 여기고 입을 닫아 버리면 조주의 화두가 틀림없이 효력을 낸다.

세상 입들은 맞받아치라고 꼬드기지만 그런 꼬임에 넘어갔다가는 내 입마저 개 주둥이로 변해 망신만 당하게 될 것이다. 싸가지 없는 놈에게 싸가지 없다고 하면 싸가지 없다고 욕먹은 놈이 미친놈이 되어, 불똥 하나가 돌개바람을 만나 태산을 태우고 마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아무리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라도 참는 쪽이 어른 노릇하는 법이다.

살다 보면 하루도 수없이 철없는 주둥이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개주둥이 닥쳐라. 이 한 마디 화두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 불끈했던 심술도 잠잠해진다.

명상(冥想)의 길잡이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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