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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 본문
https://youtu.be/LUlrXN40G_c?si=4cTivQsNDYc3Ytmo2024 4 19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
지난 토요일,느닷없는 철현이의 호출에 부천 강남시장의 족발집에서 두열이와 함께 이바구를 할 기회가 마련되었다. 막상 만나봐야 그리 별다른 얘깃거리 없는 친구들 셋이 멀뚱하니 그저 병원 다녀온 이야기와 누가 누가 아픈 데가 많은가 내기를 하며 이목구비와 어깨, 팔다리와 관절들의 이상에 대해.. 그리고 먹는 약의 개수.. 병원진료 횟수.. 등을 정신없이 주절대는 두열이에게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승리의 월계관이 써졌다.
이어진 찻집에서 이런저런 대화의 끝 무렵 다음 주 중에 태안엘 가자는 철현이의 얘기에 직장 다니는 두열이는 아쉬움을 남기고 백수인 나와 둘이 오롯하니 다녀오기로 하였다. 그날이 바로 오늘. 추적대던 어제의 빗물이 대기에 흐물대며 콧속을 간질이던 황사를 품고 산화한 덕분에 비교적 산뜻한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부천역에서 만나 태안으로 향하는데 오래된 네비 덕분에 두 차례나 갈길을 벗어나며 의외의 장소에서 환한 유채꽃과 맞닥뜨리는 행운도 얻었다. 실수가 재미를 준 덕분에 우리는 기꺼이 그 재미에 동참하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유채꽃의 율동을 즐기는 행운을 하나 얻었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삼천포사람인 철현이는 특유의 사투리 덕분에 종종 알아듣기 힘든 어휘들이 있는데 평시에도 그렇지만 오늘은 운전을 하며 하는 얘기들이라 간간이 못 알아듣는 말들이 있어 자꾸 응응거리며 되묻는 내가 밉살스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리 괘념치 않는 철현이의 태도를 봐서는 이미 고향을 떠난 지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그럴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본다.
이윽고 행사장 초입의 방포해수욕장 근처에 도착하여 게국지탕으로 식사를 하였는데 오랜만에 먹는 게국지 국물의 시원함과 꽃게의 단단한 살맛이 어우러진 데다 반찬으로 나온 꼬막무침과 간장게장이 입맛을 돋우며 맛나게 한 끼를 먹고 행사장에 들어갔다.
평일이었지만 드넓은 주차장이 포화상태이다. 전국에서 모인 관광버스도 수십대의 장관을 펼쳐 보이는데 박람회장안의 인파가 저절로 그려진다. 평일인데도 이런 상태니 휴일인 내일과 모레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인파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은 자명하다. 평일인 오늘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네덜란드의 국화인 튤립을 이렇게 다양하게 키워 전시해 놓은 것이 놀랍다. 넓은 터에 형형색색의 튤립이 바람에 나부끼며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들 사이사이 사진을 찍는 선남선녀들의 갖가지 포즈를 보는 재미도 만만찮고, 아직 지지 않은 벚꽃들도 튤립의 축제에 동참하며 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한껏 펼쳐 보이고 있다.
실내전시장들에서는 열대꽃과 나무들의 곱게 단장하고 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온갖 꽃으로 뒤덮은 성문을 올라서니 박람회장이 시원스레 한눈에 보이고, 또 다른 한편에 세워놓은 풍차모습의 전망대에서는 전시장밖 서해바다의 넘실대는 모습까지 눈앞에 보인다. 장관이다.
전시장 한 편에서 경쾌한 라틴음악이 들려온다. 페루의 잉카음악을 연주하는 3인조 악단이 축제의 흥을 돋우고 있는 중이고 손님을 가득 태워 전시장을 누비는 트랙터열차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을 위한 앙증맞은 동물원에서는 공작새가 우아한 날개를 펴고 낯선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선사하고 있다. 지극히 이타적인 행동이다.
철현이와 근 3시간에 걸쳐 행사장을 둘러보고 근처의 백사장항엘 들렀다. 오래전 두열이와 함께 들렀던 그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기사 그때는 밤이고 지금은 낮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우아한 철제인도교에서 내려다본 썰물 무렵 서해바다의 풍경이 인천사람인 내게 정겨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돌아오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와 평택. 이천 고속도로에 밀린 차량의 행렬들이 하루의 고단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 속에 함께 섞인 우리는 고단함이 아닌 튤립의 아름다움과 실수가 준 재미로 얻은 행운과 정다운 친구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상의 즐거움을 안고 귀가하였다. 202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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