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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바람의 도시 후쿠오카를 떠나며 본문
바람의 도시 후쿠오카를 떠나며
후쿠오카! 사실 여행지로 정해지기 전까지 이곳에 대해 별로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곳인데. 막상 여정을 끝내고 떠나려니 은근한 정이 들었는지 훌쩍 떠나기 아쉽다. 미처. 보지 못하고 더 느끼고 싶은 곳들이 남아서인지 모르고, 같은 곳이지만 시간의 변화로 인한 색다름을 맛보고 싶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바람과 눈으로 마주친 만남이 이 도시와의 인연이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불던 바람들. 오호리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털모자를 쓰게 하고, 후쿠오카의 성벽아래 정류장. 오지 않는 버스의 기다림에서, 다자이후의 커리집 사와를 나설 때도 눈발과 함께 불던 바람들은 그나마 운치라도 있어 추억이 될 것이라며 기분 좋게 넘어갔지만, 후쿠오카 타워 앞에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부는 바람으로 모모치 해변의 정경을 전망대에서나 보게 하고, 폭설로 인해 벳푸와 유후인의 일정을 취소시킨 이 곳 '바람의 도시'는 내게 그리 매력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나이 들며 다니는 여행은 수천 수백년의 세월에서 풍기는 고고한 위엄과 소스라치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장관이나 험한 협곡의 아찔함, 끝없이 펼쳐지는 광대하며 웅장한 풍광들, 현란하고 화려한 자연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뭉클함들은 이미 많이 경험하여 어지간한 풍경들을 보면서 감격하는 마음들이 많이 사그라진 상태이다.
이제는 그런 크기나 높이들이 주는 위엄과 감동보다는 옛것에 대한 향수와 낯선 곳을 다니는 방랑, 익숙하지 않은 소소한 뒷골목의 따스함과 오래된 가게의 친근한 손맛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찾는 여행이 외려 반가운데 이번 아들애가 아비의 속마음을 알았는지 천천히 구수한 여행을 계획하고 선물하여 그 따뜻한 마음을 받아들임이 흡족하다. 다만 원하지 않은 바람과 눈의 심통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었으나 완벽한 대비로 새로운 즐거움을 얻은 바 다른 여정에서는 이번 후쿠오카의 여정을 반추하며 또 다른 재미를 찾으면 될 터이다.
지난 여정동안 우리를 편히 쉬게해 준 ‘호텔 몬토레 후쿠오카’가 우리를 배웅한다. 저녁음료와 주전부리를 해결해 주던 편의점을 지나 ‘와타나베 도리역’에서 하카타역으로 가기 위한 지하철을 탔다. 하카타역 백화점의 식당 '석정'에서 장어와 회정식으로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였다. 인천공항에서 지각탑승을 한 것을 반성하여 느긋하게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한 뒤 면세점에서 쇼핑도 즐기고 차도 한 잔 하며 대기하다 비행기에 탑승했다.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후쿠오카의 풍경들.. '아일랜드 시티'와 부둣가의 모습과 오른쪽 멀리 지네공룡 같은 '미카주키 호수'의 반영.' 오시마섬'이 바람처럼 흐르더니 어느새 '대마도'의 풍광이 보인다.
그리고 한국의 땅, 낯 익은 풍경들.. 넓게 이어진 부산의 '광안대교'와 '해운대'의 모래해변이 눈에 띄더니 구미를 지나며 광활하게 뻗은 눈 덮인 산맥이 계속 이어진다. 잠시 시간이 홀러 '시흥갯벌'과 전봇대들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그리고 '인천대교'와 포스코 빌딩의 익숙함이 서서히 지나며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에서 옅은 떨림이 느껴진다. 이렇게 후쿠오카 여행의 파노라마가 막을 내린다.
"내 아들 경민이 고맙고, 여보 즐거웠어 우리 다음엔 어디 갈까?" 20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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