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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세 번째 날 - 다자이후의 텐만구 (太宰府 天満宮) 본문
https://youtu.be/JS4rK1ToEb8?si=6yP6tDK33JjWo_p_
후쿠오카 세 번째 날 - 다자이후의 텐만구 (太宰府 天満宮)
유휴인,벳부는 언제인가 꽃피는 봄이 오면 가기로 하고 오늘은 다자이후를 관광하기로 하여 9시경 호텔을 나섰다. 하늘이 파랗다. 폭설로 고속도로가 막혔다는 오늘 왜 이리 하늘이 파랄까! 은근히 심통이 난다. 호텔에서 5분거리에 다자이후로 가는 야쿠인역(藥院驛)이 있다. 역 앞에 ‘후쿠오카시 재활치료 전문학교’가 있고 호텔 주변에도 병원과 의원이 유독 많은 것을 보면 藥院의 지명에서 이태원과 같은 유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급행열자를 타고 다자이후 가는 길, 먼 산에 하얀 눈에 덮인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눈이 많이 오기는 했나 보다. 후츠카이치. 역에서 환승을 하여 다자이후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정각 호텔에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다 역을 나서자 아담한 광장 앞에 세워 놓은 환영석조물이 덤덤하게 반기고 파란 택시 옆에 화사한 기모노를 입은 두 여인의 걸음이 경쾌하다, 오늘의 여정이 매우 기대되는 표정들이다. 나 역시 처음 접하는 텐만구(天満宮)의 풍경이 기대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곳 경내에는 다양한 꽃이 피는데 특히 매화인 ‘도비우메’는 다른 매화보다 먼저 피는 것으로 유명하고 이곳 명물로 ‘우메가에 모치’라는 떡이 있는데 이 떡을 먹으면 병마를 물리치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여 맛보기로 하나씩 사 먹었는데 매화맛은 안 나고 달달한 찹쌀떡 맛이다. 옆에서 한국인 아주머니가 아주 맛있다면서 성큼 세 상자를 주문하는데 소갈증 있는 내가 욕심부릴 일은 아니다.
길 중간에 짜임식 목조(木組み) 장식으로(木組み) 유명한 스타벅스 카페에서 아내가 사진을 찍으라 포즈를 취한다. 바로 어제 친구가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면서 아내도 친구에게 보낼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우리도 어제 이곳에 왔으면 혹시 아내 친구를 만나 여행의 우연함을 함께 즐겼을 텐데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저 멀리 텐만구(천만궁)의 입구가 보인다 상점가를 지나는 동안 신사로 통하는 문 도리이를 두 개나 지나쳤는데 입구에 하나가 더 설치되어 있다. 2천여 개의 신사를 거느리고 있는 스미요시 신사의 입구에도 2개밖에 없던데 이곳의 신사를 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꽤 규모가 있는 곳임을 알 수 있겠다.
텐만구는 미치자네를 문학과 서예의 신으로 신격화하는 과정에서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곳으로 유명한데 많은 일본인들이 시험을 앞두고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본당에 해당하는 고혼덴 옆 신사 사무소에서 오마모리 부적을 구입하여 신사 부지 내에 걸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사초입의 오도리이를 막 지나면 느긋하니 앉아있는 청동황소상 ‘어신우‘(御神牛)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엇인가를 기원하는 많은 관광객들의 줄지어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경내로 들어가면, 비단잉어와 작은 거북이 있는 연못 위로 세 개의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연못은 사랑을 뜻하는 일본어 글자 모양이란다. 이끼로 뒤덮인 오래된 녹나무가 호수 가장자리의 지주를 떠받치고 있으며, 호수의 둔치에는 한 겨울인데도 이곳저곳 홍매와 백매가 피어 낸 은근한 꽃향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신사의 정문인 화려한 누문을 지났더니 막상 보여야 할 신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공사 중으로 커다란 막을 쳐 놓은 아래에서 제사장이 방금 의식을 끝내는 중이다. 의식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신사본당의 건물구조를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부분이 아쉽다.
이곳에서는 매년 매화나무 개화 시기에 맞추어 '와카' 작가들이 작은 개울에 둘러앉아 술잔을 물에 띄우고 이 술잔이 자신에게 닿기 전까지 시를 짓는 교쿠스이노엔 축제가 열린다는데 지배층과 시인들의 흥취와 도도함은 한, 중, 일의 차이가 별로 없는 듯하다. 고대 일본에서 '와카'는 귀족을 비롯한 인텔리층에 있어 필수적인 소양의 하나였으며 남녀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한 방편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와카의 우열을 짓는 시합이 자주 열려 이를 위한 와카가 많이 제작되었다.와카의 운율은 아니지만 나도 분위기는 아우르는 사람이니 엉성한 싯귀 한 줄 놓고 가련다.
"되돌아보지 마라. 뒤돌아보면 후회한다. 돌아갈 수 없으며, 나아갈 수 없다. 자신이 남겨 온 것, 잊어가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스스로를 만든다. 자신이 그것을 잡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또한 자아를 만드는 양식인 것이다.이제 새벽의 명성과 빛은 앞날의 후광이 되려니..."
다자이후의 텐만구 (太宰府 天満宮)를 벗어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한 겨울에도 피어나는 홍매의 붉은빛과, 긴 세월 연못 주변과 경내의 곳곳에서 엄청난 크기로 훤하니 위엄을 나누는 녹나무들의 자태와, 재즈가 흐르는 커리집, 그리고 다시 한번 여행시기의 선택이 참 중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순간들이다 202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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