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북성포구의 소녀 본문

내이야기

북성포구의 소녀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13. 00:06

북성포구의 소녀

소녀는 바다를 보고있다. 윤슬이 부서지는 그 찰나의 순간마다, 바다는 무수한 빛을 쏟아내며 소녀의 눈에 반짝인다. 소녀는 뒷짐을 지고,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고 있는 양, 그 모습에는 어른들이 가지는 무게감이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소녀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북성포구는 오랜 세월 인천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온 곳이다. 이 작은 도심지 포구는 생업을 이어가는 어부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북성포구를 지켜온 세월의 흔적들이 서서히 지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그곳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아쉬움이 차오른다.

소녀는 그런 어른들의 감정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어린 나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딘가, 이 바다가, 이 포구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같이 보아온 풍경, 익숙한 바다 내음, 포구의 어스름한 저녁,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소녀는 그저 자신의 작은 손으로 세상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변화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바다의 물결이 들고 나며, 소녀의 마음속에서도 작은 파동이 일어난다. 그녀는 이곳이 사라진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한다. 포구의 배들은 어디로 갈까, 여기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그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바다를 보며, 윤슬의 빛을 따라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는 듯하다.

이 포구를 떠올리면, 인천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수많은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포구의 풍경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았던 순간들. 그곳에서 마주한 따스한 미소와 서로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제 그 기억들은 점차 희미해지고, 포구의 자리는 다른 모습으로 채워질 것이다.

소녀는 아직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나이지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이 포구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되어, 이곳을 다시 떠올리며 그때의 바다, 그때의 윤슬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북성포구가 사라진 후에도, 이곳에서 자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곳의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위를 흐르는 따뜻한 기억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소녀는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바다를 바라본다. 그녀의 어린 마음속에는 바다와 함께 많은 것들이 일렁이고 있다. 소녀는 그저, 이곳이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이 부는 대로, 파도가 이는 대로 세상은 변해갈 것이다. 그럼에도 이 순간, 소녀가 바라본 바다와 윤슬은 영원히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인천의 많은 이들과 함께 이 포구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잎이 전하는 그리움  (0) 2024.08.13
비트코인: 꿈과 현실 사이의 여정  (0) 2024.08.13
만월산의 일출  (0) 2024.08.12
부두(埠頭) 의 생각  (0) 2024.08.12
여름의 끝자락에서  (0)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