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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만월산의 일출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12. 23:44

이른 아침, 아직 세상이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시간에 나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조용한 집안, 들리지 않는 소리들 속에서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날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였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옥상에 올라서니,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만월산이 눈에 들어온다. 산 너머에서 무언가가 일어날 듯한, 그 신비한 고요 속에 나는 홀로 서 있었다.

만월산의 꼭대기에서 붉은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물들일 듯한 붉은 빛이 점점 더 짙어지더니, 마침내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그 은근한 광경에 온 마음을 맡겼다. 이른 아침의 일출, 그 매 순간이 마치 자연의 숨결이 내게 닿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해가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오르자 내 마음속에 잔잔한 평안이 서서히 자리 잡았다. 그 평안은 단순한 고요함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반가움과 편안함이었다. 그동안 나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침을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침이 주는 평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나는 그 평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달았다.

첫 햇살이 백지장에 스며들듯, 내 마음속에도 따스함이 퍼져나갔다. 그 온기 속에서 나는 삶의 작은 기쁨을 다시금 떠올렸다. 사실, 아침의 이 평안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이 매일같이 주는 사랑을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깊이 느끼려 했더라면, 내 삶은 얼마나 더 충만했을까.

하루는 언제나처럼, 밤의 두려움을 몰아내며 시작되고 있었지만 그 시작이 단순히 어둠을 물리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시작이기도 했다. 해가 떠오르며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안듯, 우리의 마음도 새벽마다 새로운 사랑으로 가득 찰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며. 그 사랑은 자연이 매일 아침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일출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한 평안과 사랑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연을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을 가슴깊이 간직하는 것이다.

옥상에서 내려오며 나는 다시금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매일 아침 찾아오는 이 평안과 사랑을, 자연이 내게주는 배려를 조금 더 느끼고, 조금 더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다짐하였다. 일상 속에서 자연을 마주하며 얻는 깨달음이 내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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