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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여름의 끝자락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12. 17:51

여름의 끝자락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우리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한낮의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에 벌써 숨이 막히고, 저녁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공기는 여전히 나를 짓누른다. 창문을 활짝 열어 어딘가 먼 곳에서 오는 작은 바람 한 줄기에 기대어 더위를 달래 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잠시뿐. 이런 여름을 살아낸다는 것은 단지 인내와의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자연이 주는 시험처럼, 우리에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는 것 같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정말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매일 30도를 넘는 폭염, 그리고 그치지 않는 열대야 속에서도 폭염이 두렵다고, 열대야가 가증스럽다고 흥분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의 더위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며, 다시 봄이 돌아오지 않는가.

여름을 견디는 동안, 우리는 단순히 더위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우리 삶의 본질을 바라보게 된다. 여름이 무덥다고 불평만 한다면, 그것은 마치 인생의 어려운 시기마다 불평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름이 주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나는 내 인생의 열정을 다시금 느낀다. 더운 몸뚱이에 부채질을 하면서, 이 순간에도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여름은 더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름의 뜨거움은 우리의 삶의 열정과도 같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가 이 여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인생의 뜨거운 순간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삶 속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처럼, 우리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준다.

이제 곧 말복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이 여름을 조용히 마무리하며, 다음 계절을 준비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여름도 결국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들, 경험한 것들, 그리고 성찰한 것들은 나의 삶에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여름이 덥다고, 이 여름이 끝나기만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이 여름이 아름답다고 되집어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오늘은 덥고, 그리고 아름답다. 선선한 바람을 쐬러 잠시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이 여름을 온전히 느끼고, 그 속에서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여름도 결국 지나가리라. 그리고 나는 다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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