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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눈 내리는 아침의 단상 본문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비처럼 가늘게 흩날리는 눈발이 차분하게 세상을 덮어가고 있다. 이른 아침, 두열이가 “눈모닝”이라는 짧은 인사말을 보내왔다. 아마 부천에도 눈이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 인사말이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우며, 눈 내리는 풍경에 대한 생각을 잠시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도 아내는 창밖을 보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에 당황한 듯 “헉, 안 돼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늘 외출 계획이 있었던 그녀는 눈 내리는 날씨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이 앞선 모양이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눈이 내리면 길이 미끄러워 위험할 수도 있으니, 그녀의 반응이 이해가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안쓰럽다. 나이 들며 눈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도 이렇게 점점 현실적이고 팍팍해져 가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심성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몇 해 전,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이 떠오른다. 훨씬 연배이신 영일 형님께서 나에게 감성적인 표현으로 그날의 설렘을 전해주셨다. “눈송이가 봄에 벚꽃 잎 흩날리듯 휘날린다. 점점 더 날린다. 얼굴에 닿는 점점이 시원하다. 봄꽃잎 쌓이듯 눈꽃송이들이 쌓이고, 길바닥이 하얗게 물들면 한 줌 움켜쥐어 저 차갑고 짜릿함을 한껏 느껴 봐야겠다. 마음이 소년처럼 들뜬다.”
형님의 그 말은 마치 한 편의 서정시 같았다. 그때의 나는 눈 오는 날의 불편함만을 생각하며 투덜대고 있었지만, 형님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소년의 감성을 살며시 꺼내놓았다. 눈을 보며 여전히 소년처럼 설레는 형님이 참 부러웠다. 형님은 지금 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골프 여행 중이시란다. 그 소식을 들으니 한 번 더 부럽기만 하다. 여전히 감성을 간직한 채 삶을 즐기는 형님의 모습이 나도 닮고 싶다.
눈이 내리는 오늘, 나도 조금은 감성적으로 변해볼까 싶다. 아무리 현실적이어도, 이런 날 캐럴 한 곡쯤 들어보는 것이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창밖의 눈발을 보며, 잔잔한 캐럴이 흘러나오는 순간, 차가운 겨울 날씨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눈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겨울 멜로디가 이렇게 또 한 번 나의 일상에 작은 여운을 남긴다.
현실적이 되어가는 우리의 감성이, 어쩌면 이렇게 작은 순간들 속에서 다시금 살아나는 게 아닐까.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 눈발에 대한 투정도 잠시 접어두고, 차 한 잔과 함께 캐럴을 들으며 겨울의 여유를 즐겨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 비로소 겨울이 주는 고유한 감성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이런 평범한 아침의 순간에도 우리는 소년의 감성을 되찾을 수 있다. 내 마음속의 소년은 여전히 눈 내리는 날을 설레어하고, 차가운 눈송이의 감촉을 기대하고 있다. 눈이 쌓이는 풍경 속에서,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잊고 감성에 젖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계절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오늘도 눈이 내리는 이 아침, 나는 조용히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은 감성적으로, 조금은 여유롭게. 그리고 나를 다시금 소년으로 만들어주는 이 겨울을 조용히 맞이하며.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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