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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목련나무 아래에서 본문
목련나무 아래에서
오늘 아침, 남중삼거리 한 귀퉁이에 홀로 서 있던 목련나무가 눈부신 꽃들을 활짝 피웠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난 그 목련을 보며,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졌던 옛 기억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 시간 사진작가이자 P.D로 활동 중인 후배가 그레고리안 미사곡 '미제레레(Miserere)'를 보내왔다. 그 친구는 평소 재즈와 팝을 즐겨 듣기에, 이 선곡이 의아했다. 혹시 무슨 심중의 변화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물어보았더니, 그냥 함께 듣고 싶었다는 대답이다.별일이 아니라 고마운 마음으로 찬찬히 음악을 듣는데..
'Miserere mei'는 라틴어로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를 지닌 미사곡이다. 이 곡이 귀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어느새 도화동 성가대에서 보냈던 청춘 시절로 되돌아갔다. 부활절 미사와 성탄 미사, 그리고 정기 발표회를 준비하느라 하루하루가 분주하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는 세상의 무게가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고, 매 순간이 반짝이는 꿈처럼 느껴졌었다.
그렇게 성가대에서 노래하던 우리들은 서로가 가족처럼 가까웠으며 매주 모여 연습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웃고 떠들던 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목소리가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조화를 맞추어 가던 그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 길 위에서 하나둘씩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벌써 50년이 지났다. 그 긴 시간의 구름 위로 하나하나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동석이 형, 강 선생님, 경구 형, 정석이, 그리고 기수 형. 모두가 그리운 이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근래 돌아가신 기수 형이 아직 내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다. 내일이면 기수 형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백일이 된다. 언제 오냐고 손짓하시는 형님을 찾아, 그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다.
후배가 보내온 미사곡을 들으며, 나는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그 시절의 추억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그때의 소중한 순간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목련이 만개한 오늘, 그 꽃잎들 사이로 떠오르는 그리움들은 마치 미사곡의 음율처럼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옛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내,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리움을 가슴에 묻는다.
내일은 형님을 찾아 벽제로 걸음을 해야겠다. 목련나무 아래에서 느꼈던 이 모든 그리움을 안고 형님곁에서 한참 동안 지난 시간의 추억을 나눌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그 향기처럼, 우리의 추억이 잔잔히 가슴에 머무르도록..
2024.3.27
https://youtu.be/IX1zicNRLmY?si=YRmc_kEqEKZ3tU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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