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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기억의 조각들: 맨삽지의 가을과 기수형 본문
투망을 던지며 비움을 건져 올리다
가을을 잡으려는데 겨울이 다가 오고
학꽁치를 잡으려는데 불가사리만 올라 온다.
여유를 얻으렸더니 심중에 번잡이 들고
묵묵히 던진 투망으로 비움만 건져 올린다.
# 기수형과 함께 가을비 내리는 맨삽지를 다녀 오던 날.. 2015년 11월
https://youtu.be/BAJL-f67jSs?si=kYsHlR_gykJirQVP
기억의 조각들: 맨삽지의 가을과 기수형
가을의 문턱에서 겨울의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바다에 던진 투망이 내게 전하는 건 그리움과 허전함이었습니다. 학꽁치를 잡으려던 마음은 불가사리만을 건지며 아쉬움과 불확실함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의 여유가 번잡함으로 뒤섞이며, 묵묵히 던진 투망 속에서 비움만이 담겨 오는 듯했습니다.
오래 전, 기수형과 함께 다녀온 보령 앞바다 학성리 밤섬마을의 가을비 내리는 날, 그곳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밤섬의 해변은 반구형으로 되어 있으며, 자갈이 깔린 그 해변은 모래가 없이 물이 그지없이 맑았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마다 자갈이 파도에 쓸리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마치 밤섬의 정취를 더해주는 듯했습니다. 잔잔한 물 위에 떠있는 작은 배들은 1톤 미만의 어선들이었고, 그들은 밤섬 주변의 무인도로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일이 주된 일이었습니다. 밤섬포구 해변 북쪽에는 작은 무인도인 맨삽지가 그 조용한 배경 속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맨삽지에서 기수형과 함께 보낸 그날, 투망을 던지며 바다와 맞서던 기수형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기수형은 언제나 그렇듯, 바다와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진지하고 겸손했습니다. 그는 깊은 호흡과 함께 투망을 던지며, 그 순간의 소리와 물결, 바람을 느끼며 자신과 자연의 하나가 되는 듯했습니다. 형의 모습은 나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바다는 변하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변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기수형은 작년에 하늘로 갔습니다. 그리움과 함께 그의 모습은 더 이상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가 남긴 추억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맨삽지에서의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단순한 회상이 아닌, 삶의 교훈과도 같은 것입니다.
오늘도 가을의 바다를 떠올리며, 기수형과 함께 했던 맨삽지의 가을비가 그리워집니다. 투망을 던지며 얻었던 그 허전함 속에서, 기수형의 모습과 바다의 소리는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그리움과 추억은 언제나 내 안에 남아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나는 오늘도 기수형의 기억과 함께 바다를 바라봅니다.
2024년 여름 / 문득 기수형이 떠 오르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