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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에첵 끄앙~ 본문
에첵 끄앙ㆍ
오늘은 초복이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기만 한다. 얼굴은 뜨겁고 등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 계절이다. 불같은 마음들이 여기저기서 콩 튀듯 팥 튀듯 우르르 튀어 오른다. 그래도 우리 서로 기분 좋게, 담뿍 미소 지으며 매일의 행복을 즐기자고 다짐해본다.
동창 모임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는데, 승객들이 꽤 많았다. 끝자리에 앉아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팔걸이 옆에 서 있던 처자가 재채기를 했다. 그 소리가 독특했다. "에첵-끄앙"이라니, 마치 조그만 고양이가 재채기하는 소리 같았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하도 희한한 소리라 잊을 수가 없어서 메모를 해 두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재채기 소리가 지나자마자 건너편 칸에서 여자들이 목청 높여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주님을 믿으라'고 외치는 여전도인이었다. 1분도 안 되어 소란스러운 여인의 모습과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리 요란스럽고 시끄럽게 다른 이에게 불편을 주면서 전도하는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틀림없이 사이비 종교인일 것이다.
지난주에 인천역에서 집으로 오는 전철을 탔다. 한 나이 지긋한 남자가 텅 빈 좌석을 놔두고 굳이 임산부 전용좌석에 기지개를 켜며 앉는 모습을 보았다. 저런 못난 녀석 때문에 나이 든 사람들이 욕먹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 만난 석이의 말이 떠올랐다. 출퇴근 전철 안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사연들이 너무 많아 그 사연들을 모아 글을 쓰면 금세 책 한 권쯤은 출간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단지 지나가는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신림역에서 환승하려고 내리면서 재채기한 처자를 보았다. 이제 막 소녀 태를 벗어난 듯한 청순한 모습이었다. 이 글을 간간이 보면 그 모습이 기억날 것 같다. "에첵-끄앙" 참 독특한 재채기 소리였다. 2024.7.15 청계산 다녀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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