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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뽀글이 파마 본문
뽀글이 파마
공항에서 어느 날, 느지막한 점심을 먹고 근무를 시작했는데 환승통로 입구에서 웅성거리며 안내판을 보고 있는 외국인 스무 명 정도가 눈에 띄었다. 여느 외국인들이라면 눈에 띌 일이 없을 텐데 왜 그런가 하고 다시 한번 바라보니 그럴 만했다.
그들의 헤어스타일이 한결같이 흰색인 데다 짧은 볶음 머리로, 움직임에 따라 흡사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느타리버섯들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결국은 뽀글이 파마에 다름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오래전 라디오 프로그램 ‘컬투쇼’에서 듣고 빙그레 미소 지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시골 마을에서 동네 아줌마들이 난생처음 외국여행을 가며 읍내 미용실에서 다 함께 뽀글이 파마로 멋을 내고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단체로 머리 위에 보따리를 올려놓고 맨손을 휘적이며 일렬로 공항을 걸어가는 진귀한 풍경을 연출하자 여행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일약 유명 인사가 되었다. 문제는 입국심사를 받을 때 일어났다. 모두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고만고만한 얼굴들이라 심사관들이 이런 도플갱어는 다시없다며 입국을 거부했다는 기담 아닌 기담을 소개하여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저들도 우리네 아줌마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이 거의 같은 헤어스타일이라서 단박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심사관들의 눈썰미가 라디오에 소개된 나라의 심사관들보다 좋았는지 별다른 문제없이 모두 심사를 받고 입국했다. 가만 보면 우리 여인네들이 머리 위에 물건을 얹어 놓고 걸을 수 있는 재주는 가히 세계인들을 놀라게 할 만한 특출난 재주라 하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삶의 지난함이 녹아들어 일궈낸 결과라 마냥 환하게 웃지만은 못하겠다.
난데없이 눈에 띈 외국인들의 뽀글이 파마 덕분에 우리네 아줌마들의 뽀글이 파마 에피소드가 떠올라 나른한 오후에 잠시 미소를 짓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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