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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개구리 합창소리 속에서 떠오르는 추억 본문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풀숲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에 문득 발길을 멈추었다. 작은 소리부터 시작해 점점 커져가는 합창,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 음. 도심의 소음에 익숙해진 내 귀에, 이 정겨운 소리는 마치 오랜 친구의 목소리처럼 따스하게 다가왔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 외가에서 들었던 개구리들의 합창이 떠올랐다. 그 당시의 개구리들은 정말 힘차고, 그악스러울 정도로 요란하게 울어댔다. 깊은 밤이 되면, 그 소리는 고요한 마을을 가득 메우며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들었다. 비록 지금의 개구리들은 그때만큼 강하게 울어대지는 않지만, 그 감성을 다시 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내 어린 시절, 외가는 언제나 놀이와 모험이 가득한 곳이었다. 낮에는 물방개가 유영하는 둠벙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장구벌레가 경이로운 모습으로 물 위를 박차며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린 마음에 신비감을 느꼈다. 또 논에서 벼메뚜기를 잡아 인사를 시키며 놀곤 했던 그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세계였다. 특히 서랑방죽은 사계절 내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방죽입구의 시냇물가에 앉아 송사리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에는 자연과 어우러져 놀며,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답십리의 골목길을 뛰어다니고, 중랑천으로 놀러 가던 국민학교 시절의 나의 모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때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풍부한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고, 개구리들은 우리의 놀이터에서 항상 반가운 친구였다.
60년대는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삶의 작은 기쁨들을 찾으며 살아갔다. 서로 돕고 의지하던 이웃들의 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집 앞에서 나누던 이웃의 따뜻한 인사, 서로의 밥상을 나누던 정겨운 풍경들.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웃고, 즐거움을 나누면서 삶을 이겨냈다.
이 정겨운 소리가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고, 나는 그 속에서 다시금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개구리 소리 속에 담긴 그리움은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기에. 그때의 순수함과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작은 행복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도 개구리들의 합창이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는 어린 시절의 나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그리운 추억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간다.
개구리 합창소리를 들으며, 오늘을 조용히 정리해 본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다시금 그 시절을 반추하고, 그때의 감성을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오늘로 돌아와,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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