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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피곤한 만남 본문
피곤한 만남
오랜만에 그와 우연히 마주쳤다. 오래전 알고 지냈던 사람, 한때는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그였다. 그날도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처럼,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그의 얼굴을 보자, 자연스레 추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그가 말을 꺼내자마자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별로 변한 게 없다는 것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듣다 보면 없는 말까지 보태어 과장된 부분이 분명히 느껴지는데도, 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작은 성과가 엄청난 업적으로 부풀려지고, 하찮은 일이 대단한 사건처럼 묘사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웃으며 맞장구를 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속에서는 피로감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다. 함께 웃고, 응원해 주며 '역시 대단하다'고 격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의 이야기는 별 다름이 없었다. 늘 같은 자랑, 늘 같은 과장. 나 역시 언젠가부터는 그의 이야기가 그저 빈껍데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다시 우연히 그를 마주한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전히 즐겁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의 말이 더 이상 내게 와닿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던 그 마음도 이제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내 말을 듣기보다 불쾌해했고, 결국 이야기가 겉돌며 차츰 멀어지고 말았다.
이 만남은 결국 일방적인 대화로 끝났다. 그가 떠난 후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이라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도 결국 어긋나고 마는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진심으로 공감하고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데, 그와의 만남은 지금도 일방적인 독백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자랑하고 싶을 때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랑이나 과시는 결국 우리를 홀로 남겨둘 뿐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상생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때로는 자신의 자랑을 접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일 테니까.
그와의 우연한 만남이 끝나고, 나는 조금은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를 통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겸손함과 공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미덕일 테니까. 신포동에서 M.H.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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