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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방랑하는 예술가들 본문
발데마르 바스토스
Waldemar Bastos – Pretaluz (1998)
끊임없이 방랑하는 예술가들
에센
음악 박람회 중에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미뎀'과 달리 매년 장소가 바뀌어 개최되는 행사들도 있다. 그중 지명도가 높은 음악 박람회는 대부분 장르로 구분되어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팝콤Pop_Komm은 대중음악 관련 박람회로 인기를 얻었고, 워멕스 WOMEX는 월드뮤직 박람회로 주목을 받았다. 워멕스는 매년 10 월의 마지막 주마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돌아가며 개최하는데, 주요 도시 가운데 독일 베를린, 스페인 세비야, 덴마크 코펜하겐 등은 세 번 이상 이 행사를 개최한 곳이다.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무대의 다양성과 전문성의 순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행사답게 월드뮤직 관련 음반사와 뮤지션, 공연 기획자들은 10월 말이면 한 도시로 모인다. 월드뮤직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세계 각지의 가수들과 연주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현지에서 음악을 듣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서아프리카 내륙 지방의 하프 연주자를 보기 위해 말리를 간다든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전통음악 공연을 현지에 가서 본다고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에서는 텔아비브 출신 팔레스타인 연주자들과 이스라엘 가수들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노래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미뎀은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어중이떠중이가 몰려오는 경우도 많아 사전 정보 없이 업무 미팅이나 쇼케이스 공연의 경중을 판단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워멕스는 월드뮤직이라는 전문성이 곁들어지니 사전 정보가 없어도 일단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이 행사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 바로 앙골라 태생 월드뮤직 아티스트, 발데마르 바스토스Waldemar Bastos다. 워멕스가 독일 에센에서 개최되던 해, 나는 라디오 특집 방송 취재를 갔고, 그를 꼭 만났으면 하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발데마르 바스토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졸페어라인Zollvervin이라고 불리는 독일 에센의 탄광 박물관이었다. 에센이라는 도시가 원래 탄광으로 유명했고, 더이상 탄광으로 쓰이지 않자 에센시에서는 주 공장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뒤 여러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워멕스 에센은 그런 취지로 유치된 행사 중 하나였다.
발데마르 바스토스, 그의 이름은 고사하고, 그의 조국 앙골라라는 나라조차 낯설기만 하다. 앙골라는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나라로 20세기 후반에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이후 오랜 시간 내전의 아픔을 겪었다. 나에게는 그저 멀고 먼 나라, 국제 뉴스에서나 보던 나라였던 앙골라는 발데마르 바스토스의 대표 음반 <검은 빛Pretaluz>을 듣고 난 뒤 다른 의미가 되었다. 음악을 통해 한 국가가 안고 있는 아픈 역사와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의 음악을 듣는 동안 언어와 문화, 관습의 장벽을 넘는 인간의 공통 정서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신비감을 느꼈고, 음악이 끝나면 그가 노래하는 희망의 빛을 보았다. 나는 그의 음반 <검은 빛>이 90년대 최고의 월드뮤직 음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발데마르 바스토스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의 무대를 눈앞 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발데마르 바스토스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이 '모순투성이' 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프로 뮤지션이지만 정식 음 악 교육을 받지 않았고, 아프리카 출신 아티스트이지만 첫 앨범은 남미에서 녹음했고,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나라 앙골라 출신이면서 스스로는 평화와 긍정적 사고방식에 대해 노래한다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모순이다.
해외 평론가들은 발데마르 바스토스를 가리켜 '앙골라의 목소리'라고 격찬하지만, 정작 그는 조국에서 추방당한 상황이다. 반대파 정치인들의 모략으로 앙골라에 돌아갈 수 없는 그가 선택한 곳은 앙골라를 지배했던 나라 포르투갈이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속에서 그는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내용을 담아 노래한다. 그래도 그의 노래 이면에 깔려 있는 정서와 그가 느꼈던 고통, 그리고 예술가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투영된 그의 음악을 귀로 듣고 마음으로 간파하는 순간, 나는 탄식과 함께 그의 음악에 감정이 이입되곤 한다. 그 의 음악은 아프리카 리듬이 가득 차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 같다.
발데마르 바스토스가 태어난 1954년 당시 앙골라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포르투갈 역시 살라자르 Salazar 독재 정권 치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어수선했다. 1974년 살라자르 정권이 몰락 하면서 앙골라는 독립할 수 있었지만, 당시 신생 국가들이 겪었던 것처럼 앙골라 역시 독립 후 다음 단계인 내전의 포연에 휩싸이고 말았다. 십 대 때부터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바스토스는 일찌감치 포르투갈로부터 '위험 인물'로 낙인이 찍혔고, 정작 조국이 독립한 뒤에는 '반정부 문화계 인사'로 지목되어 브라질로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발데마르 바스토스는 이런 역경을 거친 뒤에야 데뷔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는데, 당시 그에게 커다란 도움을 준 사람이 브라질 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 쉬꾸 부아르끼 Chico Buarque였다고 한다.
이후 브라질에서 두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뒤, 바스토스는 네 번째 앨범 <검은 빛>을 통해 1998년 세계 음악 시장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 넉 장의 음반 모두 조국 앙골라에서 녹음한 것이 없음에도, 그가 '앙골라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은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그때까지도 발데마르 바스토스는 브라질 망명 이후 포르투갈과 프랑스를 거친 뒤, 또 다시 포르투갈에 정착했을 뿐 두 번 다시 조국 앙골라의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는 스스로 앙골라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밝혔다. 나는 앨범 <검은 빛> 곳곳에 구구절절 녹 아 있는 조국에 대한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여성으로 의인화된 조국, 앙골라 민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야기, 때로는 '앙골라, 앙골라'라고 외치는 노골적인 나라 사랑 등에 대해 유쾌하게 답했다. 한 번쯤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탄까지는 아니어도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배신감 같은 것을 비칠 법도 한데, 인터뷰 내내 자신이 이런 삶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조국에 대한 사랑과 투철한 신앙심 덕분이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날 밤 그의 공연은 말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에센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던 뮤지션들과 월드뮤직 평론가들, 그리 고 음반산업 관련 인사들까지 백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지금도 오직 한 사람, 발데마르 바스토스와의 인터뷰는 잊을 수 없다.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영광스러운 자리였음은 물론이다.
출처 :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황우창 저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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