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이제는 45짜리 우럭일세 본문

친구들이야기

이제는 45짜리 우럭일세

김현관- 그루터기 2025. 6. 8. 10:51

"만나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습니다. 6일 날 천냥집에서 한 잔 어떨는지요? 제가 5일 12시 배로 대청도 가서 형님이 낚시해 놓은 우럭과 꽃게를 사서 6일 5시 30분 즈음 인천으로 올 예정입니다. 시간은 오후 6시 30분 정도.."

인학 씨의 전언이다.

여럿을 두루 챙기려는 마음이 남다른 사람, 인학 씨와 함께 있으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 친구가 있어 늘 고맙다. 천냥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인장이 큼직하게 썰어 낸 우럭회와 갓 쪄낸 우럭찜이 상 위를 가득 메웠다. 그 크기가 심상치 않아 손뼘을 펴 재어보니 두 뼘이 훌쩍 넘는다. 인학씨말로는 무려 45센티짜리란다. 예전 경동의 요리집에서 이만한 크기의 우럭을 먹은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렇게 큼직한 우럭은 정말 오랜만이라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즘은 모둠회는 자주 먹어도, 이렇게 우럭만 따로 회로 먹은 건 정말 얼마 만인가. 횡재라도 한 듯한 기분에 웃음꽃이 피고, 왁자지껄한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엔, 커다란 냄비에 끓인 홍어탕과 식사까지 나왔다. 희희낙락하며 술잔을 주고받던 그 순간, 문득 이런 즐거움이 언제까지나 이어지면 좋겠단 생각과 함께, 슬며시 건강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나이 탓일까.

한편 어제, 토요일엔 인도로 출장을 다녀온 큰아이가 집에 왔다.
어미에게는 면세점에서 공수한 마사지 기계를 들고 왔는데, 아내의 얼굴에 번지는 흐뭇한 미소를 보니 제대로 효도했구나 싶었다.
나에겐 출장 전 부탁해 둔 인도산 럼주 한 병을 건넸다. 인도에서 술이 팔리는 줄도 몰랐는데, "슈프림 럼"이라며 자랑을 한다.
케이스 하나 없이 맨몸으로 온 걸 보니, 진짜 현지 술이 맞는 모양이다.

다음번 모임엔 이 귀한 인도산 럼주를 들고나가야겠다. 인학 씨 손에 생선이 가득 들려오는 그날 친구들 앞에서 '한국에선 귀하디 귀한 술'이라며 생색 한 번 톡톡히 내야지. 벌써 그날이 기다려지네.  2025.6.8

 

'친구들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천냥집이다.  (0) 2025.05.16
채 수창의 사진전 <기하학으로의 여행>에 초대  (0) 2025.05.05
밴댕이 따라, 친구들이 왔다.  (1) 2025.04.16
땅개가 왔다.  (1) 2025.04.12
가자미 회라니..  (1)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