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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스쳐간다는 것에 대하여 본문
스쳐간다는 것에 대하여
늘 만나던 얼굴들, 늘 나누던 웃음과 안부.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우리끼리는 특별한 약속 없이도 모이는 날이 따로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옛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쌓이는 세월을 가만히 헤아리는 시간들. 그 모임에 오늘도 어김없이 익숙한 자리를 마련했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한 사람이 없었다.
영일 형님.
모임 전이나 후에 당구 한 게임 치고, "이제 가자!" 하시며 빙긋이 웃던 그 모습. 그게 익숙한 풍경인데 그런 형님이 오늘은 아무 말씀 없으셨다. 무슨 약속이라도 있으신가 궁금하던 찰나, 한 통의 전화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싸하게 식혀버렸다.
"영일이, 병원 갔대. 손에 힘이 안 들어간다 해서, 아들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모셨다더라."
그 순간, 말로 다할 수 없는 아득한 기분이 스쳤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불길한 진동 같은 것. 평소 강건하시던 형님이, 그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형님이, 이런 일로 자리를 비우신다니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뇌경색’이라는 말까지 들으니 마음이 저려왔다.
누님께 조심스레 오늘 모임은 파하는 게 어떻겠냐고 여쭈었더니, 괜찮다고 하셨다. 형님은 분명 금방 좋아지실 거라며. 누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우리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
모임 자리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그 자리에 앉은 우리는 온전히 거기에 있지 못했다. 말은 오가고, 잠깐의 미소는 스쳐도 , 어느 틈엔가 다시 형님 이야기로 돌아갔다. 아무도 그렇게 하자고 정한 건 아니었는데, 자꾸만 형님이 보고 싶고, 형님의 말투가 떠오르고, 그 빈자리가 뚜렷하게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오늘의 모임은 마치 이 빠진 동그라미처럼 덜컹거렸다. 간간 미소를 지었어도, 마음 한구석은 끝내 허전했고, 그 허전함이 자꾸만 형님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심스레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형님 없는 자리를 형님 이야기를 나누며, 조용히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남 누님께서 아침에 보내셨던 글귀가 문득 생각났다.
스침은 느리게 오거나 더디게 오는 것. 나비 한 마리 방금 꽃 한 송이를 스쳐가듯, 오늘 나는 누구를 스쳐가는가. 스침은 인연, 인연은 곡선에서 온다. 그 곡선 속에 희망이 있고, 추억이 있고, 온전한 삶이 있다. 그러니, 스쳐라. 아주 가볍게 천천히.
그 말이 오늘따라 그렇게 깊숙이 들어왔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짧든 길든, 그 곡선 속에 함께 웃고 울며 만든 추억이 있고, 그래서 더는 스침이 아니라 ‘인연’이라 부를 수 있는 삶이 있는 것이다.
영일 형님도 그런 분이다. 우리 삶의 곡선 한가운데를, 아주 선명하게 스쳐 지나가는 중인 분. 그 선 위에서, 곧 우리 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계시니. 함께 웃을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우리는 형님의 쾌유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운 이름 하나가, 오늘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스쳐간다는 것은, 이렇게도 아릴 수 있다는 걸 오늘 나는 처음 알았다. 20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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