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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큰애의 결혼식에 서성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본문

가족이야기

큰애의 결혼식에 서성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3. 20:00

큰애의 결혼식에 서성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난감하기 그지없다. 첫 번째 확진 환자는 중국 여인으로 인천공항 입국 시 공항 검역원에 의해 발견되어 현재 인천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큰 아이의 혼사를 며칠 앞둔 혼주의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그저 감염증이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나 조급한 내 마음 아랑곳없이 양성 환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결혼식에 참석할 가족과 친구들에 혹여 피해나 가지 않을까 그저 걱정만 하고 있는 자신이 초라하다.

지금 인파가 붐비는 곳은 당연스레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는데 정작 식장에 친구들을 청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솔직히 하객이 많아도 걱정이고 적어도 걱정이다. 결혼식 일정은 수개월 전부터 정해놓았는데 요즘 같은 시국에 무조건 참석해 달라는 것도 부담이요 결혼식을 취소할 수도 없어 더욱 난감하기 그지없다. 친구들의 심정도 나 못지않을 테니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겠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나눠 보고자 아내가 여러모로 궁리를 하던 중에 어렵게 혼사에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해코지를 덜고자 마스크를 몇 백장 주문하였다고 한다. 나 역시도 며칠 전부터 같은 생각을 하였으나 며느리 들이기에는 집이 너무 낡아 이참에 변변한 집으로 이사하는 관계로 결혼식 준비와 더불어 양쪽 집을 오가며 짐을 정리하다 깜빡하고 미처 말을 하지 못했는데 아내의 일처리가 매우 고맙고 의젓하였다. 큰애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매우 좋은 생각이라며 어미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당사자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어 요즘에는 큰애에게 무어라 말을 전하기도 조심스럽다.

마스크를 나눠 줄 생각을 하다 보니 5년 전인가 메르스로 인해 온 국민이 지금처럼 전전긍긍하던 때, 지방의 어느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 친구들이 단체로 마스크를 쓰고 당시를 기념하는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큰애의 결혼사진에도 그런 웃픈 사진이 탄생할까 적잖이 우려가 되는구나.

저녁 무렵 동구형께서 전화를 하셨다. 난감해 하고 있을 나의 마음을 알고서 선배들의 연세가 높으니 혹여 있을지 모를 우려의 마음을 전하시며 조심스레 참석이 힘든 선배님께 당신께서 취지를 알리며 연락을 할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제안을 하시는데 후배의 혼사에 마음을 챙기며 격려를 해 주시는 형님의 다감함이 감사하여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열흘 전인가 명호가 하필 근무라 결혼식에 세실리아만 보낸다고 하더니 며칠 전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잔잔히 말을 전하는데 친구 아들내미의 잔치에 참석하고자 하는 애씀과 고마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구도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이 되겠다며 안부를 전하며 끈끈한 우정을 보여 주더니 오늘은 춘천 친구 훈만이가  '500생의 인연이 모여 천생연분이라 했는데 두 분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축전을 보내왔다. 그중에 인도네시아에서 혼삿날에 맞춰 귀국하겠다며 수시로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는 죽마고우 남수의 도타운 우정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이렇듯 미쁜 이야기를 전해 주는 친구들의 다정다감함에 힘입어 큰아이의 혼사는 무리 없이 잘 치를 수 있으리라는 흉중의 각오가 층층이 다져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며 하는 큰일중에 하나가 결혼이라 하였다. 이제 삼일 후면 큰애는 인륜지대사 중의 하나인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시작해 나가는 첫발을 디디는 날이다.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스스로의 몫이지만 아비로서 한 가지 당부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하며 그 사랑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한 문장이지만 실천하기 매우 힘듦은 나도 알고 주위의 많은 사람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혼이 주는 이유가 될 터이다. 그렇게 꾸준히 성심을 다하여 노력하길 바란다. 나의 아들 나의 사랑 석민아!

2020.2.5  그루터기 김 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