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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 본문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
퇴근길에 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뵈러 가는 길,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환한 웃음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병원 로비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는 TV를 보시다 저를 보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누구 다녀가셨냐고 여쭈었더니 어머니께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같은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막내동생이 거의 매주 찾아뵙고 외식도 시켜드리곤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이제는 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그려려니 받아들이게 됩니다. 단과자 껍질을 까서 한 점씩 입에 넣어드리면서, 옆에서 함께 TV를 보고 계시는 할머니께도 맛보시라고 드렸습니다. 남은 과자를 침대에 갖다 놓겠다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꽉 움켜쥐시며 그냥 당신께서 가지고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가 과자를 탐내듯 순수해 보였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시려왔습니다.
얼마 후, 간병인께서 어머니께서 물리치료를 받으셔야 할 시간이 되었다며, 이제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서운한 마음에 인사를 드리려던 순간, 휠체어를 밀고 가시던 간병인께서 "아드님이시죠?"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조곤조곤하지만 단호하게, "아니야, 아들 아니야. 동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아들을 소중히 생각하시는 마음은 느껴졌지만, 정작 저를 앞에 두고 동생이라고 하시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 울컥함을 숨기고 싶어 간병인에게 건성으로 인사만 건네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담배 한 대를 피우는데, 높이 솟은 축대 위에 오래된 집과 홍벚나무가 오늘의 기억을 잊지 말라는 듯 제 눈앞으로 다가섰습니다.
어머니를 뵙고 난 후, 발걸음을 마전리공원으로 돌렸습니다.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막내동생이 이미 다녀간 흔적을 보니 제 마음은 더 쓸쓸해졌습니다. 막내가 형보다 낫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작은애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것도 겨우 떠올려서 지나가듯 입 밖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치매와 반신불수로 요양병원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뵐 때마다 저는 겁이 납니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자신을 마주할 때, 그 상실감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저를 동생이라 부르시며, 나름의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제가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어머니 곁에 남아 있어야 할 제 자신을 다독이며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201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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