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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큰 애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오다. 본문
큰 애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오다.
취직한 지 한 달만에 큰애가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회사 생긴 이래 이렇게 빨리 신입직원을 해외출장 보낸 전례가 없다는데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돌아온 아들애가 대견스럽다. 본인 스스로도 결과에 만족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번 출장기간 동안 설이 끼어 있어 (중국은 춘절) 나는 나대로 자식에게 신년인사를 제대로 챙겨 받지 못했고, 아들애는 아들대로 남의 나라엘 가서 명절에까지 일을 하고 돌아왔으니 역시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 우리 가족에게는 올 설은 잊지 못할 명절이 되겠다.
하나 아들 녀석의 말을 가만 들어 보면 이제 중국이고 미국이고 해외지사마다 출장을 도맡아 다닐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이번 같은 일이 다시없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비행기도 처음 타 보는 녀석이 다녀온 곳은 북경의 북동쪽 서우두공항에서 10 여분 거리의 북경현대공장이었는데 20일 동안 공장과 숙소만 왕복하는 단조로운 일정으로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눈앞의 자금성도 다녀오지 못하고 일만 하다 돌아온 것이 아쉽겠다.
본래 춘절 전날 돌아오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지만 현지 사정이 여의치 못해 당당 부장만 먼저 귀국하고 아들애가 남아 일처리를 하느라 열흘을 더 머물게 되었는데 막상 돌아와 보고를 하니 좀 더 머물다 오지 그랬냐는 상무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더란다.
춘절을 전후로 북경 전체가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밤새 폭죽을 터뜨려서 잠을 설치고 생고생을 했다는데 동영상을 보니 우리네 여름철 해수욕장 주변에서 싸구려 폭죽놀이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요란한 폭발음과 불꽃이 악귀를 쫓는다는 믿음으로 비롯된 폭죽놀이는 날로 사라져 가는 전통 명절의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지만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있는 불꽃놀이의 즐거움보다는 단발적으로 터지는 전쟁터의 총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는 표현이 적확하겠다.
오늘 선물로 가지고 온 초콜릿에 차를 한잔 타 먹으며 인천공항과 북경공항 그리고 공장과 숙소를 오가며 찍어 온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보았다. 인천공항의 사진은 여늬 젊은이들의 여행 가는 모습과 같았는데 북경에 도착하여 찍은 사진들은 숙소와 공장의 왕복길의 사진이라 패턴이 거의 일정하다. 놀러 간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은 짠할 수밖에 없다.
와중에 독특한 몇 장의 사진들이 눈에 띈다. 빨간색 짝통 폭스바겐 소형 승용차, 삼륜 자전거와 삼륜자동차는 마치 우리 6-7십 년대의 500cc 짜리 소형 기아마스터와 연탄을 싣고 다니던 삼륜 트럭을 보는 듯하다. 말로만 듣던 공용화장실을 보면서 괜스레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 보는 이의 눈길이 이런데 용변을 보는 당사자들의 민망함은 어떠할까!
사진 전반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정돈된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수도인만큼 그리고 동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다는 현지인들의 말도 있고 실제 아들내미가 숙소로 이용하던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구글로 훑어보니 정돈된 고급 아파트 단지로서의 면모가 보인다.
귀국하던 날 공교롭게도 근무 중이었는데 공항에 근무하면서도 큰애의 귀국길을 돕지 못하고 그저 전화만 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 내 근무형태가 환영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을 아들애도 알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고생하고 돌아오는 자식에게 전화로 안부인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이미 수속 신고를 해 놓은 상태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회사로 향했단다.
어쨌든 이번 출장을 계기로 큰애는 조직에서의 입지 확보와 기반 구축에 대하여 일단의 감은 터득했으리라 생각이 된다. 입사동기들보다 나이도 많고 인정받는 경력이 있으니 당장 다소 앞서 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후의 변화는 예단할 수 없는 법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아들내미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대구로 출장을 떠난단다. 또 한 번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를 하라 해야겠다. 혹시 큰애에게 역마살이 낀 게 아닌가?
2015.2.26 - 그루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