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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이름에 대하여 본문

가족이야기

이름에 대하여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1. 18:48

이름에 대하여

월간지를 보다 잡지 말미에 이름을 통해 이웃의 인생사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이름 요지경"이라는 코너에서 자신의 이름이 "신이 예언한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쓴 벼리라는 사람의 글을 보면서 내 이름을 지어 주고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기억과 큰애의 이름을 짓게 되었던 과정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 이름은 "김 현관" 한자로는 金 쇠 금 顯 나타날 현 寬 너그러울 관이다. 그대로 풀이한다면 '금으로 너그러움을 나타낸다'라는 뜻이니 이름대로라면 이순을 넘어가는 지금쯤은 풍족한 생활로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삶이어야 할 텐데 박봉의 월급쟁이마저 그만둔 뒤라 앞으로도 그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아버님께서는 유복자에다 삼 대 독자로서 항렬을 알지 못해 내 이름을 지을 때 아버지 주관대로 내 또래에서는 항렬이 높은 김해 김 씨 금녕군 목 경파의 항렬을 차용해 顯 자 돌림으로 정하고 격에 맞춰 이름을 지으신 듯한데 초등학교 때는 짓궂은 친구 녀석들이 형광등, 변소문, 뒷문 등으로 별명을 불러 가며 놀리곤 해 꽤 많이 싸움질을 해 대던 기억이 잔잔하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이름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 왔는데 공무원에 임용된 후 주간지나 신문에 게재되는 운세나 이름 풀이 등을 볼 때마다 관직으로 꽃 피울 것이라는 내용이 빠짐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름대로 사람의 운이 정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었으나,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지금껏 봉급쟁이 생활을 했으니 운세는 운세일 뿐 삶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맞다 추론하며 지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하여 큰애의 이름을 짓게 되자 아버님께서는 항렬을 따져 가며 이름 끝에 倍 자를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족보도 모르면서 다른 문파의 이름을 도용하기도 싫고, 倍 자를 넣어 지어야 하는 이름도 왠지 투박하고 촌티가 나는 듯해 아버님의 뜻을 거스르고 말았다.

하지만 아내의 임신 소식에 태어날 아기 이름은 당신이 꼭 지어 주겠다며 신신당부하시던 인천 지역에서 유명한 지인께서 심혈을 모아 石旼이라 이름을 지어 주셨는데 돌 석자가 너무도 싫어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돌과 온화함이 어우러지지 않는 듯하고 무엇보다 돌石자에서 내 어릴 적 놀림이 기억이 떠올라 결국 자기 운은 자기가 갖고 태어날 것이라 믿고 石 자에 頁 변을 덧붙여 클碩자로 이름을 맞추어 출생신고를 하고 말았다.

결국 손주의 이름을 원하시는 대로 짓지 못해 서운하셨던 아버님께서 둘째가 생겼을 때에 다시 한번 倍 자를 넣어 이름을 짓기를 넌지시 권했으나 이미 항렬을 멈춘 족보에 의미도 없을뿐더러 형제의 이름에 동질성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막 돼먹은 나의 소신에 결국 두 번째도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으니 이 기회에 아버님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그래도 큰 애는 무탈하게 잘 커나가 제 마음에 꼭 들어하는 중견그룹의 모회사에 입사하면서 앞날의 비전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 아들내미를 보는 아비의 입장이 매우 흐뭇하다. 그동안 개인회사에 다니며 제대로 대우를 못 받던 큰애를 안타까워하던 아내는 이름 때문에 아이가 사회에서 크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수차에 걸쳐 이름을 개명하자고 해서 잠시 마음이 흔들리곤 했는데 아내도 흡족하게 생각하는 큰애의 취직을 계기로 이제는 개명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이니 무엇보다 다행이다.

세상 사람들 거의 모두 자기의 이름을 갖고 있다 미개한 인종이나 문명세계에 사는 사람이나 그들만의 고유의 언어로 불리며 온갖 사물이나 애완동물에게도 이름을 붙였다. 이름은 각자의 표식이고 의미이며 존재의 가치를 지닌다.  이름자가 운세를 결정짓거나 삶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고루한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성실을 다하면 이름이 빛날 것이요 성의 없는 삶을 살다 보면 그 이름도 하잘 것 없을 터이니 누구라도 자신의 이름이 빛내도록 고귀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름에 대한 예의일 것이며 나의 생각이다   따뜻한 대한 오후..

20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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