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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머니와 아비와 그의 아들 본문
어머니와 아비와 그의 아들
사위가 조용하다. 모처럼 호젓한 시간을 갖게 되어 책상에 앉아 집으로 배달된 월간지를 들쳐보는데, 재미있는 글 하나가 눈에 띈다. 시골에서 부모님 댁 근처엘 사는 모 작가가 어느 날 어머니가 저녁을 함께 먹자며 집으로 불러 가보았더니 밥상에 놓인 풋고추가 못생기고 작더란다. 예쁘고 반질반질한 고추는 아들네 따 먹으라 남겨 두고 당신은 평소에 작고 못 생긴 고추를 따 드시는 것을 보며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을 읽었다는 자그만 얘기였는데 이 얘기를 읽다 보니 며칠 전 큰 애와의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아내는 성한 이가 별로 없어 그동안 딱딱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여 큰맘 먹고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도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병원엘 들렀다가 예상했던 치료 금액보다 몇 배나 더 내놓으라는 터무니없는 견적 때문에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전철이 동암쯤 왔을 무렵 큰 애가 퇴근하며 어디쯤 오시냐고 묻길래 마침 시간이 얼추 맞으니 역 앞에서 기다리라 하고 마중 나온 큰애 차에 올랐는데 아내가 쌀도 떨어지고 하였으니 잠깐 마트엘 들리자는 말을 들은 큰애가 대번에 싫다고 대거리를 하였다. 유난히 마트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라 평상시에는 사내라서 그러려니 하였지만, 치과비용의 황당함에 가뜩이나 심사가 틀어져 있는 데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거운 쌀을 사러 가자는 제 어미의 청을 단박에 거절하는 녀석의 행태가 괘씸하여 다 필요 없으니 그냥 집으로 가자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다음 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큰 애가 용서를 비는 것을 기화로 과연 내가 그 상태에서 어른답지 못하게 화를 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큰애도 병원에 다녀오며 살림 걱정하는 어미를 제 애인의 반만이라도 생각했다면 싫다는 말은 안 했을 텐데 하는 마음에 부모 자식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며 머릿속을 유영한다.
부모님 댁 밥상머리에 올라 있는 못 생긴 고추와, 텃밭에 남아 아들을 기다리는 잘 생기고 예쁜 고추의 빛깔에서 화목함을 느낀 데다, 그를 통한 보편적인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모성을 그려보던 중에 내 어머니에 대한 오래 전의 느낌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과자 사 먹으라 건네주던 꼬깃한 고동색 50원짜리 지폐 아래의 투박한 어머니 손! 갓 스무 살 공장엘 다닐 때 발등으로 삐져나온 못끝의 빨간 피를 보면서도 통증보다는 아련하게 귓전을 떠도는 괜찮아.. 괜찮아라는 어머니의 음성! 훈련소 시절! 흰 눈발 삭풍에 날리며 목덜미 찾아들제 진저리 치던 와중에도 어머니 손맛 담긴 된장찌개 생각하며 삭힌 그리움! 소소하지만 강렬했던 어릴 적의 기억들이 이리 선명하게 그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날까.
나를 위로하고 힘 보태 주던 그 시절의 다정했던 그 어머니 차츰 기억이 쇠하고 있는데, 백발이 넘실대는 그 아들은 아직도 추억만 곰 삭이고, 살갑게 전화하며 배웅 나온 기특한 아들애에게 고작 마트에 안 간다고 버럭 소리나 지르는 한심한 행태나 보이다니. 대거리 한 마디에 효성이 꼬여버린 아들애의 입장도 안 되었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지른 내 입장도 심히 안 되었다.
별것 아닌 것으로 속상해하다 풀어지는 일이 우리 집 남자들의 일상이 돼버린 듯한데, 가만 보면 이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큰애나 작은 애나 천상 밝은 성격이라 불편함을 담아 두지 못하고 쉬이 풀어짐에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외려 윽박지르는 내가 소심하여 간혹 아이들이 아빠는"A형"이라 그런다며 놀리고 있으나 당하는 자나 구박하는 자의 성격의 위아래가 바뀌지 않았으니 그것 또한 다행이라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큰 애 나이 서른 살! 이제 결혼할 시기라, 지금 사귀는 처자와 무탈하게 맺어져 아이를 낳고 아버지가 되어야 지금의 내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줄 알게 될 텐데 내가 그때까지 지금의 정력으로 제 아비의 노릇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부모가 할아비가 되고 할미가 되어 가면 스스로도 아비가 되고 어미가 되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순리인데 지금 부모 자식으로 살아가는 중에 서로를 잘 챙겨가며 살아 가야 아름다운 가족이 아닐까 싶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새로운 게 삶이다.
"아빠! 삼 년 뒤면 환갑이죠?"
"아니야! 사 년 뒤야 이 녀석아!"
2013.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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