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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벚꽃에 물든 월미산의 하루 본문

내이야기

벚꽃에 물든 월미산의 하루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7. 18:35

 

 

 

 

벚꽃에 물든 월미산의 하루

벚꽃은 항상 그렇다. 피어나는 순간부터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그 화려함, 그러나 그 화려함이 사라지는 속도는 우리가 마음속에 담아두기에도 짧다. 화무십일홍, 꽃은 십일을 머물지 않는다 했으니 벚꽃은 그 말에 가장 잘 들어맞는 존재일 것이다. 그 짧은 순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바람에 휘날리며 이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래서일까, 벚꽃의 정취를 담아두려 애써도 그 순간을 길게 붙들어 두는 건 늘 어렵다.

출근길, 매일 지나치는 화평철교 아래 가로수의 벚꽃들이 이번 봄에도 어김없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내와 함께 벚꽃 구경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쉬는 날을 잡아, 우리는 월미산으로 향했다. 월미산의 벚꽃은 예전부터 유명했지만, 막상 그곳을 찾아본 적은 많지 않았다. 벚꽃의 계절이 찾아온 지금이야말로 그 기회를 잡기에 적절한 때였다.

월미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눈앞에 벚꽃의 일렁임이 다가왔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벚꽃나무들이 마치 우리를 환영하는 듯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백 년을 훌쩍 넘은 이 고목들이 만들어내는 무성함이 산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그 광경은 마치 하얀 파도가 산을 덮어버린 듯했다. 이 장관은 차분한 마음으로만 바라보게 했다. 벚꽃의 숲 속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이 불어오면 꽃잎들이 가볍게 흔들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았다.

산 중턱을 지나 전망대에 이르자, 멀리 인천항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멀리서 아련하게 보이는 인천대교의 자태도 함께였다. 그 모든 것이 벚꽃의 배경에 녹아들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특히 파라다이스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마치 벚꽃의 바다에 잠겨있는 듯, 흐드러지게 핀 하얀 벚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벚꽃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힘이 있다. 하지만 오늘, 그 풍경은 단순히 아름다움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이곳을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 그 풍경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월미산 정상에 다다르니, 서해의 낙조가 눈앞에 펼쳐졌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그 서해의 일몰은 어떤 날보다도 아름다웠다.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며, 바다는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아내와 나는 그동안 마음에 쌓인 것들이 모두 풀려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가슴 속 깊이 느껴지는 시원함이 있었다.

오늘 우리는 월미산에서 벚꽃을 보았고, 서해의 낙조를 보았다. 두 눈으로는 풍경을 담고, 마음속으로는 그 풍경이 가져다주는 평온을 담았다. 비록 그날의 날씨는 맑지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개운했다. 벚꽃처럼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이, 앞으로도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벚꽃이 피고 지는 기간은 언제나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이 남기는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월미산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우리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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